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은 물을 마시다 자꾸 올랐다. - P127

원래 다케오에 가려고 한 사람은 내가 아니었다. - P99

경남씨가 물었다. 나는 뭐라고 설명할지 머릿속으로 정리를 해보았다. 브라질 올림픽에 출전한 역도 선순데요, 그 사람이 경기가 끝났는데 이상한 춤을 췄다고………… - P81

엄마는 맞은편에 앉아 내가 먹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굴을 넣고 무친 겉절이를 씹으니 고향에 와 있다는 게 실감났다.
"삼촌이 왜 오라 했는지 아나? 좋은 일자리가 있다던데."
"얘기 안 해주더나?"
"안 하던데."
"결혼하라고."
"뭐?"
"좋은 남자가 하나 있단다." - P4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지막으로 채용할 때마다 꼭 하는 질문이 있다. 바로 ‘본인이 받았으면 하는 월급(행복하게 살기 위해 필요한 금액)‘. 아마 모든 질문을통틀어 가장 어려울 수도 있겠다. ㅣ가치를 숫자, 특히 돈으로 표현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뭐지? 이 회사가 나랑 연봉으로 밀당하나?‘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럴 의도는 전혀 없다. 어차피 어떤 사람을 채용할 때, 회사에서 그 직원에게 줄 수 있는 금액의 바운더리는 대충 정해져 있다. 이 말은 희망 연봉을 오롤리데이에서 책정한 금액보다 훨씬 적게 쓰더라도, 원래 계획대로 그가 쓴 것보다 더 큰 금액을 제시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물론 너무 큰 금액을 적는다면 그 반대 경우일 수도 있지만. - P12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7년부터 <경향신문> 칼럼을 통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작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첨예한 사회적 현안에 서툰 논평을 한 줄 보태는 대신, 온기를 품은 일상의 순간들을 들여다보고자 했다. 쉽게 바뀌지 않을 차가운 현실 앞에서 냉소하거나 무력해지기보다 미약한 힘으로나마 우리가 서로를 돌볼 수 있기를, 상처를 주고받는 대신 공감과 연민을 나눌 수 있기를 소망한다.

이 순간을 잊지 못할 거요.
이 고요함, 산딸기와 우유, 저녁놀에 물든 당신들의 얼굴,
수레 안에 곤히 잠든 미카엘, 류트를 타는 프그리고 우리들이 나눈 이야기를 기억할 테요.
신선한 우유가 철철 넘치는 그릇처럼 내 두 손에 조심스럽게 간직할 것이오.
이 기억은 나에게 커다란 충만함 그 자체가 될 것이요. - P9

핵문제가 해결되고 적폐청산을 하고 나쁜 자들을 감옥으로 보내도 여전히 견고하게 지속될, 제도를 몸통으로 하고자본을 심장으로 한 세계. 그 안에서 힘겨워할 우리가 서로에게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찰나들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이 책에 담긴 50여 편의 이야기들이 세상 누군가에게 그러한 의미로 가닿았으면 한다. - P22

저마다의 돌덩이를 짊어진 채 사회적 관계의 테두리 안에서 살아가는 나와 당신이 때때로 그 테두리를 뜯어내고 서로에게‘듣는 귀’가 되어주고, 거기에 미안해하지 않는 ‘우리‘가 되어가길 꿈꾼다. - P35

후배 교수한테 어떤 직장 선배로 보이는지보다 학생의 상처를 들여다보고 귀 기울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여기신 듯했다. 순간 생각했다. 그 학생에게는 이분이 바로 영지 선생님이구나. 내 편이 되어주지 않아서 서운한 마음 대신 가슴 깊숙한 데서 안도감이 솟았다. "감사합니다." 고개 숙여 인사드렸다. - P43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자신에게만 고유한 의미를 갖는어떤 선율, 어떤 장면, 어떤 냄새나 맛을.
생을 그만두고 싶은 순간이 찾아들 때 그 기억이수호천사처럼 그대에게 깃들어다음 걸음을 떼어놓게 해주기를 빈다. - P50

때로는 과분하게 자신을 잘 봐주었던과거의 누군가를 떠올리는 것이 우리를 지탱해준다던 어느지인의 말처럼 말이다. - P5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렇게 책장을 훑어보다가 어떤 책이 문득 자기를 끌어당기면 그 책을 산다. ‘새책방‘을 사람이 책을 선택하는 곳이라고 한다면 ‘헌책방‘은 반대로 책이 사람을 선택하는 재미있는 일이 일어나는 가게다. - P7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이 바로 ‘사연 수집‘이다. 오랫동안 책을 찾아다니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나는 책 찾기를의뢰하는 손님에게 수수료 대신 책을 찾고 있는 사연을 받는다. 이야기를 들어보고 흥미로운 이유가 책에 얽혀 있으면 그것을 찾아준다. 또한 그 이야기에 등장하는 사람을 익명으로 쓴다는 약속 아래 이렇게 글로 풀어내 언젠가 다른 사람들에게 공개하는 것에반대하지 않는다는 규칙이 있다. - P7

책은 작가가 쓴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그 책을 찾는사람들은 거기에 자기만의 사연을 덧입혀 세상에 하나뿐인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낸다. - P17

책은 음악과 비슷해서 그 안에 한 가지 의미만 있는 게 아니다. 정해진 줄거리가 있는 소설이라고 해도 읽는 사람에 따라, 그리고그 책을 언제 읽었는지에 따라서 의미는 다른 방향으로 가지를 뻗는다. - P18

"일단은 가사가 있는 음악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같은 이유로 클래식이라고 해도 오페라나 가곡은 잘 안 듣습니다. 가사가 있으면 어쩔 수 없이 그 내용에 주의를 기울이게 되는데, 가요라면 보통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잖아요?"
"사랑 이야기를 싫어하세요?" S씨는 내 대답이 흥미롭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싫어한다기보다. 여태 그런 절절한 사랑을 못 해봐서라고 할까요? - P19

"물론 그렇지요. 《롤리타》는." 이렇게 말하면서 S씨는 가볍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고는 곧 말을 이었다.
"제가 찾는 건 《롤리타》가 아니라 《로리타》입니다. 1980년대에 ‘모음사‘라는 출판사에서 펴낸 책이어야 합니다. 그때는 제목이《로리타》였죠." - P20

"제가 맡은 첫 과외 대상은,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학생이 마지막이었습니다."
대학생과 열네 살인 중학생.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게 분명하다. 게다가 찾으려는 책은 중년 남자가 어린 여자에게 집착하는 내용이 줄거리인 소설이다. 그러나 우리의 삶이 늘 그렇듯 어떤 일이든 너무 섣부르게 단정지을 수는 없다.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다. - P2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보어릴 적 밖에서 실컷 놀고 복숭앗빛뺨으로 귀가하던 길에 느꼈던 후련함, 내일이라는 미지의 시간을낙관하고 기대하던 마음을 회복하게 한다. - P91

다들 그렇다고 하니 당연히 그래야한다고 믿는 대신 자신의 본능과 감각으로 느끼고 판단할 줄안다면? - P55

우리가 타인과 사회라는 관계망 안에 있다는 사실을 배제하고자기다움을 말하는 일은 쉽다. 인공적으로 만든 무균실에서 변인을통제하면 동일한 실험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 같은 이치다. - P18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