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중 ‘어린 시절 나에게 가족은…‘이라는문장의 뒤를 채워달라는 요청에 이지은작가는 이렇게 답했다. "풀기 힘든 숙제를내주고 답을 알려주지 않은 얄미운 스승님." 그의 작품 세계 중간에 존재하는 커다란간극은 자립하려는 한 인간이 격렬히흔들렸던 시간의 증거다. 부수고 단단해지는일의 통증과 아름다움에 대해 이지은 작가와대화했다. - P182
《빨간 열매>에서 아기곰은 우연히 떨어진 빨간 열매 한 알을 먹고, ‘또 먹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서 아주 높은 나무를 올라요. 꼭대기까지 올라갔다가 삐끗해 추락하는 아기곰을 받아주는 너른품이 등장하지요. ‘나를 받아줄 누군가 있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 라는 신뢰와 안정감이 작품에 낙관적이고 즐거운 기운을 불어넣어요. - P191
마시멜롱의 "가봐야겠어"와 노라의 "생각해볼 거예요" 는 같은결심을 딛고 있다. 경험 없이 믿어버리지 않고, 함부로 결론 내리지않으며, 사건의 여러 측면과 의미를 검토하고 판단하는 시간을스스로에게 선물하겠다는 결심. 유예할 줄 아는 힘. 주체적인 나로‘ 서기 위한 중요한 퍼즐 하나를 발견한 기분이다. - P201
막막한 탐색 과정을 버티는 비결을 묻는 나의질문에 유준재 작가는 ‘두려움‘과 ‘설렘‘이라는언뜻 상반된 두 단어를 꺼내 들었다. 그는 작업에임하는 태도에 대해 설명했지만, 나는 인생의난관을 마주하는 지혜를 건네받은 기분이었다. - P210
자아실현과 생계 사이에서 고민하는 직업인은 아주 많습니다. 어떻게 균형점을 찾으셨나요? - P213
저는 두려움과 설렘이 같은 단어라고 생각해요 예전에 한 교수님께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영감은 끊임없이 소리치고 두드리는 사람의 귓가에 대고 작은 목소리로 속삭인단다." 잘 들리지 않기 때문에 노력하지 않으면 가질 수없어요. 고통스러운 과정을 통과하면서 소통 가능한 이야기로 성숙한다는 사실을 알기에 작업이 두려우면서도 조금은설레지요. - P220
희망은 아주 절망적인 곳에서 태어나는 새싹 같아요. 두려움의 극단에서 피어나는 설렘처럼요. 표현이 다소 진부해도 그게 진실 같아요. 《사기병》으로 알려진 사랑하는 후배 윤지회 작가가 천국으로 갔을 때, 그림책 모임 단톡방에서 이런 대화가 오갔어요. 지회가 병치레로 많이 힘들었으니 웃으면서 보내주자고, 울 사람은 장례식장에 오지 말라는 작은 농담과 함께. 허무나 절망을 선택하긴 쉬워요. ‘웃자‘고 말하는 건 어렵지요. 그런 힘을 갖고 싶어요. - P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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