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편견이 있죠. 철학 이야기를 잠깐 하자면, 서양철학은 이원론이죠. 이성과 비이성의 대립이라면, 동양은일원론이란 말이에요. 정신이 무너지면 전체가 무너진다고 보죠. 나의 정신을 약물이 컨트롤한다는 것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거예요. 정신을 약물이 완전히 컨트롤하는 게 아니고, 약물을 먹으면서관리를 하겠다는 의지에 따른 선택이에요. 신체 관리를 위해서 밥을 먹고 운동을 하죠. 정신질환도 마찬가지죠. - P145
소설에도 "가족이 그나마 굶지 않고 사는 것은 순전히 어머니와 딸들 덕분이었는데, 그런데도 집안을 이끌어갈 사람은 아들이라고 하니 황당했다"는 문장이 나온다. - P127
"글의 톤을 많이 고민했어요. 내가 뭐라고 인생은 이런 것이다. 이런 말 못 해요. 나도 그렇게 못 사는 사람이고, 결국에 제가 찾은길은 진짜 솔직하게 쓰자, 느낀 감정, 있었던 일들, 결국 개인이 바뀌어야 하지만 그게 또 다는 아니에요. 지향은 당연히 구조의 변화죠. 근데 이 구조가 변하기 위해서 개인이 문제의식을 가져야죠. 구조의 변화를 기다리는 것도 저는 좀 수동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생활 속의 불편함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야 이 사회가 바뀌잖아요." - P87
"그 아가씨를 파란 담요를 덮어서 끌고 나왔는데 그때 전 세계 기자들이 다 왔어. (생존자가 캄캄한 데 있다가 나와서 빛을 보면 안 되니까 얼굴 사진을 찍지 말라고 내가 말했는데, 기억이 생생한 게 한방송사 기자가 담요를 벗겨서 사진을 찍었어. 아가씨가 손을 발발발 떨더라고. 저 죽일 놈들. 제가 땅을 치고 눈물을 흘렸어요. 그 이후로 사진 찍는 사람은 다 거짓말한다고 생각해. 내 마음에 원한을샀어. 그 구조된 사람이 이틀 후 죽었어."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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