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시경 전날엔 별게 다 먹고 싶어진다. 배달앱을 켰다 껐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앉기를 정신 사납게 반복하며 안절부절못한다.
지금 시켜, 말아? 건강검진 취소해, 말아? 마감이 코앞일 땐 갑자기 옷장을 싹 정리하고 싶고, 잔고가 간당간당할 땐 너무너무 쇼핑이 하고 싶다. 요건 진짜 지금 안 사면 재입고 안 될 것 같은데! 양손에 핸드크림을 듬뿍 바르고 나면 우와, 당장 휴대폰을 만지고싶다. 거울같이 닦아둔 액정에 손자국이 미친 듯이 찍히겠지만 SNS를 하지 못하는 내 마음이 더 미치겠다. - P3
가끔 생각한다. 세상엔 분명 나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고. 이걸 믿지 않으면 창작을 할 수 없다. 휘발되어버리기 쉬운 연약한 확신이지만 끊임없이 나를 설득하고 북돋운다. 어딘가엔 있을 거야. 나만 할 수 있는 노래와 춤, 맛과 향, 소리와 그림 그리고 이야기가. - P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