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란 표현과 지칭인데 실은 애매하고 모호하며 매우 안타까운 것이기도 하지요. - P31

자유스러운 속성도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입니다. 물질은지칭할 수 있으며 현상도 눈에 보일 적에는 지칭할 수 있으나 정신은표현 이외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 P35

정신적 영역이야말로 우리가 살아 있다는 증거인 것입니다. 되풀이되는 얘기지만 생각이야말로 나의 실체니까요. - P39

소설에 무의미하게 등장하는 존재는 없습니다언제였는지 《토지》가 드라마로 나갈 때 소도구를 담당하는 분이 방송국에서 발행되는 잡지에 글을 쓴 것을 본 일이 있었습니다. 인상적인것은 화면에 나오는 조약돌 나무 한 그루까지 모두 연기자라고 했던 말이었습니다. 소도구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겠지만 작가의 경우에도그렇습니다. 풀 한 포기, 산그림자, 새들의 울음. 그것들은 간주곡 같기도 하지만 결코 장식은 아닙니다. - P45

잘 복고주의자라는 오해를 받습니다. 나는 복고주의자도 아니지만 시간은 돌이켜지는 것도 아닙니다. 오직 생각하는 것은, 지극히 합리적인물질을 어찌하여 사람들은 합리적으로 다스리지 못하였나 하는 점입니다. 합리적인 물질을 이성 잃은 사람들이 무시무시한 괴물로 만들어왔다는 그 점이 안타깝고 가슴 아픕니다. - P59

여러분들 중에 작가를 지망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론에 연연하면 안됩니다. 사로잡히면 작품 못 써요. 사는 것을 생각하세요. 끊임없이 사는 모습을, 그리고 자연과 모든 생명의 신비를 감지해야 합니다. 넓고깊게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이 그 속에서 이론이든 이치든 발견하십시오. 남이 간 길을 뒤쫓지 말구요. 대개 우등생이 작가로서는 시원치 않다는 점도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이유를 알게 될 것입니다. -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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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말과 살아 있는 문장은 그 방법에서 별개가 아닌가 싶다.
문장은 응축해야 하는 것이지만 말은 풀어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내 얘기는 체계적이기보다 항상 직감적인 것이어서 두서가 없고 산만할 것입니다. 주제에서 떠나 끝없이 가지를 쳐나가는가 하면 상하로오르내리다가 주제로 돌아오는데 또다시 외출을 하고, 수학의 공식과달라서 문학은 방황이며 추구이며 추상적인 것이기 때문에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여러분은 학점에 구애되지 말고 자신이 취할 것만취하세요. 문학은 사회문제·철학·역사·경제·정치, 모든 것을 포용합니다. 문학이란 삶에 관한 것입니다. 그 점은 다른 학문도 같습니다.
철학이나 경제 · 역사 모두는 삶을 기초로 논리를 세우고 제도를 만들며 진실을, 혹은 사실을 기록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모든 학문은 삶이현장이며, 삶은 모든 학문의 기초입니다. 그러나 삶의 총괄적인 것을다루어야 하는 문학은 어떠한 부분, 어떠한 분야도 수용해야 하지만 그것은 실체가 아니며 사실도 아니라는 점, 그러면서도 진실을 추구하지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 해서 소설을 창작이라 한다는 것을 먼저 말해두고자 합니다. - P12

그렇습니다. 존재란 무한속의 유한을 말하는 것입니다. 바로 유한에 한恨이 있는 것입니다. - P22

그럴 때 나는 대답할 바를 모릅니다. 고독하지 않고 글을 쓴다면 참이상한 일 아닙니까? 여러분들은 좀 자주 고독해보세요. 고독하지 않고서 사물을 정확하게 판단하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고독은 즉 사고니까요. 사고는 창조의 틀이며 본입니다. 작가는 은둔하는 것이 아니며 작업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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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 PD4K 30 S9 KPEA99내가 떠올리는 낭만은 두 사람이 버스에 나란히 앉아 줄 달린 이어폰을 한쪽씩 끼고 음악을 듣는 장면이다. 혼자지만 연결된 느낌, 좋음의 나눔, 적절한 소란과 고요의 공존, 정처 없는 떠남을 동경했다.
늘 여기가 아니면 어디라도 싶었는데 그것이 혼자는 아니었다. 같이 있을 때 내 존재는 더 활성화됐다. 운 좋게도 직업을 통해 ‘둘의
‘낭만‘이 지속 가능한 길이 열렸다. 사람을 만나는 사람, 글 쓰는 사람이 된 것이다. - P5

"내가 노들에서 십몇 년간 한 모든 것이차별을 저항으로 만드는 일이었구나.
차별과 저항이 얼마나 멀고 이어지기 어려운지 알았죠.
그게 얼마나 어렵냐면 내 청춘이 거기 다 들어간 거예요,
우리의 청춘이."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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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름답게 어긋나지 - 언어생활자들이 사랑한 말들의 세계 맞불
노지양.홍한별 지음 / 동녘 / 2022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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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잘 읽히는 동시에 직업인의 세계와 마음이 깊고 진하게 전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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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이 냉정한 직업의 세계를 오랜 기간 몸으로 체험했기 때문에 자유롭다고도 느껴. 실망과 타협이기본 값이라는 걸 알아서 말이야. 대신 타인이나 세상이 내가 원하는 밥상을 차려줄 거란 기대를 하지 않게되었지. 그와 동시에 내 손으로 하나하나 쌓아올린 세계는 누구도 무너뜨릴 수 없을 정도로 견고하여 나의버팀목이 되어준다는 진리 또한 배웠잖아. - P263

원문을 충실하게 옮기다 보니 인생도 충실하게살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그 날이 오기를 바라본다. - P266

현실적으로 그런 일은 좀 드물지. 그런 경험이 지금까지 두어 권 정도밖에는 없던 듯. 아니면 내가 좋아하는작가의 신작이 운 좋게도 나한테 와서 뛸 듯이 기뻤던적이 있어. 그런 일들이 많아질수록 우리가 하는 일도더 즐거울 거라고 기대해보자. ‘내가 좋아하는 책. 말만들어도 설레는 글귀 아니니? 네가 말한 것처럼, "결국에는, 내 일을 사랑하기 때문에 At the end of the day, I love whatIdo." 다음 편지에서는 그 이야기를 해봐야겠다.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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