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자두 님. 저는 좋은 건 죄다 물기를 머금고 온다고 생각해요. 말랑하고 유연한 것, 예기치 않게 도착하는 것. 사월의 버드나무 새싹과 막 태어난 시가 그렇듯이요. 봄이 데려오는 것들은 대부분 촉촉합니다. 꽃, 바람, 비, 싱숭생숭한 마음까지요. 그렇지 않은가요 - P177
쓸 때 울음이 온다면, 혹은 울다가 무언가를 쓰고 싶어졌다면 일단 기뻐하세요. 종이 위에서 기뻐하세요. 감정의 넘침을 받아내고, 또 받아내고, 흠뻑 젖으라고 쏟아내세요. (이때 쏟아내는 ‘에너지‘가 중요합니다.) - P178
퇴고할 땐 물기를 싹 닦아내고 ‘정확한 눈‘으로 고치기! 정확함은 고수들이 벗지 않는 안경입니다. - P178
얼마나 많은 인간을 보아왔는지가 한 작가가 가진 ‘서랍‘의 수가 되겠지만, ‘보는‘ 것은 시각으로 하는 작업이 아니다. 눈 말고 어디로 그 인물을 보았나, 인 것이다. 소설가 미즈카미 쓰토무 씨는 그것을 산의 나무에 빗댔다. 저 작가의 산에는 나무가세 그루밖에 안 자라있군. 하고 내 귓가에 속삭인 적이 몇 번이나 있다. 세 그루라면 그나마 다행인 축이고, 저 녀석은 한 그루뿐이라고 말할 때도 많았다." ‘미야모토 테루, 「생의 실루엣, 봄날의책 - P184
니체는 달을 보고 "별들의 카펫 위를 걸어가는 고양이"라고 했어요. 그러니까 시를 쓰는 삶은 이런 거예요. 달을 (단순히) 달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 슬픔을 (단순히) 슬픔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 -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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