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NOON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외 지음, 황현산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평점 :
품절


디자인 판형 구성 소장하자 않고 못배길 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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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분을 들고 왔어! 장례식에 이토록누가 오렌지잔인한 황금빛 우물을? 우리는 항의했다 - P41

내 혀는 가을의 살빛을 모두어 들이면서 말하네,
꼭 그대를 만나려고 호두 속을 들여다본건 아니었다고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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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절대로 여기서 유명해질 수 없어. 넌당최 누군가의인형 노릇을 할 수 있는 아이가 아니니까." - P62

"네가 요만한 꼬마였을 때 얼마나 겁쟁이였는지 아니? 응가를 하고 나선 이 할미가 엉덩이도 못 닦게 했지." 그러고는 요란하게 깔깔 웃으면서 내 엉덩이를 찰싹 한번 치고는 나를 꽉껴안았다. - P64

엄마는 내가 딱 이렇게 살지 않도록 나를 보호하느라 평생토록 안간힘을 써왔다. 그랬던 엄마가 지금은 그냥 미소 띤 얼굴로 부엌을 왔다갔다하고 있는 것이다. 파를 썰고, 믹싱볼에사이다와 간장을 콸콸 붓고, 손가락으로 콕 찍어 맛을 보면서.
싱크대에 줄줄이 붙여놓은 바퀴벌레 덫에도 냉장고 손자국에도 별로 신경이 안 쓰이는 듯, 그저 집밥의 맛을 남기는 데만집중하고 있었다. -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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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우리가 책을 읽는 건 아니다. 삶이 깨어나는 시기, 두 눈이 처음 사물을 보기 시작하는 시기엔 책을 읽지 않는다. 입으로, 양손으로 삶을 집어삼키지만 아직 잉크로 눈을 더럽히지는 않는다. 삶의 시원, 첫 수원(水源), 유년의 개울에서는 책을 읽지 않는다. 책을 읽겠다는 생각도, 어느 책의 페이지나 어느 문장의 문을 뒤로하고 쾅 닫겠다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아니, 처음엔 더 단순하다. 어쩌면 더 실성한 건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 무엇과도, 그 무엇에 의해서도 분리되지 않은 상태이다. 우리는 진정한 제약이라고는 없는 첫 대륙에 속해 있다. 이 대륙은 바로 당신, 당신 자신이다. 처음엔 광막한 유희의 땅들이 있다. 발명의 광막한 초원첫걸음의 강들이 있다. 어머니라는 대양이, 어머니의 목소리라는 철썩이는 파도가 사방을 에워싼다. 이 모두가 당신이다. 끊김도찢김도 없는 온전한 당신이다. 쉽사리 헤아려지는 무한한 공간, 그 안에 책은 없다. 책이 들어설 자리, 독서라는 경이로운 에도가들어설 자리는 없다. - P8

이렇게 세상의 첫 막이 내리면 다른 무언가가 시작된다. 대개는 따분한 무언가다. 글을 읽게 되면서부터 우리는 자신에게 무가치한 희생만을 요구하는 것들을 사게 된다. 말하자면 교실에 앉을 자리 하나, 혹은 사무실이나 공장에서 떠맡는 직책 하나. 그러고나면 우리는 단념한다. 우리는 꼭 읽어야 하는 것만 의무적으로 읽는다. 거기에 기쁨은 없으며 즐거움조차 누릴 수 없다. 복종이 있을 따름이다. 학업을 마칠 때까지, 사막의 입구에 다다를 때까지 중요한 건 오직 복종이다. - P9

발작 상태는 세상의 본성이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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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파람, 이 명랑한 악기는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우리에게 날아온 철새들이 발명했다 이 발명품에는그닥 복잡한 사용법이 없다 다만 꼭 다문 입술로 꽃을 피우는 무화과나 당신 생의 어떤 시간 앞에서 울던 누군가를 생각하면 된다 - P16

저녁의 가장 두터운 속살을 주문하는 아코디언 소리가 들리는 골목 토마토를 싣고 가는 자전거는 넘어지고 붉은 노을의 살점이 뚝뚝 거리에서 이겨지는데 그 살점으로 만든 칵테일, 딱 한 잔 비우면서 휘파람이라는 명랑한 악기를 사랑하면 이국의 거리는작은 술잔처럼 둥글어지면서 아프다WE - P17

박쥐는 가을의 잠에 들어와 꿈을 베꼈고꿈은 빛을 베껴서 가을 장미의 말들을 가둬두었다그 안에 서서 너를 자꾸 베끼던 사랑은 누구인가그 안에 서서 나를 자꾸 베끼는 불가능은 누구인가 - P19

네 얼굴아릿하네 미안하다 - P22

당신이 나에게 왔을 때 그때는 딸기의 계절딸기들을 훔친 환한 봄빛 속에 든 잠이익어갈 때 당신은 왔네 - P29

지난여름 속 당신의 눈, 그 깊은 어느 모서리에서자란 달에 레몬 냄새가 나서 내볼은 떨린다, 레몬꽃이 바람 속에 흥얼거리던 멜로디처럼 눈물 같은 흰빛 뒤안에서 작은 레몬 멍울이 열리던 것처럼 내 볼은 떨린다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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