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쑤욱 늘어난 위는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도 그대로다. 요게 문제다. 일상으로 복귀했으니 언제나처럼 3보 이상 걷지 않고 종일 노트북 앞에 앉아 거북목을 쭈욱 내밀고 있다가, 먹을 땐 여행할 때만큼 먹는다. 그렇게 두어 달이 지난 어느 날, 내가 오늘그랬듯이, 지난 여행 사진 속의 내 얼굴을 보며 울부짖는 것이다. 저란 인간・・・ 어찌나 어른스러운지 저도 깜짝깜짝 놀란답니다..…. - P124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멀쩡히 돌아온다는 것을, 어떤 형태의 피해도 딱히 입지 않고 돌아온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던 때가 있었다. 아니, 애초에 그런 걸 깊게 생각하질 않았던 것 같다. 뭐 그냥 여권 챙겨서 슥 갔다가 슥 오면 되는 것 아냐? 하지만 천천히깨달았다. 이건 하나의 기적이구나. 더불어, 이번 여행이 잘 풀렸다고 해서 다음번에도 당연히 그럴 거라 믿어선 안 되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아마도 그래서 내가 몸을 무척이나 사리는 거겠지. 세상의 모든 골치 아픈 일은 누구에게든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딱 나만 골라서 샥샥 피해가지 않는다. 사소하든 사소하지 않든, 나 때문이든 쟤 때문이든 다 그렇다. - P127
우리 모두 그리운 장소에서, 꿈꾸던 장소에서, 곧 다시 만나요. -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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