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전문 분야에 뛰어들어 성과를 보였을 때, 남성 중심의 사회가 이를 지칭하는 단어나 표현을 보면 그 사회의 심리가 보인다. ‘여류‘는 ‘어떤 전문적인 일에 능숙한 여자를 이르는 말로 사전에 등재되어 있는 단어다. 쓰임 예시도 나와 있다. 여류 작가, 여류 문인, 여류 팀, 여류 명사, 여류 수필가, 여류 비행가, 여류 기사, 여류 화가, 여류 문학 등등. 여류의 ‘류‘는 ‘흐름‘을 뜻한다. 무리를 뜻하는 류도 아닌 ‘흐름‘을 뜻하는 글자라니, 여성의 전문 활동과 성취를 일시적인 흐름으로 재단하려는 단어 아닌가.
재미있는 게 ‘아류‘라고 할 때도 같은 ‘류‘ 자를 쓴다. -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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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앞에서 나는 약간 어리석은 쪽으로 움직이는 타입이다. 불안할 때 책점을 본다. 일종의 미신인데, 불안한 마음을 어디에라도 잠시 기댈 수 있게 하려는 나만의 꼼수다. 방법은 간단하다. 한 손으로 심란한 마음을 부여잡고, 다른 한손으론 그날 눈에 들어오는 책을 쥔다. 마음을 책 속으로 욱여넣은 뒤 양손으로 책을 잡는다. 경건한 마음이어야 한다. 눈을 감고 손끝으로 책장을 더들어, 마음에 잡히는 페이지를 찾는다. 이거다 싶을 때, 선택한 페이지를 펼치며 눈을 뜬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인쇄된 환자 중에 나를 기다리고 있었을 ‘한 문장‘을 찾는다. 나를 위해 신이 준비해 놓은 문장(구절이나 단어라도 좋다)이라는 듯, 그걸 취하면 된다. 얼핏 수동적인 일 같지만, 문장을 찾는 일은 본인이 해야 하기에 좋은 눈을 장착해야 한다. - 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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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문장을 읽고 울었다. 아름다운 문장은 독자를 감동하게 만들지만, 정확한 문장은 독자를 상처받게 한다. 살리기 위해 내는 상처다. ‘그 장면‘을 쓰려 할 때마다 내 속에서 일어나는 동요, 허기, 절박함, 떨림, 슬픔의 이유를 알았다. 고발이 아니라, 표현욕구가 아니라, 나는 떨어내고 싶어서 쓰고 싶은 거다. 쓴다는 건 벗어나는 일, 변태 후 다른 페이지로 이동하는 일이다. 나는 여전히 ‘그 장면‘에 속해있다. ‘그 장면‘이 내게 말하는 것 같다. - 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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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제대로 쓸 수 없다. 깨끗한 실패. 깨끗한 성공. -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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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중간에 끼어 있는 ‘나도 무슨 소리를 내야만할 것 같은, 그런 식으로 나도 여기 살고 있다고 알리고싶은 밤에, 시를 소리 내어 읽는다. - P47

아이였을 때 꿈결에 걷곤 했다. 몸은 이불을차고 일어나 방을 나왔지만, 실은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상태였다. 마루를 맴돌 때도 있었고, 아예 집을 벗어날 때도 있었다. - P115

나에게는 낮이고 그녀에게는 밤인 시간이었다.
진실을 모두 말해 하지만 삐딱하게 말해진실은 차츰 눈부셔야 해안 그러면 다들 눈이 멀지도‘ - P143

양극을 번갈아 오가는 게 아니라, 한 번에 두 겹의 감정을 포용하라는 것이다. 추를달 때 풍선을 기억하고, 풍선을 달 때 추를 잊지 않기.
삶의 마디마다 기꺼이 가라앉거나 떠오르는 선택이 필요하다면, 여기에서 방점은 ‘기꺼이’라는 말 위에찍혀야 할 것이다. 기꺼이 떨어지고 기꺼이 태어날 것.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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