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조심스럽게 단어주머니를 뒤적이다결국 저 말밖에 꺼내지 못할 때가 있다. 5만 원이 필요한 사람에게 천원짜리 지폐를 건네는 것처럼 주는 쪽이 민망하고 부끄러워지는 말이다. 하지만 무엇이라도 주고 싶은 마음은 진짜다. 너무 괴로워 말기를, 아프지 않기를, 회복하기를, 나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은 어떤 말에 실어 보내야 할까? - P7
몇 해 전부터 성인 독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이건 정말 최근의 일이다. 그마저도 작가와 연구자들이 ‘그림책은0세부터 100세까지 보는 책이라고 목청 터지게 외쳐서 만들어낸 변화다. - P9
인식에는 배경과 전경이 있다. 질문할 필요를 느끼지 않고 당연스레받아들이는 합의나 관례가 배경이라면 전경은 개개인이 ‘어떻게해야 할까?‘ 숙고하게 되는 영역이다. 시대와 사회마다 배경과전경의 범위가 다른데, 현대의 우리는 여러 영역에서 배경의사라짐을 경험하고 있다. 종교, 결혼, 출산, 가족 구성, 교육 방식 등과거에는 규범으로 작동하던 것들이 이제는 모두 개인이 선택하기나름이다. - P14
하지만 모든 심리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계속 무언가를시도하고 배운다. 넘어지고, 망치고, 혼나고, 울어도 세계를 알아가는일을 멈추지 않는다. "사는 게 다 이렇지", "해보나마나야", "그냥대충 적당히 사는 거지" 같은 체념의 문장은 어린이의 것이 아니다. 아이는 세계를 믿는다. 믿기 때문에 냉소하지 않고 성장한다. 나는 이런 낙관성과 회복력이 유년기가 가진 마법 같은 힘이라고생각하며, 이 에너지를 동경하고 또 되찾고 싶다. - P15
《명상록》을 쓴 아우렐리우스가 "방해물은 활동을 촉진하고, 앞을가로막는 장애물은 건진을 촉구한다"라고 말했는데, 작가님도 장애물을 창작의 재료로 삼으셨네요. 첫 그림책을 어떻게든 완성해서 내 밥그릇을 만들어야 한다. 는 간절함이 있었으니까요 ‘내가 이것을 정말로 원한다‘는 실감을 가지게 되면 장애물, 난관, 제약 조건을 수긍하고 적응해서 그 안에서 무언가를 해볼 수는 없을지 탐색하게 돼요 - P23
2019년 학교민주시민교육 국제포럼에서 발표한 거트 비에스타 교수의 발제문에 "내가 원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라는질문이 있어요. 저는 여기에 세 가지 질문을 덧붙여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내가 원하는 이것이 내 삶을 위해서 바람직한가?", "타인과 공동체에도 바람직한가?", "자연에게도 바람직한가?" - P30
그림책은 회화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가서 어떤 감정을 만들어내요. 연대의 감정일 수도 있고, 분노의 감정일 수도 있어요. 작가의 시선이 편향되어 있으면 살FAROE - P35
엊그제는 마당에서장대비에 줄기가 꺾인 분꽃을 발견했어요 한해살이 꽃이라 씨를 받아야 내년에 심을 수 있는데, 아직 씨가 영글지 못한 채 시들어가고 있더라고요 안타까운 마음에 지지대를 만들고 꺾인 줄기에 반창고를 감아서 세워주었어요. 그랬더니다시 잎이 살아나요 참 신기하죠 어떤 생명이든 아무리 상처입어도 댕강 잘리지 않은 이상은 심지가 버틸 수 있어요 감아주면 살아날 수 있어요. - P43
생명은 과정이지만, 미래의 어떤 것으로 가기 위한수단이 아니라 매 순간 그 자체가 목적이기도 합니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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