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하늘이 밝아오자마자 어디선가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달리는 사람들이 해변에 바늘땀 같은 발자국을 남기며 뛰었다. 우리가 입은 패딩이 무색하게, 서퍼들이 보드를 들고 하나둘씩 바다로 들어갔다. - P82

일몰과 일출의 황홀함이 금빛으로 남았다. 유래가 어쨌건 간에 이제 나에게 골드코스트는 일렁이는 태양빛의 금색으로 기억되는 이름이다. -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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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된 언어.
조금 더 지루한 사람이 되고 싶다. - P76

커다란 침묵.
원시림을 생각한다. - P74

피로.
말들의 사태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 P72

한때 언어는 인간을 응시했다.
그러면 인간이 다시 언어를 응시했다.
오늘날 인간은 언어를 비스듬히 곁눈질한다.
- 막스 피카르트 - P69

왜 굳이 위악적인 인간으로 사냐고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 같다.
"그냥 좀……… 부끄러워서요." - P88

누군가 펑크가 뭐냐고 물으면 나는 쓰레기통을 걷어차며 "바로 이런 거야"라고 말할 거야. 그럼 그 사람이 다시 쓰레기통을 발로 차며 이게 펑크냐고 물으면 "아니그건 유행을 따라 하는 거야"라고 말할 거야.
‘빌리 조 암스트롱‘ - P91

HARDCORE WILL NEVER DIE,
BUT YOU WILL. - P100

대체 이유가 무엇일까. 시는 왜 슬픈 것일까. 시가가진 이 대책 없는 슬픔의 정체는 무엇일까. 시인 백석은 이렇게 말했다. - P104

세상의 모든 것에 슬퍼할 줄 아는 사람이 바로 시인이라면, 시에 담겨 있는 이 슬픔 역시 조금은 이해가된다. - P105

익숙하지 않은 도시를 기웃거리며 걷는 농안가 버린 시간 같은 것들을 생각했다. 어느새 시간이 흘러 여기에 와 있다는 새삼스러운 자각이 더딘 걸음에맞춰 천천히 밀려왔다. 먼 곳에 와 있었고, 긴 시간을통과해 도착한 곳이었다. - P125

멀어지려 할수록, 벗어나려 할수록,
결국 돌아온다는 것. - P127

"어디쯤이야? 오늘 많이 벌었어?"
"창밖에 좀 봐봐. 보름달이 떴는데 포슬포슬하니예뻐?"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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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나눌수록 커지잖아요."

내 세대의 영화 사랑법에는, 앞서 말했다시피 영화를보는 시간보다 영화에 대한 글을 읽는 시간이 더 많이 들었다고할 수 있다. 어쩌면 지금 시네필들과의 결정적인 차이점이 바로거기 있을 것이다. 내 세대 시네필들의 장점과 단점이 모두 거기서 유래한다고 할 수 있을 테다. - P12

1997년 개봉에 맞춰 <접속>을 함께 본 소개팅남과 3년 후 같은 날 피카디리 앞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했었고(안 만났다), 영화잡지사에서 일하는 기자가 된 후에는 서울극장 옆 2층 파스타집 소렌토(지금은 사라졌다)에 가서 일을 했다. 요즘 같은 대규모 취재진을 생각하면 믿기지 않겠지만 그땐 그 좁은 곳에 감독, 배우, 기자들이 모여 기자회견을 했다. - P19

2009년의 어느 날 나는 40매짜리 원고를 토하듯이 마감하다가 전화를 받았다. "김도훈 기자님. 저희가 이번에 새로DVD를 출시하는데요, 해설지를 좀 써주실 수 있나요?" "무슨영화인가요?" 그는 말했다. "<도니 다코> 감독판입니다." 나는소리 내 웃었다. 운명이었다.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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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와 지하철과 버스에서 나는 처음으로 나의 자리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있어야 할 곳과 있는 곳의 차이가 구분되지 않아서 혼란스러웠고, 이 혼란 속어딘가에 내 자리가 있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 P21

"우린 이제 친한 사이야?" - P25

연애가 무엇인지 대답하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에가깝다. 일단 하긴 하는데, 그게 뭐냐고 물어보면 딱히할 말은 없는. 하지만 동시에 기억의 한편에 남아 있는몇 개의 장면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좋고 싫고 부끄럽고 서운하고 미안하고 고마웠던 장면들. 그 파편과 조각들을 주섬주섬 그러모아 놓으면 과연 연애를 정의할수 있게 되는 것일까. - P27

밖에 나와 좀 걸었다.
일요일 오후 아직 해가 지지 않았을 즈음, 밖으로 나와동네 이곳저곳을 걸을 때가 있다. - P35

주말에 약속을 잡지 않기 시작한 건 얼마 전부터였다. 정확히는 내가 먼저 누군가에게 연락하질 않게 되었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 같다. 물론 누군가 내게 전화해서 좀 보자고 한다면야 감사한 마음으로 나가 함께시간을 보내겠지만 그런 연락이 없는 한 그저 가만히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집안일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맥주를 마시면서 - P36

낮의 바다는 살아 있는 것 같았고,
밤의 바다는 삶을 삼킬 것 같았다. - P47

조금 더 멀리. 조금 더 빠르게. 길 위로,
혹은 길 위를 흐르는 시간 속으로 몸을 밀어 넣은 채 한참을 달리고 나면 달려 나간 만큼 가까워진다. 가까워진 만큼 가벼워지고, 가벼워진 만큼 충만해진다. - P63

"절망은 허망이다. 희망이 그런 것처럼." 루쉰은말했다. 절망이든 희망이든 모두 허망한 것이라고. 이건 어딘가 조금 잔인한 농담처럼 들리기도 한다.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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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용기가 필요한 줄 아나? 인간은 차마 맨정신으로는 자기의 몸뚱이와 마음을 들여다볼 수 없는 거야." - P63

"이보게. 사람들이 죽을 때는 진실을 얘기할 것 같지? 아니라네.
유언은 다 거짓말이야."
급격한 커브에 놀라 마음이 출렁거렸다. 다급하게 찻물로 마른입술을 축였다.
"거짓말이라고요・・・・・・ 무슨 말씀이신지요?" - P53

"고통 없는 죽음이 콜링인 줄 알았나? 아니야. 고통의 극에서 만나는 거라네. 그래서 내가 누누이 이야기했지. 니체가 신을 제일 잘알았다고 말일세. 신이 없다고 한 놈이 신을 보는 거라네. 신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정작 신을 못 봐. 니체 이야기를 더 해볼까?
니체가 어떻게 죽은 줄 아나?"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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