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설명 표지의 가장 위에 파란색 두 줄이 있다. 첫째 줄 위에 이 책의 제목, 《우리는 아름답게 어긋나지>가 쓰여 있고 둘째 줄 위에 저자인 노지양, 홍한별이 쓰여 있다. 이름 사이에 공저임을 뜻하는 곱하기 표시가 있다. 그 아래부터 책의 3분의2는 노란색 배경이고, 오른쪽 상단 귀퉁이에 이 책의 부제인 "언어생활자들이사랑한 말들의 세계가 쓰여 있다. 왼쪽 상단 귀퉁이에는 파란색 사각형인 듯하지만 아래가 둥글게 베어져 왼쪽끝이 뾰족한 불완전한 도형이 있다. 대각선으로 마주보고 있는 오른쪽 하단 귀퉁이에는 같은 파란색 사각형이지만 위가 부드러운 곡선으로 베어져 마치 이둘이 서로의 반쪽인 듯하다. 300표지 디자인은 기본적으로 시각디자인입니다. 그래서 시력이 나쁘거나, 시각장애가 있는 사람들 중에는 표지 디자인을 충분히 느끼지 못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동녘은 맞불 시리즈의 전권에 이 같은 표지 설명을 적어둠으로써 각 책이 전자책이나 오디오북 등으로 만들어졌을 때, 표지 디자인을 시각 외의 감각으로도전달하고자 합니다. 동녘은 앞으로도 책을 사랑하는 모든 이의 더 평등하고 쾌적한 독서 경험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 P3
내가 특정 언어와 언제 처음 사랑에 빠졌는지, 문학이나 과학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나는 인생에서 무엇을 포기하지 못하고 어디에서 기쁨을 길어내는 사람인지를 고백하는 것과 마찬가지였으니까. 책상 위에책이 놓여 있어야 하루를 살아낼 수 있고, 쓰는 행위의모든 것을 사랑하며, 단어 하나를 바꾸면서 희열을 느끼는 사람이 나 이외에도 또 있다는 것은 큰 위로였으니까. - P7
이 책은 오랜 세월 동안 아침에 책을 펴고 이국과모국의 언어를 만지작거려온 여자들의 이야기랍니다. 혹시 받고 싶은 분이 계신가요? - P8
"번역가는 돈을 못 번다. 번역은 따라서 실력이 없는 사람이 대충 하는 일이다"라는 전제를 당연시하는 독자가 있다는 게 충격이었어. "번역가는 돈을 못 번다. 번역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에서 다른 만족과 보람을느낄 수 있는 사람이 하는 일이다"라는 해석은 나만의꽃밭 속 생각이었나 봐. 내가 하는 일이 돈을 못 버는 일이기 때문에 가치가 없는 일로 평가된다는 것, 내가 시장에서 몸값을 제대로 받지 못하기 때문에 가치 없는존재가 된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내가 상당한 고민을거쳐서 결정한 클라라의 말투가 누군가에게는 게으르고 무성의한 작업의 결과로 해석된다는 것. 이건 충격이었다. - P39
텍스트 이해가 떨어지고 번역 일의 강도나 업계 사정을 모르는 예의 없고 무지한 서평은 무시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나는《나쁜 페미니스트》와 《헝거》 번역이 파파고보다 못하다는 댓글도 받아보았다고. - P48
"요새 ‘쩐다‘라는 말을 쓰는 사람이 어딨어?" "그럼 뭐라고 하는데?"탁라이니#9 "지린다?" - P63
통화하는 걸 들어보면 ‘인성‘과 "개빡쳤다"가 대화의 반이상을 차지하더라. 카카오톡이나 인스타그램 디엠을보여달라고 할 수는 없으니 오늘도 SNS를 들여다보면서 ‘요즘 애들‘ 말투를 배운다. 그리고 SNS가 번역가들에게는 인생의 낭비만은 아니라고 주장해본다. - P75
실제로 한국 문학작품을 번역해서 외국에 소개할 때는 현지화를 훨씬 더 많이 한다고 들었어. 한강의《채식주의자》를 《The Vegetarian》으로 번역해 맨부커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한 데버라 스미스도 정확한 번역이나 한국의 문화에는 큰 관심이 없는 듯 자의적인번역을 했잖아. 누락이나 왜곡도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쉬운 예를 들자면 닭도리탕, 탕평채 같은 한국 음식의 존재를 거의 지워버렸던데. 우리가 번역하다 이질적인 서양 음식이 나왔을 때 그런 식으로 대충 얼버무릴수 있을까? 우리는 서양 문화를 때로 역자주를 달아가며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소개하고 이해하려 하는데, 왜우리 문화가 외국으로 나갈 때는 현지인에게 익숙하고편안한 무엇으로 바뀌는 게 당연한 걸까? - P104
얼마 전에 아글라야 페터라니가 쓰고 배수아 번역가가 번역한 《아이는 왜 폴렌타 속에서 끓는가》를 읽었어. 자기 언어를 갖지 못한 아이를 서술자로 삼아 투박하고 몽당하면서 시적인 언어로 들려주는 작가의 어린 시절 이야기인데, 아찔하게 아프고 기묘하게 아름답더라고. 글을 읽을 때는 행복하다가 눈이 글을 떠나는순간 글이 내 밖으로 빠져나가면서 고통이 느껴지는 그런 종류의 글이었어. 그런데 이 책을 (나에게) 완벽한 책으로 만들어준 것은 배수아 번역가가 쓴 책 뒤쪽의 ‘옮긴이의 글’인 것 같아. -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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