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K는 이야기꾼이다. 그는 언제나 이야기를 내 쪽으로 보내온다. 무언가를 건네주는 사람처럼. 이야기할 때 K의 눈은 내용에 따라 커졌다 작아지며 목소리와 뉘앙스, 표정이 자유자재로 변한다. 내가 특히 좋아하는 건 K의 어린 시절 이야기다. 자기주장이 강하고 명랑하지만, 죽음에 대해 생각하길 좋아하던 어린 K. 나는 K가 혼자 그네를 타며 하늘 끝까지 날아오르길 바랐다는대목을 상상하길 좋아한다. 공중에 포물선을 반복해 그렸을 여자아이, 이마 근처의 머리카락, 다문 입술, 작은 무릎, 꽉 쥔 주먹, 앞을 바라보는 눈동자, 흥분과 열기, 한숨과 권태가 고루 담긴 아이의 기분마저 느껴지는 듯하다. 눈치챘어야 한다. K는 그네를 타고어딘가로 날아가고 싶어 하는, 잠자는 폭죽이었단 걸. - P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