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겨울의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이 당연한 듯해도, 돌이켜보면 그런 시선을 갖지 못한 적이 더 많다. 봄의 마음으로 겨울을 보면, 겨울은 춥고 비참하고 공허하며 어서 사라져야 할 계절이다. 그러나 조급해한들, 겨울은 겨울의 시간을 다 채우고서야 한동안 떠날 것이다. 고통이 그런 것처럼. - P19
그렇게 생각할 때, 나와 생각 사이에 또 행복 같은것이 있었다. - P33
자신의 존재를 걸어 말하는 이는 당연히 많은 말을 할 수 없다. 그의 시는 점점 짧아지고 침묵의 비중이커진다. 각각 다른 두 편의 짧은 시에서, 나는 유서와도같은 구절을 찾았다. - P41
지금도 종종 아저씨들의 안부가 궁금하다. 과일 아저씨는 어느 동네에 트럭을 세워둘까, 다리는 괜찮아졌을까, 담배 아저씨는 여전히 애연가일까, 의지할 짝지는 생겼을까. - P55
살아서 어찌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마지막은 기필코 바다에서 바다까지 머무르기를. - P79
신호등의 초록색이 사라지기 전에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기까지는 반년, 떠나려는 버스를 잡으려고 약간달음박질을 할 수 있기까지는 1년, 발목을 접어 앉을 수있기까지는 2년이 걸렸다. 긴 회복기였지만 조바심내지않고 보냈다. 마음에서 두려움이 사라지는 만큼, 내 발목이 조금 더 어려운 일을 해내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러고도 지금까지 남은 미미한 통증은, 그 끈기를봐서라도 몸에 머무르게 해줘야지 어쩌겠어. - P9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