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좀 쉬세요, 아주머니. 그동안 할 만큼 하셨잖아요."
운전을 배우던 열다섯 살 이후로 엄마를 모시고 운전을 한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때 엄마는 너무 긴장해서 내가 엄마가앉은 쪽으로 자꾸 차선을 이탈한다고 확신했다. 우리는 방향지시등을 얼마나 일찍 켤지, 어느 길로 시내에 들어갈지 같은사소한 문제들을 놓고 끊임없이 꿰펙 소리지르며 싸우느라상황은 갈수록 나빠지기만 했다. - P175

나는 그 유유자적한 여름들을 떠올렸다. 달콤한 토핑을 얹은 소프트아이스크림으로 손이 끈적끈적해지고, 투박한 슈윈자전거 체인을 푸는 동안 목덜미 위로 햇볕이 쨍쨍 내리쬐고,
우리를 기다리는 맑고 차가운 강물에 풍덩 뛰어들 생각만 굴뚝같던 때를 그때는 강 너머에 있는 건물이 무슨 건물인지 몰랐다. 어차피 그때는 지금과는 다른 시선으로 병원을 바라봤을 테니 설령 그게 병원임을 알았더라도 그 안에 있는 사람들까지 상상하진 못했을 것이다. - P176

내가 어렸을 때 엄마는 ‘떨면‘ 구절을 노래할 때면 극적인효과를 위해 아랫입술을 바르르 떨었다. 우리는 거실에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같이 노래했다. - P177

정말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원하고 바랐다. 하지만그 순간에 내가 바란 것은 오직, 나를 밀어낸 두 사람에게 한국인으로 받아들여지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그런 나에게 아주머니는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너는 우리 세상 사람이 아니야.
네가 아무리 애써본들 네 엄마한테 필요한 게 뭔지 결코 제대로 알지 못할 거야. -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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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자매가 오렌지 하나를 놓고 다툰다. 말릴 사람은 당신뿐이다. 어떤 해결책을 제시하겠는가?
해결책은 많다. 이번에는 언니가 오렌지를, 다음번에는 동생이 가지는 식이다. 아니면 거꾸로 하거나, 또는 오렌지를 정확히반으로 갈라 절반씩 먹는다. - P135

또는 이렇게 말해볼 수도 있다. 당신 안의 ‘오락 장관‘은 일주일에 사흘은 쉬자고 한다. 그러나 당신 안의 ‘경제 장관‘은 주당52 시간은 일해야만 한다고 성화를 부린다. 여기서 체계는 당신 자신이며, 당신 가슴 안에서 두 가지 서로 다른 마음가짐이 충돌한다. 일주일에 사흘은 쉬어야 한다는 바람과 주당 52시간 근무라는 목표는 동시에 이뤄질 수 없다. - P136

처음에 이야기했던 오렌지 갈등으로 돌아가보자. 두 자매와 이야기를 나누며 이들이 원하는 게 정확히 뭔지 알아보자. 확인결과, 언니는 케이크를 굽는 데 쓰는 오렌지 껍질을 원했고 동생은 오렌지 주스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에 과육만 필요했다. 이게바로 ‘윈-윈‘이다. 양쪽 모두 자신이 원하는 것을 100% 얻을 수 있다. 대부분의 문제는 이런 방식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 P137

우리는 이따금씩 좋지 못한 경험 때문에 상처 받고 상실감에 괴로워하거나 슬픔과 같은 강렬한 감정에 시달린다. 그런 감정은때로 몹시 불편하고 심지어 아주 위협적일 때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자신을 위해 잊어버리려고 한다. 이런 것을 두고 심리학은‘억압Repression‘ 이라 부른다. 인간의 기본적인 방어기제 가운데 하나가 억압이다. -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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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는 제가 마음을 굳게 먹고 살아가는 방식입니다.
사랑이 지나간 자리를 쓸고 닦으며 마음을 굳게 먹는 건선생님도 비슷할 듯합니다. 그때 무슨 생각을 하실지 궁금해요. 저는 엄청나게 고마웠다는 생각을 합니다. 뭐가그렇게 고마웠냐면………… - P157

"이 시간에 차가 안 막힐 수도 있나요?"
기사님은 신중하게 답했습니다.
"그런 날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 P163

그것은 기록자와 기록당하는 자의 전쟁이었습니다. - P167

아니 도대체 편지를 왜 이렇게 길게 쓰신 겁니까? 2주에 한 번씩 마감 고생을 한 건 똑같은데 선생님께70매가량의 원고료가 추가로 입금된다고 생각하면 약간울화통이 터지는군요. 앞으로는 짧고 굵은 편지를 쓰시길바랍니다. - P178

일이 유독 힘들고 서러웠던 날에는 백화점 화장실에 들어가 울기도 했습니다. 백화점 화장실은 쾌적해서 울 맛이 난다고, 더러운 화장실에서라면 결코 울지 않았을 거라고, 스물두 살의 제가 적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무렵엔글쓰기로 돈을 벌지는 못했지만 글쓰기가 저의 중요한 부분을 수호해줬던 것만은 분명했어요. 이런 이야기를 그날의 독자님들 앞에서 회상하면서 고난을 고난으로만 두지않게 하는 속성이 글쓰기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어떤 경험은 글로 쓰면 견딜 만해지니까요. - P180

‘닥침‘의 미덕.
기록하지 않고 기록되지 않는 아름다움.
징그러울 만큼 능수능란하게 기록할 수 있는 자들이기록을 멈출 때 보존되는 충만함을 기억해봅시다.
우리는 닥침으로써 어떤 전쟁은 막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문장력만큼이나 갈고닦아야 하는 건
‘닥침력‘일지도 모릅니다. - 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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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래 희망은 함박눈 다림 청소년 문학
윤이형 외 지음 / 다림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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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소원은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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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세상의 기쁜 말 - 당신을 살아 있게 하는 말은 무엇입니까
정혜윤 지음 / 위고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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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말 남긴 말 그리고 남아 있는 말들이 활자가 되어 마음에 파도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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