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 76 32. 키 몸무게, 나이만 적혀 있는 프로필. 집에서 2km 떨어져 있던 호와 틴더에서 매칭된 건 지난밤이었다. 몸이 좋은 타입은 아니었는데 쌍꺼풀 없는 눈에 고른 치열이 마음에 들어서 ‘라이크LIKE‘ 를 눌렀다. 메시지를 주고받아보니 영화를 한다고했다. 틴더에는 어쩜 그렇게 예술가 지망생들이 많은지, 절반이 예술가 지망생 아니면 금융맨이다. - P6

"나, 틴더에서 만난 애랑 자고 불 꺼진 모텔 방에서 전 여친 생각하면서 운 적 있었다."
내가 정색하며 호에게 뭔가를 달라는 듯이 손바닥을 내밀었다.
"야, 그건 내 캐릭터니까 저작권료 내놔." - P8

호는 무너질 때마다 동등한 관계에서는 하지 않는 표현을 자주 했다. 같이 밥을 먹어줘서 고마워. 같이 시간을 보내줘서 고마워.
나를 견뎌줘서 고마워. 그럴 때마다 그런 표현을 쓰지 말라고 했다. 호의 표현처럼 내가 호를 ‘견뎠던‘ 것은 사람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던 예전의 내 모습을 호에게서 봤기 때문이었을 거다. 그런 호의 반복되는 태도에 나도 모르게 우리 사이가 동등하지 않은 것처럼 생각할 때가 있었고, 그게 불편해졌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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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준의 의심을 없애준 건 한 장의 사진이었다. - P66

아름 (웃음) 전 된다고 생각해요. 책은 뭐랄까, 기억에 남는 것이아니라 몸에 남는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아니면 기억 너머의 기억에 남는 건지도 모르겠고요. 기억나진 않는 어떤 문장이, 어떤 이야기가 선택 앞에 선 나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는 생각을 해요. - P57

"이 소설엔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 가득해요. 책, 동네 서점,
책에서 읽은 좋은 문구, 생각, 성찰, 배려와 친절, 거리를 지킬줄 아는 사람들끼리의 우정과 느슨한 연대, 성장, 진솔하고깊이 있는 대화, 그리고 좋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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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이 없는 마을은 마을이 아니다.
스스로 마을이라 부를 수는 있겠지만영혼까지 속일 수는 없다는 것을 자신도 알 것이다.
- 닐 게이먼(소설가)

그런데 덥긴 정말 더웠다. 그렇더라도 에어컨을 켜기 전 해야 할일이 있다. 과거의 공기는 내보내고, 새 공기 받아들이기. 언제쯤 과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벗어나려는 노력도 욕심일까. 습관처럼 떠오르는 생각이 영주의 마음을 무겁게 하지만, 영주는 습관처럼 또적극적으로 생각을 밀어낸 후 창문을 하나씩 열었다. - P11

"나는 요즘 사람들을 도통 모르겠어. 그런다고 여기까지 와? 여하튼, 다행이다. 가만히 앉아만 있는 줄 알았는데 뭘 하고 있긴 했네." - P19

"이럴 때 읽을 만한 책 없을까?" - P35

영주는 민철 엄마의 벌게진 눈을 떠올리며 다시 답을 해봤다.
삶을 이해한 작가가 쓴 책. 삶을 이해한 작가가 엄마와 딸에 관해 쓴 책,
엄마와 아들에 관해 쓴 책, 자기 자신에 관해 쓴 책, 세상에 관해 쓴 책, 인간에 관해 쓴 책. 작가의 깊은 이해가 독자의 마음을 건드린다면, 그 건드림이 독자가 삶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면, 그게 좋은 책 아닐까. - P41

영주는 민준과 한 공간을 사용하며, 침묵이 나와 타인을 함께배려하는 태도가 될 수 있다는 걸 배웠다. 어느 누구도 상대의 눈치를 보며 일부러 말을 지어낼 필요가 없는 상태. 이 상태에서의 자연스러운 고요에 익숙해지는 법 또한 배웠다. - P43

골목 곳곳에 동네 서점이 생기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다면, 서점을 책뿐 아니라 문화생활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확장하는것 또한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서점 대표들이 이런 트렌드를 마냥 좋아서 이끌고, 또 뒤늦게 따라가고 있는 건 아니다. 일종의 유인책이라고나 할까. 우선 손님을 서점으로 불러들이기위해 책 판매만으로는 먹고살 수 없으니까. - P51

아름 흠……… 전 책을 읽을 때 기억에 대해서는 크게 집착하지않아요. 물론 책 내용이 연결돼야 하니까 앞의 내용을 어느 정도 기억해야 하긴 하죠. 정말 하나도 기억 안 날 땐・・・・・… 사실 이런 경우....
는 별로 없어요. 대개 어느 정도는 기억나요. 그래도 기억이 안 나면연필로 체크해놓은 부분만 읽고 나서 다시 읽기도 해요. - P57

지미는 원두가 분쇄되는 동안 민준의 머리에 커피에 관한 정보를 있는 힘껏 밀어 넣어주었다. 전설에 따르면 인류가 커피를 발견하게 된 건 염소 때문이라고 했다. 염소가 작고 동그랗고 빨간 열매만먹었다 하면 지치지도 않고 날뛰는 걸 보고, 염소지기가 커피 열매의 존재와 그 효과를 처음 알았다는 거였다. -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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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혈액형이 O형인데요, 성격은 완전 트리플 A형이거든요. 아시죠? 얼마나 예민하고 상처받기 쉬운 성격인지. 반배정 폭탄 맞으면 저 죽어요. 제발 살려 주세요. - P7

아람이, 병희랑 같은 반이 된 것만 해도 고마운 일이지만 기도가 더 필요했다. 세상이 그렇게 만만한 게 아니다. 완전 이상한 담임이 걸릴지도 모르고, 내가 엄청 싫어하는 애들이 우리 반에 우르르 몰려올 수도 있으니까. 자칫하면 1년 내내 납작 엎드려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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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사적인 순간들
황진하 지음 / 발코니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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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의 소리가 활자가 되어 눈으로 들린다 담담하고단단하게 페이지마다 새겨진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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