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사람들이 자신의 아픈 무릎과 그 치료법에 대해한마디씩 떠들었다. 나도 내게 있던 일화를 얘기했다. 십수년 전 CF 촬영팀이 우리 집에 다녀간 적이 있었다. 그들은우리 집 지하연습실에 딸린 작은 부엌에서 촬영을 했으면좋겠다고 했는데 나는 이 제의를 단칼에 거절했다.
.
- - P25

"너무 힘든데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가끔 나에게 이렇게 묻는 이들이 있다. 덮쳐오는 파도를온몸으로 맞고 선 이에게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까…………힘들어도 버티고 나면 또 보이는 게 있으니까. 하지만 어떤때는 포기하지 말라는 말이 설득력 없다는 걸 안다. - P163

찬물로 머리를 감고 퇴원 준비를 했다. 누워 있는 동안제일 하고 싶었던 일이 머리 감는 일이었다. 환자인 내가오히려 문병 온 친구를 휠체어에 태우고 산부인과 병동 끝에서 끝까지 열심히 걸었다. 어느 사이엔가 병원 복도를 수십 바퀴씩 걷게 되었다. - P13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때 너를 위해또 너를 위해너희들을 위해씻고 닦고 문지르던 몸이제 거울처럼 단단하게 늙어가는구나투명하게 두꺼워져세탁하지 않아도 제 힘으로 빛나는 추억에 밀려떨어져 앉은 쭈그렁 가슴아살 떨리게 화장하던 열망은 어디 가고까칠한 껍질만 벗겨지는헤프게 기억을 빗질하는 저녁삶아먹어도 좋을 질긴 시간이여 - P35

다른 여자 열 명은 더 속일 힘이 솟을거야하늘이라도 넘어갈거야그런데 그런데 연애시는 못 쓸걸제 발로 걸어나오지 않으면 두드려패는 법은 모를걸아프더라도 스스로 사기칠 힘은 없을걸, 없을걸 - P2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삼촌을 마지막으로 본 건 삼촌의 집에서였다. 삼촌은 통증에 시달리고 계셨다. 작년 초겨울 병원에 입원한 삼촌에게다녀오고 한 달쯤 지나서였다. 마음이 아리다. 좀 더 자주 찾아뵙지 못한 게 후회로 남는다. 요즈음 생활이 어려워져 자괴감에 빠진 나는 세상만사 다 귀찮고 마음이 우울하다. 친구들도 다 끊고 은둔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아니다. 마음을 바꿔먹었다. 나도 삼촌처럼 다시 누군가의 어깨든 엉덩이든 마음이든 두드리러 가야겠다. - P8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 후로 2년이 지났다. 이제 보름만 있으면 딸이 온다. 벌써부터 밤잠을 설친다. 만나기 전 기대감은 이렇듯 애틋하고황홀하지만, 정작 떠나보내야 할 때가 오면 ………… 이번에는 좀 더성숙해져야 한다. 이별을 위한 만남이 아닌, 만남을 위한 이별을 준비해야겠다. 딸이 자신을 필요로 하는 많은 사람을 만나그들의 등불이 될 수 있다면, 내가 비워야 하리라. 수도자의 부모도 반 수도자라고 하지 않나. 이별도 만남도 다 비우리라. - P77

나는 안다, 결핍이 사람을 망치기도 하지만 성장시키기도 한다는 걸. - P80

고단한 세상살이에 누구의 삶이 시가 아니며, 누구의 삶이 수필이 아니며, 누구의 삶이 소설이 아니겠는가? 사람의생김이 다 다르듯 삶의 형태도 다 다르다. 각기 다른 삶을 엿보는 게 문학이 아닐까. 이제 쉰 중반에 들어서며 내 안의 이야기를 풀어보겠다고 여기 이렇게 달려나가고 있다.

비록 좋은 작품으로 평가받지 못할지라도 그것은 분명 펄떡이는 내 삶이요, 행복이다. 그러니 나의 글은, 영원히 헤쳐나가야 할 내 인생 바다에띄우는 마지막 돛단배가 되리라. - P88

"계산하지 말고, 후회하지 말며, 되돌려 받으려 하지 말고, 조건을 달지 말며, 다짐하지 말고, 기대하지 말며, 의심하지 말고, 비교하지 말며, 확인하지 말고, 운명에 맡겨라." - P67

피폐해져가는 내게 딸이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공부를해보라고 조언했다. 그렇게 공부를 시작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독서논술지도사 자격증을 땄다. 늦게 시작한 공부에 재미가 붙으니, 시간이 아까웠다. - P3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A를 원하지만 B에 머무는 삶. 늘 무엇인가를그리워하며 대체재로 만족하는 현실. - P27

새해가 됐고, 딱 두 가지 목표만 세웠다. 잠에서 깨면 30분요가하기, 그리고 무조건 많이 쓰기. 그게 편지든 일기든 시나리오든 반성문이든 많이 쓰고 볼 것. - P3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