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사실 보르헤스가 천연덕스럽게 인용하는프란츠 쿤의 중국백과사전은 실존하지 않는 책이다. 보르헤스의 글을 읽다 보면 늘 그러듯이 어디까지가 실재이고 어디서부터가 허구인지, 그리고 무엇이진심인지 헷갈리게 된다. 사실 보르헤스 자신도 세계저체를 테스트에 담는 시도를 수없이 하지 않았던가?

‘고양이‘ 혹은 ‘cat‘이라는 단어와 이들이 가리키는 대상의 관계는 자의적이지만, 고양이에 해당하는 윌킨스 언어의 어휘 ‘Zipi‘에는 ‘작고 집에서 기르고 쥐의 천적인(혹은 야생이고 사향을 분비하는) 고양이 종류의 길짐승‘이라는 뜻이 들어 있다. 고양이를턱시도, 치즈, 고등어, 삼색이 등으로 더 세분하고 싶으면 각각에 알파벳을 부여하고 ‘Zipi‘ 뒤에 붙이기만하면 된다. 윌킨스의 언어 체계만 알고 있으면 고양이를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이라도 ‘Zipi‘ 라는 단어가어떤 동물을 가리키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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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줄기를뚫고 잘도 날아가는 그 새는 어쩌면 그들이 몇달 뒤 링 위로 던져놓을 기권의 흰 수건 같다고 불길한 생각을 했다가 곧 고개를 흔들며 은하는 마음을 다잡았다. - P45

"됐다."
남 국장이 갑자기 검지손가락을 천장으로 찌르며 그렇게 소리쳤다. 대체 뭘 듣고 됐다는 건가, 마음에 안들어서들을 필요도 없다는 건가 하며 은하가 분위기를 살피고있을 때 국장이 다시 한번 "마차라니, 제목만 들어도 레트로 뉴웨이브네. 역시 밀레니얼 세대는 다르다, 달라" 하며오태만의 기획서에 대한 평가를 끝냈다. - P23

"고모, 요즘엔 부모도 자기 자식한테 그런 기대 안 해요. 바라지 마세요."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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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들 세 테이블, 외가 한 테이블, 아버지의 옛 동료들두 테이블, 박선생이 어미 새처럼 물어 나르는 35 동창회와 구례 사람들, 서로 얼굴을 아는 경우도 간혹 있었지만대체적으로는 알지 못했다. 그게 아버지가 평생 살아온세월이었다. - P211

학수와 나는 말없이 읍내로 돌아왔다.
"노인정으로 가." - P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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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변하고 싶어서요.
좋네요. - P207

나는 너에 비추어 나를 생각했다. 내가 자주 올리는 사진들내가 올리는 사진들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남이 찍어주는 너는대부분 어떻게 나오고 남이 찍어줄 때의 나는 대부분 어떤 모습인지. 너는 도드라지는 광대가 콤플렉스였고 그래서 사진을 찍힐 때면 두 손으로 뺨을 가리곤 했는데, 그런 너의 사진을 볼 때면 나는광대 같은 건 하나도 보이지 않았고 오로지 너의 손만이 보였다. - P59

세번째 갔을 때 너를 만난 거지. 그때만 해도 나는 여기를 하나도 알지 못했는데.
그렇게 말하고 천희를 올려다봤다. 다른 곳을 보고 있던 천희가도로록 소리가 날 것처럼 눈동자를 굴려 나를 봤다. 나는 속으로펜 쥔 손을 움직여 그 모습을 몇 번이고 그렸다. - P15

삼년전 겨울, 지은은 영국으로 가겠다고 했다. 그냥 가는 게아니라 거기에서 살겠다고. 이혼한 지 일 년이 되어가던 해였다. - P270

선배, 저는요…… 사실 사람들이 좋아요.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리고 그 사람들이 저를 좋아한다는 게 좋아요. 이런 걸 좋아한다는 사실이 너무 촌스럽고 의존적이고 속이 빈 것 같다는 걸 알면서도. 그래서 그 사실을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면서도 가끔 이렇게 털어놓고 싶어져요. - P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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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아가야.
이모도 그럴 수 있으면 정말 좋겠어. - P125

봉봉이 나를 더 잘 따르기도 했지만 나는동생이 그런 선택을 한 결정적인 이유는 직장에 매일 출근할 수밖에 없는 동생 내외와 함께 지내는 것보다 프리랜서라 집에 있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더 많은 나와 지내는 것이 봉봉의 삶을 위해 더 좋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는사실을 안다. 어떤 커다란 사랑은, 상대를 위해 보내주는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동생을 통해 배웠다. - P101

어느 날이었다. 이웃에 사는 언니가 나에게 유기견을 키워볼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다. 어머니가 홀로 사시는게 외로워 유기견을 입양하셨는데 막상 키워보니 힘에 부쳐 파양하려 하신다는 것이다. 이미 한차례 파양된 적 있다 - 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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