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6일, 아시아나항공 214편이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착륙중 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세 명이 숨졌다. 삼백 명이 넘는 탑승자를 태운 비행기가, 꼬리와 엔진이 떨어져나가는 대형사고에도 세 명밖에 숨지지 않았다는 건 천행이다. 비행기는자동차에 비해 훨씬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글을 쓰는오늘 하루만 해도 경남 진주에서 승용차 두 대가 충돌해 네 명이 그 자리에서 숨지고 두 명이 다쳤다. 그런데도 미국을 비롯차 저 세게 어로들은 매일같이 이 사고를 보도하고 있다. - P53

정치인들은 기차의 파멸을 막고 있는 게 자기들이라고 생각하죠.
천만의 말씀. 나 같은 장사꾼들 덕분에사람들이 폭력 없이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자발적으로 나누게 되는 거죠.
평화? 그건 장사꾼들이 만드는 거예요. - P35

누군가에겐 선택의 여지 없이 닥치고 받아들여야 하는 상태가누군가에게는 선택 가능한 쿨한 옵션일 뿐인 세계. 세상의 불평등은 이렇게 진화하고 있다. - P31

길이런 세계에서 어떻게 우리의 소중한 시간을 지킬 것인가. - P15

여기는 전주의 한 호텔방. 도시는 지금 영화제가 한창이다. 영화제에는 감독과 배우와 제작자와 그 밖의 영화 관계자들이모여든다. 나와 같은 문인은 관객으로나 올까, 공식적으로는올 일이 거의 없는 자리다. 그런데 올해는 전주와 나의 인연이깊다. - P132

"잠깐만. 감독의 전작 제목이 ‘엄마는 창녀다‘라고요?"
이상용 프로그래머가 불길한 조짐을 감지하고 열심히 이상우 감독을 옹호했다. 나는 단지 궁금했을 뿐이었다. ‘엄마는 창녀다‘ 같은 제목을 감당하려면 얼마나 대단한 영화여야 할까.
<엄마는 창녀다> 감독이 선택한 작품이 뭐라고요?"
비상구요."
뭔가 올 것이 왔다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비상」를처음 발표할 때의 기분을 오랜만에 연상시켰다. 아슬아슬하고위험한 장난에 뛰어들 때의 기분이랄까. -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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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도 없이 그 나무에 올라가기만 했단 봐,
시도라도 하기만 해, 그럼 바보들 병원에가게 될 거야, 다른 병원은 아니더라도.
그들이 내게 말했지.
내 나이를 고려하면,
그건 온당한 충고였어. - P93

어쩌면 당신도 이해할 거야하늘이 아닌무언가에게, 혹은 누군가에게그것에 대해 말하거나 노래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 P67

혹은, 바이올린과 인간의 몸이 벌이는최고의 사랑놀음. - P39

그는 나무 아래 누워, 그늘을 핥고 있었어.
안녕 또 만났네, 여우, 내가 말했어. - P31

만약에 내가 수피교도라면 분명 돌고돌고도는 수피춤을 추고 있겠지. - P29

아침에 바닷가로 내려가면시간에 따라 파도가밀려들기도 하고 물러나기도 하지내가 하는 말, 아, 비참해,
어쩌자나 어쩌면 좋아? 그러면 바다가그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하는 말,
미안하지만, 난 할 일이 있어. - P17

아침의 부활.
밤의 신비.
벌새의 날개.
천둥의 흥분폭포의 무지개.
들갓, 들판의 그 거친 광휘. - 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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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선해지거든 우리 도시락 싸가지고 공원에 가요. 나는 팥빙수에 들어 있는 인절미를 골라먹었다. 그러고는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그의 손에 내 손을 가볍게 올려놓으며 말했다. 그러지 마요. - P27

어떤 날은 그 주황색원뿔들을 발로 걷어차기도 했다. 내겐 화풀이를 할 상대가 없었다. 그에게서 다시 전화가 오면 받지 않으리라. 나는 휴대폰 벨소리를 진동으로 바꾸어놓았다. - P23

45아빠는 엄마를 새마을호 기차 안에서 만났다. - P171

암튼 딸과 아들은 그뒤로 지금까지 연락을 하지 않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침을 차리기 귀찮아서 남편의 제사상에 올릴 생각으로 아껴두었던 곶감을 꺼내 먹었다. 생각보다 달지 않았다. "섭섭해하지 마. 이젠 내 밥 챙기기도 귀찮으니까." 나는 허공에 대고말을 했다. - P117

다시 그 소리를 듣게 된 것은 서너 달이 지난 뒤였다. 생일날 혼자 밥을 먹는 사람들을 위한 패키지 상품을 출시했는데 실패하고말았다. 한 달 주문이 일곱 건밖에 되지 않았다. 실패 원인을 분석해 보고서를 제출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정수리 주변으로 동그렇게 탈모가 진행되어 병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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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아직 읽고 쓰는 습관이 배지 않았을 때에도이따금 나는 대가리가 커다란 컴퓨터 앞에 앉아 무언가 기록해보곤 했다. 전공시간에 칭찬이라도 한번 받으면 밤새 이불을 뒤집어쓰고 혼자 웃었다. 그작고 불편한 방에 신을 벗고 들어설 때마다 이상하게 쉬러 가는 느낌이 들곤 했다. 어쩌면 방을 구하던날 이후 영원히 내 머리 위를 떠나지 않던 태양, 그때문인지도 몰랐다. - P27

지금까지 여러 장소에서 살았다. - P9

바람이 일어나는 등압선을 보듯.
활자가 돋아나는 손가락 끝 지문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 P125

처음으로 등단 소식을 들은 곳은 대학교 컴퓨터실이었다. 수화기에 대고 내가 ‘소설인가요, 시인가요?‘라고 묻자 저쪽에서 소설이란 답이 들려왔다.
시는 예선에도 못 올랐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알게 되었을 것을 굳이 얼굴을 붉혀가며 물은 이유는 단순했다. 나는 내가 소설가인지 시인인지 알고 싶었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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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은 나무 꼭대기부터 환하게 물들였다.
버스는 오지 않았다. - P37

이제 혜원은 죽었고 혜원의 아들은 영영 이메일에 접속하지 않을지도 모르며 혜원의 여동생조차 홍천의 아파트에대해 모른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었다. 무섭도록정확하게, 그것을 알고 있었다. - P15

탁, 하는 소리와 함께 서랍이 닫혔다. - P229

"저거 타볼래요?"
충동적으로,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그녀가 의아한 눈빛으로 회전목마와 나를 번갈아 봤다. 거절할 줄 알았는데, 그녀는 의외로 하얀 입김을 내뱉으며 아이처럼 웃었고 앞장서서티켓을 끊어오기도 했다.
우리는 곧 회전목마에 올랐다. - P247

용서....
귀하의 지난 메일을 읽은 이후 용서라는 단어가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더군요. 머릿속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내며돌처럼 굴러다니는 그 단어를 더 깊이 숨기지도, 꺼내어 제거하지도 못한 채 지난 며칠을 보냈습니다. -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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