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티즘은 죽음 속까지 파고드는 생(生)이다.
조르주 바타유

인식하지 못한 채 잊고 있던 몸짓과 움직임, 낯선 법칙을 따라 니트, 스타킹, 신발 같은 요소들이 예측할수 없는 늘 새로운 구성을 만들었다. 우리는 그 구성을 함께 발견하고 사진 찍는 것에 금세 호기심과 흥분마저도 느끼게 됐다.

어떤 남자에게도 그것을 제안해 본 적이 없었을까. 어쩌면 거기에 막연한 수치심 혹은 합당치 못한 무언가가 있다고 여겼던 것일까. 어떤 의미에서 보면 M의 성기를 찍는 것이 내게는 덜 음란한 ―혹은 지금으로서는 더 수긍할 수 있는― 일이었던 것 같다. - P23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한 남자, 혹은 한 여자에게 사랑의 열정을느끼며 사는 것이 사치가 아닐까. -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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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빌어도소용이없어요.
남편이 고개를 들었다. 눈물로 번들거리는 얼굴의붉은 기운이 어둠 속에서도 뚜렷했다. 보혜는 말을 골랐다. 준비해 두었던 그럴싸한 말을 잊어버렸다.

이렇게 착하고 이쁜 아가씨가 어쩌다 마귀 사단의올무에 사로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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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감정이 격해지는지 잠시 말을 멈췄다. 선숙은 커피를 들라는 시늉을 했고, 그녀는 머그잔을 입에가져가 입술만 축인 뒤 말을 이어갔다.

평소 같았으면 선숙은 거침없이 생각을 털어놓았겠지만 이번에는 그럴 수가 없었다. 신중해야 했다.

"부끄럽군요."
……………뭐가요?"
"갑자기 온 딸을 보고 선뜻 용기가 나지않았습니다."

"따님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가 봐요.
오죽하면 저한테 커피에 케이크까지 대접하며 아빠에 대해 물었겠어요. 그러니까 아는척하고, 얘기 들어주고, 여기 편의점 삼각김밥이든 캔 커피든 건네줘요. 그건 달아놔요.
내가 쏘는 거니까."
"알겠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

"그러면, 가불을 할까요? 제가 일하게 되면 나중에 월급 주실 때 2천원 빼고 주시면됩니다."
"아니 지금 댁을 고용할지 말지도 모르는데 가불이 웬 말이에요? 경우가 없으시네!"
참다못한 선숙이 쏘아붙였다. 사내가 큰덩치를 굽실거렸다.
"죄송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선숙은 여전히 어리둥절해하는 사내를 향해 현금 만 2천 원을 달라고 했다. 그제야 사내가 입을 쩍 벌리고는 냉큼 현금을 건넸다.
그녀는 그걸로 남은 복합 결제를 진행했다.
"대박! 솔로몬의 재판처럼 진짜 명쾌한 답이네요. 아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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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엔과 둘이서 기절 놀이를 했다. 재미있었다. 한 사람 뒤에또 한 사람이 서서 두 팔로앞사람을 안고 가슴을 최대한 세게 누르는 동안, 앞사람은 숨을 내쉬어 허파를 비운다. 한 번, 두 번, 세번, 온 힘을 다해 눌러 가슴속에 공기가 하나도 남지 않게 되면 귀에선 윙윙 소리가 나고, 머리가 빙빙 돌고, 기절해버리는 것이다.
그 느낌은 감미롭다. 어디론가 떠나는 듯한 느낌이야, 에티엔은 말했다. 그렇다, 아니면 거꾸로 뒤집힌 듯한 느낌, 혹은 물에 빠진 듯한 느낌……… 아무튼 정말 묘한 쾌감이다! - P38

맙소사, 바깥에선 비올레트 아줌마가 기다리고 있었다. 장 보러나왔다가 틈을 내서 날 데리러 온 것이었다. 우리 도련님, 뭔 걱정거리라도 있어? 얼굴에 다 씌어 있는데! 내 얼굴에? 오리 알처럼하얘졌잖아. 무슨 소리야? 맞아! - P43

찜질, 가글, 목에 바르는 약, 휴식, 다 좋다. 하지만 최고의 치료는 아줌마 냄새를 맡으면서 잠드는 것이다. 아줌마는 내 집이다.
아줌마에게선 왁스, 채소, 장작불, 까만 비누, 표백제, 오래된 포도주, 담배 그리고 사과 냄새가 난다. 아줌마가 날 품 안에 안고 숄로덮어줄 때, 난 내 집으로 들어간다. 숄을 뒤집어쓰고 있으면 아줌마의 말소리가 웅얼웅얼 들린다. 그 소리를 들으며 난 잠이 든다.
깨어 보면 아줌마는 없지만 숄은 여전히 날 덮고 있다. 우리 도련님이 꿈속에서 길 잃을까 봐 덮어준 거야. 길 잃은 개들도 사냥꾼의 옷 냄새를 맡고 돌아오거든!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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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가려는 노력이 축적될수록이해하고 사랑할수밖에 없어요."
_최재천

말씀드린 대로 이 책은 제가 참으로 오래전부터 꼭쓰고 싶었던 책입니다. 엄두를 내지 못하고 종종거리던 제 앞에 어느 날 탁월한 저널리스트 안희경 작가가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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