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도 멀리서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면 아플까내 목소리도 그의 이름을 부를 때 그런 목소리가되는가그리고 그런 이름들은 무엇이었는가 - P103

그 차이가 누구는 빛의 차이라고 하겠지만 모음사실은 세기의 차이다 태양과 그림자의 차이다이것이 고독이다 - P107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우리는 만났다얼어붙은 채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 P11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터뷰 중 ‘어린 시절 나에게 가족은…‘이라는문장의 뒤를 채워달라는 요청에 이지은작가는 이렇게 답했다. "풀기 힘든 숙제를내주고 답을 알려주지 않은 얄미운 스승님."
그의 작품 세계 중간에 존재하는 커다란간극은 자립하려는 한 인간이 격렬히흔들렸던 시간의 증거다. 부수고 단단해지는일의 통증과 아름다움에 대해 이지은 작가와대화했다. - P182

《빨간 열매>에서 아기곰은 우연히 떨어진 빨간 열매 한 알을 먹고, ‘또 먹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서 아주 높은 나무를 올라요. 꼭대기까지 올라갔다가 삐끗해 추락하는 아기곰을 받아주는 너른품이 등장하지요. ‘나를 받아줄 누군가 있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
라는 신뢰와 안정감이 작품에 낙관적이고 즐거운 기운을 불어넣어요. - P191

마시멜롱의 "가봐야겠어"와 노라의 "생각해볼 거예요" 는 같은결심을 딛고 있다. 경험 없이 믿어버리지 않고, 함부로 결론 내리지않으며, 사건의 여러 측면과 의미를 검토하고 판단하는 시간을스스로에게 선물하겠다는 결심. 유예할 줄 아는 힘. 주체적인 나로‘
서기 위한 중요한 퍼즐 하나를 발견한 기분이다. - P201

막막한 탐색 과정을 버티는 비결을 묻는 나의질문에 유준재 작가는 ‘두려움‘과 ‘설렘‘이라는언뜻 상반된 두 단어를 꺼내 들었다. 그는 작업에임하는 태도에 대해 설명했지만, 나는 인생의난관을 마주하는 지혜를 건네받은 기분이었다. - P210

자아실현과 생계 사이에서 고민하는 직업인은 아주 많습니다. 어떻게 균형점을 찾으셨나요? - P213

저는 두려움과 설렘이 같은 단어라고 생각해요 예전에 한 교수님께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영감은 끊임없이 소리치고 두드리는 사람의 귓가에 대고 작은 목소리로 속삭인단다." 잘 들리지 않기 때문에 노력하지 않으면 가질 수없어요. 고통스러운 과정을 통과하면서 소통 가능한 이야기로 성숙한다는 사실을 알기에 작업이 두려우면서도 조금은설레지요. - P220

희망은 아주 절망적인 곳에서 태어나는 새싹 같아요. 두려움의 극단에서 피어나는 설렘처럼요. 표현이 다소 진부해도 그게 진실 같아요. 《사기병》으로 알려진 사랑하는 후배 윤지회 작가가 천국으로 갔을 때, 그림책 모임 단톡방에서 이런 대화가 오갔어요. 지회가 병치레로 많이 힘들었으니 웃으면서 보내주자고, 울 사람은 장례식장에 오지 말라는 작은 농담과 함께.
허무나 절망을 선택하긴 쉬워요. ‘웃자‘고 말하는 건 어렵지요.
그런 힘을 갖고 싶어요. - P23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예리하시군요. 사실 여학생이 제게 편지를 보낸 적이 있습니다. 군대에 다녀온 직후였습니다. 어느날 학교 과사무실에 제 앞으로 온 편지가 배달됐습니다. 여학생은 이제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2학년이 되었고, 그 편지는 아주 다정하면서도 진지한 내용이었습니다. 놀랍게도 과외를 하던때 이미저에게서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읽을 수 있었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여학생은 자기하고만나볼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게 불편하다면 다시 과외를 하는 것도 좋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편지에 답장을 보내지 않았습니다. 여학생도 더는 제게 연락을 하지 않았습니다." - P23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요즘 다시 번역된 《롤리타》를 읽어봤는데 예전 그 느낌이 아니더라고요. 그때 읽었던 책이 줄 수 있는 감의 울림이란, 다른 책에서는 찾을 수 없나 봐요." - P24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나는 문득 장난기가 발동했다.
"이야, 그 정도로 붙어 다녔을 정도면 둘이 사귄다고 전교에 소문이 났겠는데요? 상대 여학생 처지에선 곤란한 일 아닌가요?"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게다가 우리 학교는 남녀공학도 아닌데요?" - P29

"책을 갖고 있으면 계속 생각이 날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마음까지 버리지는 않았어요. M이 떠나고 20년이 지났지만, 저는 그가 다시 올 걸 믿고 있어요. 그때까지는 아무래도 그 시집이 필요할 것 같더군요. 그런 소중한 책을 버리다니. 저는 계속 부끄러운행동만 했어요. 다시 M을 만난다면 부끄럽지 않은 사랑을 할 겁니다." - P31

나는 그가 하는 말을 듣고 난 다음 바닥이 꺼질 정도로 한숨을 내쉬었다. 이유인즉, 드릴 말씀이라는 게 아주 황당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S씨는 교지에 보낼 독후감을 쓰려고 학교 도서관에 갔다. <그 여인의 고백>은 아무렇게나 손에 잡히는 대로 고른 책이었다. 그는 운동을 즐기는 성격이고 소질도 있어서 학교 육상부에서 활동했다. 운동이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에이스였다. 하지만 책은썩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같은 학교 문학부에 있는 여학생을 보고 온몸이 뜨거워지도록 마음이 끌렸다. 놀랍게도 그게 바로 M씨였다. - P3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철학교수에게 쓴 엽서였다. 그런데 웨이터 하나가 그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방울의 피. 백색의 삶 위에 떨어진 세 마디 붉은 말. - P2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