21세기 어린이버릇이 없다고 하더군요. 눈이 또랑또랑하다는 사람도있고 벌써부터 싹수가 노랗다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른들의 안목은 왜 이리 차이가 날까요? 나는 그냥 아름다.
운 게 아름다운데, 골치 썩는 일이 한두 개가 아닙니다. 이런 식이라면 맑고 푸르게 자랄 수가 없어요. 비단 매연이나폐수 때문만은 아닙니다. 차라리 숨을 참고 물을 마시지않겠어요. 다부지다는 사람도 있고 개념 없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나는 그냥 할 말을 할 뿐인데요. 억울한 일을 열거하자면 열 줄짜리 일기장이 모자랄 지경입니다. 넉살이라는 사람도 있고 엄살이라는 사람도 있습니다. 오늘 배운 단어로 표현하자면, 딜레마에 빠진 거라고 할 수 있죠. 똘똘하다는 사람도 있고 말세란 사람도 있습니다. 왜 세상 망한책임을 나한테 뒤집어씌우는지 당최 모르겠어요. 사는 게쉽지가 않아요. 잘 아시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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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당신이 쉬는 날입니다.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고, 창문을 연 당신은 코끝이 시리다고 생각합니다. 빨개진 코를 만져보다 다시 창문을 닫습니다. 식탁 위에 사과 두 개와 글 여섯 개가 놓여 있습니다. 당신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귤을 까먹습니다. 사실 무얼 먹어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허기를 느낀 지 좀 됐습니다. 괜히 달력을 몇 장 넘겨봅니다. 어떤 날이나, 아무 날들, 도래할시간 앞에서 당신은 막막해집니다. - P33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간다.
이 흰 바람벽에희미한 십오촉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던지고때글은 다 낡은 무명 셔츠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
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 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 가지가지 외로운 생각이 헤매인다. - P35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아가도록" 태어날 수밖에 없는 사람을 생각하며, 당신은 일어섭니다. 마트에서사 온 어묵을 썰고 멸치 육수를 냅니다. 끓는 물의 요란한 뒤척임을 바라봅니다. 어쩐지 당신은 조금 울고 싶어지는 기분입니다. 울고 싶은 가운데, 사라지는 허기를 생각합니다. 창밖으로 해가 지고 있습니다. - P37

시를 쓰는 사람은 문장을 믿는 사람입니다.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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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더위를 식히려 열어둔 창문 밖에서 호루라기 소리가 들려고 슬금슬금 창가로 다가간 조한흠은 적산가옥 2층에서 골목을 내려다보았다. - P24

조한흠이 숨겼던 『라이파이는 만화가 김산호가 1959년부터 10년간 연재한 SF물로, 당대에는 절정의 인기를 구가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만화의 존재를 영우가 알게 된 것은 불과 보름 전이었다. 치솟은 보증금 때문에 전셋집에서 나와야 했던 영우는 조한흠의 집에 임시로 머물고 있었다. 야간작업을 마치고 돌아온 영우가 점심 무렵 일어나 소파에서 쉬고 있을 때, 조한흠이 비밀번호를 잘못 누르는 바람에 현관문에서 경보음이 시끄럽게 울렸다.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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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의 아들 부부는 아이를 병원에 데려갔다. 동네 소아과의원에서는 큰 병원에 가 보시라고 조언했다. 인근 도시의 대학병원에 가 보았으나 소아정신과도 MRI도 없던 시절이라별다른 답을 얻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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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애써 증거를 찾아내야 하는고통스러운 노동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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