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
아직 여름길은 제대로 나지 않았는데오이넝쿨의 손은 하늘을 더듬더라그때 노란 꽃이 후두둑 피기 시작하더라 - P46

아주 보내지 못할 편지속파랑울음은손톱 속에 든 전어 비늘 같은 초승달 되어오한처럼 떠오른다, - P47

누군가 이 시간에 자리를 내주고 떠났다아무도 세속의 옷을 갈아입지 못한 시간태양은 한 알 사과가 된다 - P62

이별 없이나비그늘마저 없이 - P71

더 달라고 하세요, 모자라면남자는 나를 흘깃거리며 바라보다가 기어이 묻는다.
그 나이에 혼자 여행 왔습니까?
나는 망설이다 간신히 말한다바로 그 나이라서요, 혼자 여행을 하다 어떤 사랑의 말도 폐기할 수 있는 그 나이라서요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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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작 상태는 세상의 본성이다. 전쟁이 잇따르고 발명도 이어진다. 총매상고가 집계되면 자살률도 집계되며, 기아의 저편에는 달콤한 환락이 자리한다. 세상은 그것들 모두의 잡탕이다. 그것들이 모두 함께한다. 사랑만 예외이다. 사랑은 그 무엇과도 함께하지않는다. 사랑은 아무 데도 없다. 전시(戰時)에 부족한 식량처럼 죽어가는 사람의 짧은 호흡처럼, 사랑도 모자란다. 놀이에 몰두해있는 아이에게 시간이 모자라듯 사랑도 그렇게 부족하다. 사랑을 하려면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정말로 많은 시간이 필요해서 우리 안에 자리한 사랑의 욕구를 채워주기엔 시간은 늘 역부족이다. 우리 안에 자리한 목소리와 피의 요구, 창공 같은 그 목소리에 흐르는 우윳빛 피의 요구를 채워주기에는 말이다. 혜성 같은 사랑은 영원에 단 한 번 우리의 심장을 스친다. 밤낮없이 지켜야 그걸 목격할 수 있다. 오랫동안, 오랫동안 기다리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사랑의 본성이다.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 한다. 이사실이야말로 사랑이 갖춘 위엄이자, 사랑의 놀라운 특성이다. 소음과 부산함으로부터 최대한 멀리 떨어져, 온갖 발작으로부터도훌쩍 떨어져, 차분한 마음으로 기다려야 한다. 참을성 있게 기다려야 한다. 사랑은, 그리고 사랑의 가볍고 경쾌한 자각이자 더없이겸허한 형상이며 각성한 얼굴인 시(詩)는, 심오한 기다림이고 달콤한 기다림이다. 부드럽고도 오묘하게 반짝이는 희망이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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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다, 이것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이런 작용을 ‘단순 노출 효과Mere exposure effect‘ 라고 부른다. 미국의 심리학자 로버트 자이언스Robert Zajonc가 1968년에 발견한 현상으로, 이 효과는 마주침이나 접촉의 빈도가 잦을수록 그 사람(혹은 그 사물)을좋아하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 P112

어째서 그런 것일까? 우리 머리는 거듭 되풀이해서 일어나는 똑같은 상황을 보다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도식이라는 것을만들어낸다. 어떤 특정한 도식이 보다 빈번하게 작용할수록 우리 두뇌에서는 ‘처리 유창성 Processing fluency‘이 올라간다. 두뇌의작용 방식을 설명하는 심리학 용어인 ‘처리 유창성‘은 우리의 뇌가 머릿속에 떠오르는 과정을 물 흐르듯 매끄럽게 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설명한다. 그래서 처리하기 쉬운 일일수록 우리는 그것을 편안하고 즐겁게 여긴다. 다시 말해서 우리 뇌는 될 수있는 한 일거리를 줄이는 쪽으로 작동한다. 복잡할 거 없이 도식을 통해 ‘아 이거는 그거야!‘ 하고 간단하게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다. - P113

이런 배경에는 앞서 살펴본 단순 노출 효과가 있다. 자주 보는 것에 우리는 더 큰 호감을 느낀다. 그럼 우리가 매일 누구와 가장 자주 만나는가? 매일 거울에서 보는 사람, 곧 우리 자신이다. 그래서 우리의 뇌는 나와 닮은 것을 가장 좋아하는 것이다. 전혀다른 생김새의 사람을 보면 복잡한 처리 과정을 거쳐 평가해야 하는 탓에 두뇌는 진절머리를 낸다. 그러니 이미 알고 있는 게 나타나면 얼마나 좋겠는가. 게다가 닮은 사람을 보며 만족감과 자부심을 느낀다. 남이 나를 인정해주었으면 하는 갈망, 사랑받고픈 끝없는 열망이 닮은 사람의 존재를 보면서 충족되기 때문이다. - P117

그런데 유사성의 원리보다 훨씬 더 강력한 원칙이 하나 있다. 그것은 ‘상호성의 원리 Reciprocity principle‘라는 원칙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우리는 우리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을 편안하게 여기고 호감을 갖는다. 이 원리는 심지어 나와 조금도 비슷하지 않아평소라면 강한 거부감을 갖는 사람일지라도 적용된다. 말하자면 상호성의 원리는 유사성의 원리를 간단하게 제압한다. 사랑받고자 하는 욕구가 그만큼 강렬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나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다른 모든 원리는 깨끗이 무시된다. - P126

불쌍한 전기뱀장어…………. 전기뱀장어를 택하는 사람들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아기 곰이라면? 요즘은 동물원에이른바 후원자 신청을 할 수 있다. 마음에 드는 동물을 골라 후원금을 내면 돈은 그 동물을 돌보는 데 쓰이고 후원자의 이름이우리의 울타리에 공개되는 식이다. 기회가 있다면 그곳에 기록된 이름들을 살펴보라. 어떤 동물은 엄청난 인기를 누리는 반면,
후원자가 전혀 없는 동물도 있다. 어쨌거나 다행히도 전기뱀장어는 전류를 만들어낸다는 강점을 지녀서 에너지 관련 업체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좋아해 후원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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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은 일이 너무 많아! 너 게리 엄마가 타이 식당 연거알지? 요즘 밤낮 뛰어다녀 ! 다른 건 아무것도 할 시간이 없어."
"그럼 내가 학교에 있는 동안 온종일 뭐하게?" - P93

우리는 나머지 점심시간에 화이트 스트라이프스의 <우린친구가 될 거야>와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시간이 흘러>의 가사를 주거니 받거니 했고, 그 시간은 내 청소년기 인생에서 가장 낭만적인 기적처럼 느껴졌다. - P101

공연이 끝나자 나이 자기 부모님의 닛산 맥시마에 나를 태위 집에 바래다주었다. 닉은 나를 자랑스러워했다. 내가 우리러보던 누군가가 나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건정말 기분좋은 일이었다. - P105

"엄만 나에 대해서 하나도 몰라." 내가 말했다. "그 이상한짓거리가 바로 내가 진짜로 좋아하는 일이라고." - P110

행복한 마음으로 손바닥을 쫙 펴서 거기에 상추 한 장을 올려놓고 내 식대로 음식을 착착 쌓았다.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갈비 한 조각, 따끈한 밥 한숟가락, 쌈장 약간 얇게 저민생마늘 한 조각을 차례차례로 그런 다음 그걸 얌전하게 오므려 입에 쏙 집어넣고는 눈을 감고 우적우적 씹으면서 맛을 음미했다. 몇 달 동안 집밥에 굶주린 내 혀와 위는 그제야 깊은만족감을 되찾았다. 밥 자체만으로도 경이로운 재회였다. - P123

"크림 스-프" 나는 조용조용 콩글리시를 발음했다. -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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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않아 너는 모든 것을 잊게 될 것이고,
머지않아 모두가 너를 잊게 될 것이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고양이는 그에게 지적 자극을 주는 존재였다. 이 유연하고민첩한 포유동물은 수천 년 전과 똑같이 거리에서 인간의 동정심을 자극해 살아남았고, 그런데도 개나 말처럼 충분히 길들여지지 않았다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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