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를 쓸 때, 갑자기 많은 여자아이들이 ‘함께‘ 노래하려고 해서 당황했어요. 여기저기서 불쑥 끼어드는 그녀들의 목소리로, 시는 저절로 완성되었어요. 우리는 그녀들과 저는 너무 뜨거워서 자꾸 얼어붙었어요.. 9층에서 뛰어내리는 소녀의 상태, ‘죽음의 진행‘을 슬로우 모션으로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면밀히 기억해야 하는 순간이 있지요.. 누구든 이 시를 불편하게 받아들였으면 좋겠어요. 그게 ‘우리‘의 목표이기도 하니까. 듣기 싫어도 들어야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N번 방에, 수없이 증식하는 N번 방에 여전히 있지요. 그 애들은 아직도 파란 불꽃처럼 곤두서있어요. 어둠 속에서 종종 나타납니다. 여기 연루되어 있는 남자애들은 끝까지 이 파란불꽃에서 벗어나지 못할 겁니다. 그게 이 시에 걸어놓은, 우리의 주문이니까요. - P67
대만 작가 우밍이의 소설 『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에는 이런 문장이 나옵니다. 예전에는 편지의 무게와 장 수, 거리에 따라 편지 발송 요금을 계산했는데 우편 요금이 너무 비싸서 부자들만 멀리 있는 사람에게 편지를 보낼 수 있었어. 가난한 이들은 편지를 보내지 못하고 그저 그리워할 수밖에 없었지. - P68
‘나는 사람한테만 시인이고 싶지 않아. 나무나 풀, 바위, 먼지 앞에서도 시인이고 싶어." - P72
결국 예술에서 스승은 자신이 하는 예술을 보여주거나, ‘말하는 존재‘ 입니다. 창작자가 스승을 따라 계속하도록, 독려하는 사람이지요. 나 스승은 비난을 퍼붓는 사람입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얼마나 형편없는지, 문제가 많은지, 가망이 없는지, 잔소리를는 사람이지요. 대책도 없이, 거드름 피우며, 발론 학생이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게 옳다 싶을 땐 냉정한 충고를 할 필요도 있지요. 그러나 그 층고는 조심스러워야 합니다. 습작하는 자가 어떤 보석을 품고 있을지, 언제 어떤 모습으로 태어날지 누구도 모니까요, 나는 선생은 강각자를 주 들게 하고 열등감을 갖게 합니다. 급기야 그 일이 싫어지게 만들지요. 누군가를 가르치게 될지 통한 노력합니다. 나쁜 선생이 되지 않기 위해서요. 결국 쓰고 싶게 만드는 선생이 되자고 다짐하지요. 어려운 일이지만요.. - P73
"시를 반스처럼 항상 입고 있어야 돼." - P74
목록이라는 길목배낭에는 이런 것들이 들어있다. 약간 더러운 갖가지 옷들, 깨끗한 흰 티셔츠 한 장, 물을 담을 빈 플라스틱 병, 깨끗한 속옷, 선을 돌돌 감아놓은 휴대전화 충전기, 여권, 통칭 파라세타몰이라고 불리는 해열진통제 두 갑, 너덜너덜해진 제임스 설터의 소설 한 권, 그리고 베를린의 한 영어 서점에서 발견하고는 메리앤에게 주려고 산 프랭크 오하라 시선집 한 권, 부드러운종이 표지의 회색 공책 한 권." • 샐리 루니, 노멀 피를, 아르테 - P79
밤에 혼자 깨어있는 일은 좋다. 물구나무를 서거나 오래된 책을 뒤적이는 일, 그러다 반짝이는 문장을 발견하는 일은 좋다. 모르는 고양이가 느리게 눈을 깜빡이며, ‘눈키스‘를 해주는 일은 좋다. 선잠에 들었는데 누가 이마를 쓸어주고 가는 일은 좋다. 그 상태로 모른 채 조금 더 자는 일은 좋다. 까닭 없이 당신에게 쓰다듬을 받는 일은 좋다. - P82
전업 작가로 사는 내게 원고 마감은 일상이다. 마감이 코앞인데 랩톱 앞에 앉아도 아무 생각이 나지 않을 때가 있다. 키보드를두드리는 손가락과 생각이 서로를 믿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는 연필을 든다. 글이 술술 써지도록 연필이 요술을 부리는 건아니다. 다만 연필은 1루 출루에 성공하는 타자처럼, 글의 문을 열어준다. ‘득점은 모르겠는데, 일단 출루(시작)는 하게 해주지 하고 말하는 것 같다. - P99
글을 쓸 때 쓴다고 생각하는 것과 말을 건넨다고 생각하는 것은 다르다. 말은 글의 알맹이다. 알맹이가 실하면, 글은 저절로)부가 되어준다. 존 버거식으로 말하자면 작가와 이야기꾼의 차이다. 이야기꾼은 상대와 소통하려 하고, 젠체하지 않으며, 정보가아닌 ‘이야기‘를 전달하려 한다. 자연스러운 태도를 지닌다. 에세이를 쓸 땐 언제나 나보다. 내 이야기보다. 듣는 당신을 중요히 생각한다. 내 이야기지만 당신,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나‘를 내세우고 끝나는 글은 읽고 나면 순식간에사라진다. 케이크 같다.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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