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 이야기도 썼고, 속초에 대한 책도 썼으니, 이번에는 책읽은 이야기를 들려주시면 어떨까요?" - P5
2년 전 겨울 한 편집자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속초에서서점을 운영하는 사람의 책 읽기에 대해 써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이었죠. 그때도 저는 서점에서 일하던 중이었습니다. 손님에게 책을 찾아 드렸고, 옆면에 과일 이름이 적힌 상자를 풀어 책을 꺼냈고, 몇 차례 전화도 받았을 거예요. 뜻밖의 제안에 들뜬마음을 누릴 경황도 없이, 일을 하느라 더듬더듬 답변을 써 내려갔던 기억이 또렷합니다. - P5
다시 말해 서점 주인이기 이전에 한 명의 독자라는 신분증이 저로 하여금 일말의 머뭇거림 없이 집필을 시작하도록 만들어주었을 거예요. - P6
어떤 책은 더 나은 아빠이자 더 좋은 남편이 되고 싶어 읽었지요. 그런연유로 여기 모인 독서생활문에는 하루하루의 발랄한 기지개보다, 일터에서의 고민과 삶에서 마주한 곤궁, 내면의 성장을 향한집념 같은 것이 주로 담기게 되었습니다. - P7
저는 오늘도 서가 앞에 서서 한참을 망설이며 책을 꽂습니다. 책의 파도에 휩싸여 어쩔 줄 모른 채로, 언젠가 저처럼 놀랄 당신을 상상하면서요. - P8
"아빠, 이제 마감할 시간 됐지?" "아빠. 그런데 주문서는 다썼어?" 밤의 서점에서 우리는 큰 소리로 신나게 떠들고, 맨발로뛰어다니고, 술래잡기와 숨바꼭질을 한다. 밤이 찾아오면 서점엔 아이를 위한 새로운 막이 오른다. 까다로운 규칙들에 구애받지 않고, 엄마 아빠가 오로지 자기만을 바라봐주는 자유로운 무대의 커튼이 걷힌다. - P19
내가 할 수 있는 일 또한 많지 않다. 달콤한사탕 몇 개를 종이로 돌돌 말아 상자 안에 동봉하거나, 허브 티백을 책 포장 안에 슬그머니 넣는 것밖에는 부모를대신해 책을 고르는 순간만큼은 그렇게 고른 책을 포장하는 잠깐 동안엔 내 손등 위에도 눈송이 한움큼 쌓여 있다. - P3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