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안정제 주사 한방이면 엄마가 전처럼 괜찮아질 거라 확신했고, 그때그때 적당히 무마하면서 몇 년은 더 이렇게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 P207

이제 무안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다. 누가 뭐래도 살아남는 것만이 중요했고, 모든 것이 작용과 반작용일 뿐이었다. - P209

살아간다고 할 수 있는 모습에서 하루가 다르게 멀어지고 있었다. - P215

엄마의 승인을 받지 않는다면 절대로내가 예쁘다고 느끼지 못할 텐데. 엄마가 그 자리에 없다면 보나마나 나는 쓸쓸한 신부가 될 것이다. - P219

욕창과 오줌줄 대신 배색과 올림머리와 새우칵테일을 주제로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다. 결혼식은 우리 모두가 반드시 지켜내야 할 무엇이자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게 될 축하 행사였다. - P22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시경 전날엔 별게 다 먹고 싶어진다. 배달앱을 켰다 껐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앉기를 정신 사납게 반복하며 안절부절못한다.
지금 시켜, 말아? 건강검진 취소해, 말아? 마감이 코앞일 땐 갑자기 옷장을 싹 정리하고 싶고, 잔고가 간당간당할 땐 너무너무 쇼핑이 하고 싶다. 요건 진짜 지금 안 사면 재입고 안 될 것 같은데! 양손에 핸드크림을 듬뿍 바르고 나면 우와, 당장 휴대폰을 만지고싶다. 거울같이 닦아둔 액정에 손자국이 미친 듯이 찍히겠지만 SNS를 하지 못하는 내 마음이 더 미치겠다. - P3

가끔 생각한다. 세상엔 분명 나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고. 이걸 믿지 않으면 창작을 할 수 없다. 휘발되어버리기 쉬운 연약한 확신이지만 끊임없이 나를 설득하고 북돋운다. 어딘가엔 있을 거야. 나만 할 수 있는 노래와 춤, 맛과 향, 소리와 그림 그리고 이야기가. - P4

그분 : 한국 사람은 이게 문제야. 촌스럽게, 어,
외국 나와서까지 한식을 먹고 말이야.
나 : (대답하지 않음)그분 : 세계화가 안 되어서 그래. 나는 비프로 줘요. - P1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독은 자기모순을 일으키며 느낄 수 있는 모든 통점을 자극한다. 고독은 내가 함부로 길들이거나 달랠 수 없는 동물이기도 하다. - P1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러나 서점은 애당초 세살 아이에게 합당한 곳이 아니었다. - P92

문지기는 잘 잃어버릴 줄 아는 사람이다-p134, 〈열과裂果》 - P95

다툼은 서점 안에서도 카운터에서 벌어지는데, 다행이라고 해도 좋을지 모르겠지만 일터이자 가게라는 장소성 덕분에 언성을 높인 적은 없었다. 절제된 보컬리스트처럼 감정이복받치는 상황에서도 최대한 일상적 대화에서 벗어나지 않은음역대를 유지하고자 안간힘을 쓰는 우리였다. - P99

이른 아침 돌연히 전화벨이 울리고, 아버지는 내게 묻는다. "서점 해볼 생각 있느냐."나는 뭐라고 대답할까. 그 후 내게 일어난 모든 일을 알고도 내 입은 똑같은 대답을 발음하게 될까, 아니면 고개를 젓고 미지의 삶을 향해 발을 내딛게 될까. - P10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이는 소를 제 품에 안았다둘은 진흙으로 만든 좌상이 되어간다빛의 섬이 되어간다파리 떼가 몰려온다 - P81

잘 있니?
환각의 리사이클장에서 폐기되던 전생과 이생의우리 - P82

왜 얼굴 없는 바람은 저렇게 많은 손가락을 가져서
네가 떠난 자리를 수천 개의 장소로 만드는지 - P9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