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 살, 나는 또 깨꽃이 되어 - 이순자 유고 산문집
이순자 지음 / 휴머니스트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평생을 써내려간 그의 해방일지 누구의 글도 아닌 자기만의 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책이 300부가 팔렸다, 좋다,
3천 부가 팔리고 3만 부가 팔리자슬그머니 겁이 나고 무서워졌다10만 부가 되어가자 아이쿠,
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다뭔가 잘못된 것이다내가 잘못한 것이다10만 명이 읽었는데도 세상 사람들에근본적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책은그냥 간식거리거나 쓰레기일 테니 - P21

누가 알까, 오늘 여기의 그대가불가능한 이상을 품고 다른 길을 여는최초의 그 사람이 될지, 누가 아는가지금 감히 누가 안단 말인가 - P23

고통받을 그 무엇도 하지 않으면무엇도 아닌 존재가 되고 말 테니까 - P30

내 마지막 투신을 슬퍼 마라단 한 번 크게 던진내 삶의 절정낙과落果 - P33

여행을 떠나지 않은 이에게세상은 한쪽만 읽은 책과 같아탐험을 나서지 않은 이에게인생은 반쪽만 펼친 날개와 같아 - P39

내가 여행하는 이유는 단 하나나에게 가장 낯선 자인나 자신을 탐험하고 마주하는 것을그 하나를 찾아 살지 못하면내 생의 모든 수고와 발걸음들은다 덧없고 허무한 길이었기에 - P4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둠 속을 홀로 걸을 때나시련의 계절을 지날 때도널 지켜줄게붉은 목숨 바친그 푸른 약속이날 지켜주었음을 - P11

그래도 좋은 사람에게 좋은 일이 오고어려움이 많은 마음에 좋은 날이 오고눈 녹은 땅에 씨 뿌려가는 걸음마다봄이 걸어오네요꽃이 걸어오네요 - P15

작게 살지 마라지금 가진 건 작을지라도인간으로 작게 살지 마라 - P17

진정 사랑하다 죽어서내 품에 안고 걸어가 묻어준 것들은그 무게와 깊이만큼 생생히 살아있다 - P2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친구 K는 이야기꾼이다. 그는 언제나 이야기를 내 쪽으로 보내온다. 무언가를 건네주는 사람처럼. 이야기할 때 K의 눈은 내용에 따라 커졌다 작아지며 목소리와 뉘앙스, 표정이 자유자재로 변한다. 내가 특히 좋아하는 건 K의 어린 시절 이야기다. 자기주장이 강하고 명랑하지만, 죽음에 대해 생각하길 좋아하던 어린 K. 나는 K가 혼자 그네를 타며 하늘 끝까지 날아오르길 바랐다는대목을 상상하길 좋아한다. 공중에 포물선을 반복해 그렸을 여자아이, 이마 근처의 머리카락, 다문 입술, 작은 무릎, 꽉 쥔 주먹, 앞을 바라보는 눈동자, 흥분과 열기, 한숨과 권태가 고루 담긴 아이의 기분마저 느껴지는 듯하다. 눈치챘어야 한다. K는 그네를 타고어딘가로 날아가고 싶어 하는, 잠자는 폭죽이었단 걸. - P13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대니 샤피로는 곧 한국에서 출간될 책아푸〈계속 쓰기: 나의 단어로>에 이렇게 적었다. ‘글 쓰는 삶이란 용기와 인내, 끈기, 공감, 열린 마음, 그리고 거절당했을 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필요로 한다‘고. ‘절제하는 동시에 위험을 감수해야 하고 기꺼이 실패해야 한다‘고. 그의 말대로 쓰는 사람으로 살다보면 더 나은 실패를 위해 자기 자신을 추스르고 다시 시작해야 하는 순간이 있다. 가끔 혼자 감당하기 힘든 그순간을 맞이할 때 희정 작가는 함께 읽고 쓰는 여성연대 모임을 만난다. - P77

자기 안에 질문이 있어야 해요. 책을 쓰고 싶어서 일부러 질문이 있는 것처럼짜내면 누구나 진정성이 없다는 걸 알아요. 자기 안에 분명히 있거든요. 말하지못하고 쓰지 못할 때 마음 안에 응어리진 별 같은 게 있어요. 억눌러도 튀어나올 수밖에 없을 때, 쓸 수밖에 없는 거 같아요. 그러면 어설퍼도 누구나 진정성이 있다는 걸 알아봐요. - P114

"한국사회는 말의 무질서나 오염을 걱정하고, 올바른 말을 병적으로 강요해왔다. 질서는 인위이고위계이자 명령이다. 엘리트주의이고 전체주의적이다. 그래서 표준어를 참조하지 않는 자유의 영토, 작은공동체의 자율적 합의로 만드는 언어가 여기저기 꽃피어야 한다."(<말끝이 당신이다>>국가가 정한 표준어 규정에 반기를 드는 국어학자가 있다. 자유로워야 할 언어가 ‘표준‘이라는틀에 갇혀 다양성을 잃어버리고 있다고. "스스로 말과 글을 둘러싼 이 세계를 독창적으로 해석하고의미를 부여하고 새로운 언어를 만들라고 말한다. 이런 ‘불온한 말‘을 던지는 그는 김진해(54) 경희대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다. <한겨레>에 칼럼 ‘말글살이‘를 쓰고 있다. 그가 상상하는 다른 언어의 세상은어떤 걸까. 그가 쓰는 언어의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 P89

그럼 작가님에게 글쓰기란 무엇일까요.
"밥벌이예요. 주 수입원인 강의도 글쓰기와 책에 바탕을뒀기 때문에 글을 안 쓰면 밥벌이가 안 되죠. 그런 한편, 글쓰기는제가 성장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것이기도 해요. 왜냐하면글은 이전보다 항상 나아지거든요. 제가 쌓아나가는 것도 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숙성되고 성숙해지기 때문인 듯해요. 그런것을 확인하는 기쁨이 있긴 해요." - P8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