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여덟 번이던 술자리 또한 네 번으로, 두 번으로, 한 번으로 줄어갔다. 남준과 함께 사계절을 보내는 동안 저절로 많은친구들이 정리되었다. 주말이면 남준의 차를 타고 함께 남양주나양평, 파주에 있는 카페 같은 데를 다니며 커피를 마시고 서로의사진을 찍어주는 (그러나 절대 함께 사진을 찍지는 않는) 뜨뜻미지근한 연애가 이어졌다. - P85
-- 이걸 춤천지라고 부른대ヲヲヲヲヲヲヲヲヲヲヲヲ채팅방 사람들이 연신 웃어댔다. 나는 전혀 웃기지 않았다. 저무대 위 사람들이 구애를 위한 몸짓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아다. 그것은 차라리 일주일 내내 구겨져 있던 이들이 모든 걸 다 내려놓고 추는 살풀이에 가까워 보였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창을 닫아버렸다. - P104
"혹시 격리 장소에 함께 사는 가족이 있나요?" 나는 잠시 주저하다, 없다고 대답했다. 함께 살던 사람이 있었으나, 가족은 아니었고, 심지어 지금은 함께하지 않으니 거짓은아니었다. 직원은 키트 속에 포함된 체온계로 매일 체온을 재서하루 두 번 앱에 기록해야 하며, 고열이 반나절 이상 지속되면 곧바로 연락을 하라고 강조했다. 나는 알겠다고 답한 뒤 전화를 끊었다. - P111
티타임이 끝나기 무섭게 나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먼저 가보겠습니다." - P125
지금까지 리나 이모를 리나, 라고 부르는 사람은 전 세계에서한영이 유일했다. 리나 이모는 한영의 모든 것을 알았다. - P136
"저 사람 뭐가 그렇게 좋아?" "그냥 무난해서." "그게 뭐야. 티셔츠 고르는 것도 아니고." - P143
"그러겠지." "있잖아 한스, 나 임신했대." "뭐?" - P159
"저희 가족은요, 평생 동안 여기 신흥동에서 살았어요." 그녀는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내게 Y의 삶을 단칼에 규정했다. "다 거짓말이에요." - P185
"저 사람들도 답답하겠지. 우리처럼." 내가 눈치 없이 말하자 순간 정적이 일었다. - P208
"누군 오고 싶어서 온 줄 아니? 그저께 꿈을 꿨다. 불구덩이 속에서 니가 울고 있더라. 손을 뻗어도 너무 멀어서 닿지가 않아 구할 수도 없었어. 깨보니 영 찝찝해서 참을 수가 있어야지. 마침 새집으로 이사도 했다고 하고, 아무리 생각해도 불안해서 그냥 내려갈 수는 없더구나." - P238
일상을 버티며 살아가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이 이야기가 가닿기를 바란다. - P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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