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팔은 서로에게 닿으면서 둥글어졌다 묘지근처 교회당에서 울리던 종소리처럼 그곳에서 우리는 서로 안았다 우리의 검고도 둥근 시간, 그리고 그옆에서 오렌지 나무 하나가 흔들거렸다 - P41

당신이 오는 계절,
딸기들은 당신의 품에 얼굴을 묻고영영 오지 않을 꿈의 입구를 그리워하는 계절 - P31

병풍 속의 대나무밭에는 첫눈이 내렸네토끼를 입에 문 늑대가 눈 위를 걸어가는 사람의뒤를 따라갔네그 사람 등 뒤에도 죽은 꿩 하나 매달려 있었네 - P25

그걸 알아볼 수 없어서 우리 삶은 초라합니까가을달이 지고 있습니다 - P21

슬픔이라는 조금은 슬픈 단어는 호텔 방 서랍 안성경 밑에 숨겨둔다 - P17

한 사람의 가장 서러운 곳으로 가서농담 한 송이 따서 가져오고 싶다그 아린 한 송이처럼 비리다가끝끝내 서럽고 싶다나비처럼 날아가다가 사라져도 좋을 만큼살고 싶다PEP SRBE SH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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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우리가 사랑하던 모든 악기의 저편이라 어떤노래의 자취도 없어요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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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 권의 노트에서 시작되었다. 더운 나라로 여행을 다녀온 친구는 엉성한 수제 공책 한권을 내밀며 내게말했다. "너라면 이 공책을 기쁘게 채워줄 수 있을 것 같아." 선물보다 그 말이 더 마음에 들었다. 며칠을 궁리하며공책의 쓸모에 대해 생각하다가 문득, 사라진 삶의 파편들을 정리해보기로 마음먹었다. - P5

그 믿음으로 나는 오늘도 생활의 문턱을 넘어선다.
이렇게 또 계속되는 것이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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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래? 진짜 첫사랑의 상처라도 있는 사람처럼?"
그런데 삼촌은 어쩐 일인지 그 말조차 농담으로 받아들이지를못한다.
"첫사랑의 상처라고?"
갑자기 옆에 서 있던 사과나무 둥치를 주먹으로 건드리며 삼촌은 거의 혼잣말처럼 이렇게 뇌까린다. - P205

"왜 짜증을 내니? 아까 언제 말했다고 그래. 아까는 ‘키읔‘이고지금은 ‘피‘인데."
"그게 같은 거지, 거센소리잖아." - P185

핸드삼촌은 그 남자의 이름을 허석이라고 소개한다. 삼촌 하숙집의주인 아들이며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어 더욱 절친한 친구인데 휴교령이 내려지자 시골 정취도 맛볼 겸 삼촌을 따라 이곳에 내려온거라고 한다. - P161

이모의 불평에도 불구하고 할머니는 이모의 앉은 모습을 보자한번 더 여자의 몸가짐에 대해 잔소리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여자는 문턱에 앉으면 안 된대도."
"알았어. 알았다니까."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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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그런가.
유니접수대 책상으로 돌아가며 정혜가 생각했다. 수 쌤 말대로설마 그러기야 하겠느냐만, 싶으면서도 혹시나 그런 일이 생긴다면 과연 그렇게 해야 하는 걸까, 라는 의심이 들었다. 대피시킬 수 있는 환자들은 다 대피시키고 우리도 도망쳐야 하지 않나, 라고 생각하던 정혜가 제자리에 앉아 머리를 훌훌털었다. 스며든 잡념을 그렇게 흩어내는데 닫힌 창문을 뚫고경적이 들려왔다. 아주 멀리는 아니었으나 제법 먼 곳에서 자동차 수백 대가 한꺼번에 경적을 울려댔다. 음껏 - P223

"우재!" 인적 없는 담장 너머로 중개인이 소리쳤다. 대답이들리지 않자 중개인은 무어라 구시렁거리더니 오른쪽 담장을 따라 절뚝절뚝걸어갔다. 희곤도 중개인을 뒤따랐는데 집뒤편으로 갈수록 경사가 심해져 몸을 뒤로 젖혀야 했다. 담장모서리를 돌아 벼랑길로 들어서니 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 P185

에이, 정말 그분이 한서 씨를 그냥 좋아했을지도 모르잖아?
내 말에 한서가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에는 불신 탓에 헤어졌다고 여겼으나 이제는 그게 아님을 안다고. 그런데이 변호사님은, 사람이 사람을 그냥 좋아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아뇨 나는 가지튀김을 씹다 말고 천연덕스레 대답했다. 맥주두어 잔에 얼굴이 불그스름해진 한서가 ‘엥?‘ 하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럴지도 모른다고 했지, 그렇다고는 안 했는데?
변호사 맞네요. 묵화원그럼요. 매일 영혼을 팔잖아. 그것도 헐값에 사람 저울질하는 것쯤 -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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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자랐구나자유한 만큼 인내를 알며 소선한 만큼 강하게 맞서며온전한 감각 속에 커다란 여백을 품고자 이제 여정의 놀라움이 온다떨리는 불꽃의 만남이 온다 - P207

31그가 바람같이 스쳐 지나간다번개같이 뛰어가 조우하라좋은 이는 네 곁을 지나가고 있다 - P215

이름대로 살아야겠다이름 따라 걸어야겠다 - P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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