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 속에 난 길을 깨뭅니다 오랫동안 입안에는기름의 가을빛이 머뭅니다 - P45

누가 오렌지 화분을 들고 왔어! 장례식에 이토록잔인한 황금빛 우물을? 우리는 항의했다 - P41

당신이 오는 계절,
딸기들은 당신의 품에 얼굴을 묻고영영 오지 않을 꿈의 입구를 그리워하는 계절 - P31

생각해보니 우리 셋은 연인이라는 자연의 고아였던 거예요 울지 못하는 눈동자에 갇힌 눈물이었던거예요 - P13

빛을 돼지 떼처럼 몰면서해는 천천히 어떤 날로 가는구나 - P71

아무도 잠들지 못하던 방은눈처럼 떠나갔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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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미국이라는 나라에 속하려고 별짓을다 했다. 정말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원하고 바랐다. 하지만그 순간에 내가 바란 것은 오직, 나를 밀어낸 두 사람에게 한국인으로 받아들여지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그런 나에게 아주머니는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너는 우리 세상사람이 아니야.
네가 아무리 애써본들 네 엄마한테 필요한 게 뭔지 결코 제대로 알지 못할 거야. - P185

밤이면 은미 이모는 치킨집으로 전화를 걸어 한국식 프라이드치킨과 2리터짜리 카스 생맥주를 주문했다. 두 번 튀겨바삭하기 이를 데 없는 닭튀김을 한입 가득 베어 물면 튀김옷사이로 뜨거운 기름이 쫙 솟구쳐나오면서, 윤기가 잘잘 흐르는 거무스름한 살코기가 입안으로 미끄러져 들어왔다. 그뒤에우리는 반드시, 주문할 때마다 같이 딸려오는 큐브 모양의 시원한 무피클을 입에 쏙 넣고 아삭아삭 씹어 입가심했다 - P187

"소는 부를 상징해. 우리가 우유를 얻을 수 있는 동물이니까. 말은 커리어를 상징해. 그걸 타고 나아갈 수 있으니까. 양은 사랑, 원숭이는 아기를 상징하고."
"이모는 뭘 끝까지 남겼어?"
"나는 말을 선택했어." - P190

좀처럼 믿기 힘들던 진실이 분명해진 덕분이었다. 엄마는 변함없는 품위의 화신이 아니었다. 엄마는 내가 말괄량이처럼제멋대로 굴고 젊잖게 격식을 차려야 하는 자리에서 덜렁댄다고 시도 때도 없이 야단쳤지만 그런 엄마도 한때는 나 같은아이였다. 그리고 서울에서 멀리 떨어져 지낸 세월이 긴 탓에,
나는 미처 배운 적 없는 어떤 전통들이 이제 엄마에게 한층 더어색하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 P193

"서울엔 네가 아직 못 가본 작은 시장들이 있어." 엄마가 말했다. "광장시장 같은 데 거기선 고릿적부터 아주머니들이 빈대떡이랑 갖가지 전을 부쳐서 팔고 있지." - P201

"괜찮아 괜찮아." 엄마가 말했다.
1내게 너무도 익숙한 한국말. -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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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조심스럽게 단어주머니를 뒤적이다결국 저 말밖에 꺼내지 못할 때가 있다. 5만 원이 필요한 사람에게 천원짜리 지폐를 건네는 것처럼 주는 쪽이 민망하고 부끄러워지는 말이다. 하지만 무엇이라도 주고 싶은 마음은 진짜다. 너무 괴로워 말기를, 아프지 않기를, 회복하기를, 나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은 어떤 말에 실어 보내야 할까? - P7

몇 해 전부터 성인 독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이건 정말 최근의 일이다. 그마저도 작가와 연구자들이 ‘그림책은0세부터 100세까지 보는 책이라고 목청 터지게 외쳐서 만들어낸 변화다. - P9

인식에는 배경과 전경이 있다. 질문할 필요를 느끼지 않고 당연스레받아들이는 합의나 관례가 배경이라면 전경은 개개인이 ‘어떻게해야 할까?‘ 숙고하게 되는 영역이다. 시대와 사회마다 배경과전경의 범위가 다른데, 현대의 우리는 여러 영역에서 배경의사라짐을 경험하고 있다. 종교, 결혼, 출산, 가족 구성, 교육 방식 등과거에는 규범으로 작동하던 것들이 이제는 모두 개인이 선택하기나름이다. - P14

하지만 모든 심리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계속 무언가를시도하고 배운다. 넘어지고, 망치고, 혼나고, 울어도 세계를 알아가는일을 멈추지 않는다. "사는 게 다 이렇지", "해보나마나야", "그냥대충 적당히 사는 거지" 같은 체념의 문장은 어린이의 것이 아니다.
아이는 세계를 믿는다. 믿기 때문에 냉소하지 않고 성장한다.
나는 이런 낙관성과 회복력이 유년기가 가진 마법 같은 힘이라고생각하며, 이 에너지를 동경하고 또 되찾고 싶다. - P15

《명상록》을 쓴 아우렐리우스가 "방해물은 활동을 촉진하고, 앞을가로막는 장애물은 건진을 촉구한다"라고 말했는데, 작가님도 장애물을 창작의 재료로 삼으셨네요.
첫 그림책을 어떻게든 완성해서 내 밥그릇을 만들어야 한다.
는 간절함이 있었으니까요 ‘내가 이것을 정말로 원한다‘는 실감을 가지게 되면 장애물, 난관, 제약 조건을 수긍하고 적응해서 그 안에서 무언가를 해볼 수는 없을지 탐색하게 돼요 - P23

2019년 학교민주시민교육 국제포럼에서 발표한 거트 비에스타 교수의 발제문에 "내가 원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라는질문이 있어요. 저는 여기에 세 가지 질문을 덧붙여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내가 원하는 이것이 내 삶을 위해서 바람직한가?", "타인과 공동체에도 바람직한가?", "자연에게도 바람직한가?" - P30

그림책은 회화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가서 어떤 감정을 만들어내요. 연대의 감정일 수도 있고, 분노의 감정일 수도 있어요. 작가의 시선이 편향되어 있으면 살FAROE - P35

엊그제는 마당에서장대비에 줄기가 꺾인 분꽃을 발견했어요 한해살이 꽃이라 씨를 받아야 내년에 심을 수 있는데, 아직 씨가 영글지 못한 채 시들어가고 있더라고요 안타까운 마음에 지지대를 만들고 꺾인 줄기에 반창고를 감아서 세워주었어요. 그랬더니다시 잎이 살아나요 참 신기하죠 어떤 생명이든 아무리 상처입어도 댕강 잘리지 않은 이상은 심지가 버틸 수 있어요 감아주면 살아날 수 있어요. - P43

생명은 과정이지만, 미래의 어떤 것으로 가기 위한수단이 아니라 매 순간 그 자체가 목적이기도 합니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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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정은 세 달을 넘겼고, 티베트에서 인도까지 이어졌습니다. 당시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저열한 식사와교통수단과 숙소를 모조리 경험했습니다. 엄청난 악취가나는 침대버스에서 노숙자가 쓸 법한 이불을 덮고 잠을청하면 옆에서 아무렇지 않게 담배를 피워 물던 사람과남은 컵라면 국물을 버스 바닥에 쏟아붓던 사람이 생각납니다. 그때의 악취는 훗날 병원에서 일할 때 많은 경험이되었습니다. - P189

후려갈겨야 직성이 풀리는 어린아이들을 상대했습니다.
여름엔 여덟 시간 이상 쓰면 정신이 혼미해지지만 색다른자아가 있는 탈이었습니다. 왜인지 행인들은 인형탈 쓴사람의 오버액션에 관대하더군요. - P194

제가 주목하는 부분은 선생님의편지 안에서 수신자인 저와 크게 상관없는 썰이 참 길었다는 점이에요. 작년 6월에 쓰신 첫번째 편지에서 선생님은 말씀하셨어요. "문득 남을 생각하다가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서간문의 본질"이라고. 사실 저는 쭉 반대로 생각해왔답니다. 서간문의 본질은 자기만 생각하던 사람이문득 남을 돌아보게 되는 과정이라고. 양쪽 다 진실일 것입니다. 서간문의 본질은 다양할 테니까요. - P205

빛나고 친절한 사람들이 슬픈 세상은 너무 싫으니까요.
그래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작가님이 털어놓는 세상의 어떤 이야기라도 듣고어떤 질문이라도 끝까지 답하겠다고요.
그때 시작된 우정이 이렇게까지 멀리 왔습니다.
우리가 먼길을 걸어무엇인가를 같이 발견하게 되었다는 것이 기쁩니다. - P227

저 요즘 자주 쌍꺼풀이 생깁니다. 이대로라면 3년 안에 홑꺼풀 눈을 잃을 것 같습니다. 제가 지금보다 느끼한눈이 되어도 우리 우정 변치 맙시다. - P241

. 처음에는 뭘 잘못 드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격한 반가움의 표시라는 것을 알게 된 건 두번째 만남부터다. 도대체 얼마나 반가우면 그렇게 인사를 할까. 요즘엔 그를 만나면 나도 따라해본다. 양손을 옆구리 높이까지만 올리고 부르르떨며 인사를 한다. 그리고 신맛의 반가움에 관해 생각한다. 살짝 괴롭고 짜릿하고 너무 좋은, 그래서 눈을 질끈 감게 되는 그런 반가움은 정말 흔치 않다. - P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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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작고 소소한 일이 우리의 삶을 충분히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진심을 다하는 브랜드, 오롤리데이의또 다른 시작과 도약을 위해그간의 이야기를 엮어 보고자 한다. - P3

"초심을 잃지 말고 잘하자" "초심으로 돌아가자"라는 말을 많이 하잖아요? 고백하자면 저에겐 ‘초심‘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처음엔 정말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거든요. 그 당시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다 보니 그게 오롤리데이였는데 어느새 오롤리데이는 제 삶의 전부가 되고,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주기도 하는 번듯한 브랜드가 돼 있네요. 그래서 저에겐 초심보다 지금 이 순간의 마음, ‘현심(心)‘의 힘이 더 커요. 처음보다 지금이훨씬 순수하게 열정적이고 진정성이 있으며, 거기다 묵직한 책임감이 저를 더 부지런히 움직이게 하거든요. 이 브랜드를 더 잘 이끌어 나가고 싶은 욕심이날마다 커진달까요?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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