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위기와 고통에 쪼그라들지 않고크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 P5
나는 인터뷰가 사람의 크기를 바꾸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시간이 없어서, 혹은 너무 멀거나 너무 가까워서 사람을 보지 못한다. 세상이 축소해서 못 보고 지나치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좋은인터뷰는 안 보이던 사람을 보이게 하고 잘 보이던 사람을 낯설게하는 것 같다. 인터뷰이로 어떤 대상을 택하고 어느 부분을 어떻게도드라지게 할 것인가, 이것은 전적으로 인터뷰어의 세계관과 미학에 따른다. - P7
좋은 이야기는 존재의 숨통을 틔워준다. 내가 보고 듣고 겪는 이야기가 나의 세계를 이루기 때문이다. 주위에 성형수술과 다이어트 광고가 난무하면 자신도 모르게 자기 몸의 견적을 내게 된다. 곁에 성소수자 친구가 있는데 동성애 혐오를 외치기는 어렵다. 공무원만큼 활동가도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어른들이 많은 사회에서 아이들은 더 자유롭게 본성대로 클 것이다. - P10
그 해방적인 경험들은 저도 노들야학 가서 했어요. 선배 교사들이 학생들한테 끊임없이 말해요. 화가 나면 화를 내세요. 이런 걸다 가르쳐요. 학생들이 화낼 줄 모르세요. 집에서 자기를 보살펴주는 엄마의 기분, 아빠의 기분이 중요하죠. 그래서 여기에선 짜증을내도 된다, 시설에 가기 싫으면 가기 싫다고 말해도 괜찮다, - P19
(완벽한 준비와 조건을 갖춘 사람이 하는 게 아니라) 그런 게 없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고, 없기 때문에 더 어려운 것인데 그럼에도 하는것이 저항이죠. 저항은 차별의 반대말 같아요." " - P22
그냥 사람의 이야기는 ‘그냥 사랑‘의 이야기로 물들고 있다. - P26
나는 직업인 작가로 서른다섯 살에 입문했다. 늦은 나이에 시작해서 초조하지 않았느냐고 많은 이들이 내게 물었다. 그렇지 않았다고답하면서도 그 이유가 무엇인지 몰랐는데 홍은전의 말을 듣고 알았다. 자본이 구획한 트랙 밖에 있다는 것의 한갓짐. 누구와 경쟁하지 않아도 되고 평가받지 않아도 되는 삶을 살았고, 그게 나의 성향에 맞았던거다. 물론 흔들리고 조급해지기도 했다. 그럴 땐 ‘자기만의 길을 가는사람은 누구와도 만나지 않는다‘는 니체의 말을 별자리 삼아 쉬지 않고는 갔다. 밀칠 사람도 이길 사람도 없이 한 걸음씩.ㅛ - P28
세상이 그를 ‘기특한 젊은이‘로 규정하려는 해석에 맞서 그는 자기 삶의 해석권을 지켜냈다. 나는 효자가 아니라 시민이라고 그가 정의하는 시민이란 ‘사회적 약자와 더불어 살 의지를 가진 사람‘이다. - P39
왜냐하면 내부적으로 움츠러드는 분위기도 있고 사람들이 우리 얘길 궁금해할까 싶고. 저희 경찰관은 자존감이 낮아요. 어디서든 구박을 받으니까요. 예를 들어소방관은 국민 영웅이잖아요. - P48
"매 순간?" 그럼에도 내려놓지 않는 이유는 이것이다. "내가 선택한 일이고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니까요. - P54
자급자족 전화비가 한 달에 3000원, 전기요금 1300원. 한 달에 4300원이면 돼. 쌀은 물물교환. 그리고 토끼가 많이와. 새끼를여덟에서 열 마리씩 낳으니까, 토끼 두마리씩 어깨에 메고 정선 장에 가서 팔면 1만 원 줘. 검정고무신 제일 좋아했어요. 네 켤레씩 사왔어. 맨발로 갔다가 고무신 신고 와요." - P63
항상 기쁘다는 말에 불현듯 "너무 슬퍼하지 마라"는 말이 떠오른다.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라던 노무현 전대통령 유서가, 깨어 있는 시민 김용현의 일관된 생을 통해 이해되는 듯하다. 자연의 순환으로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것. 그것은 높은자리에 올랐던 권력자의 말이 아니라 고개 숙여 흙 만지고 살았던농부의 말이었다. - P75
2018년 4월 12일, 당시 MBC <뉴스투데이> 진행자 임현주 아나운서는 국내 매체는 물론 외신에까지 이름이 났다. 여성 앵커의 ‘안경‘ 은 10년 차 아나운서의 자기 발언이자 방송계 성차별 구조를 드러내는 ‘언어‘로 발신됐다. 어떻게 안경을 쓰게 됐느냐는 세상의 물음은 외려 그를 각성시켰다. ‘하면 안 될 이유가 있을까?‘ - P81
김미숙의 눈동자가 반짝반짝 반짝인다. "아들 얘기 하니까 기분이 좋아서 입꼬리도 슬며시 올라간다. 아들을 손으로 만질 순 없지만 말로는 어루만질 수 있다. 아들을 만나는 유일한 방법은 아들이야기를 계속하는 것이다. 아들 이야기를 하는 동안엔 행복한 용균이 엄마로 돌아간다. "가슴에 식지 않는 불덩이를 잠시라도 식힐수 있다. - P101
이소선에게는 아들을 여의기 전까지 살아온 40년과 아들을여읜 뒤에 살아낸 41년이 있다. 그 후반의 삶은 누구의 어머니로서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고투한 여정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소선이라는 이름은 전태일에따라다니는 부수적 존재가 아니라, 여성 노동운동을 이끈 선구적 운동가로서 자리매김되어야 한다. - P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