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하신 판관이여,지금은 퇴화되어버린 꼬리가 자라던 바로 그 자리에책임감만 너무 많이 남아 있군요. - P187
마침내 마법이 풀린다, 비록 강력한 힘이 작용했고,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해도. - P173
바로 그 순간, 벌써 화살처럼 저만치 달아나버린 그 짧은 찰나에그의 두 팔은 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위대했다. - P161
일어나라. 감사의 인사를 전하라. 작별하라.복도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여행객들을 스쳐 지나가면서그곳을 떠나라. - P141
한때 우리는 닥치는 대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었다, 그때 세상은서로 꼭 맞잡은 두 손에 들어갈 수 있으리만치 작았다,웃으면서 묘사할 수 있을 만큼 간단했다,기도문에 나오는 해묵은 진실의 메아리처럼 평범했다 - P11
돈, 돈, 돈. 결국엔 그놈의 돈이 문제였다. - P45
이제 남은 일은 단 하나, 동네 학생들을 끌어모아 떼돈을 버는 것뿐이었다. 돈 걱정, 대출 걱정 없이 남은 삶을 살고 싶었다. 사업의 시작이었다. - P62
늘 지나다니던 길들이 오늘따라 새로웠다.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모여 만들어진 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벅찼다. 마치 새로운 세상처럼 보였다 - P117
세월이 흘러 나는 ‘천상의 양식’과는 동떨어진 ‘지상의 밥벌이’를 위해 일하게 되었다. 당장 입 안에 밥을 넣어주지 않는 인문학 따위는 팔자 좋은 이들의 유희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다. 그렇지만 나 자신이 조직의 부품에 불과한 것만 같을 때, 쓸모라곤 없는 것 같을 때, 그래서 마음이 괴로울 때, 위로와 안식을 주는 건, 내가 떠난 지 오래된, 그저 ‘잉여’에 불과하다 여겼던 그 공부의 세계였다.
"우리는 영원히 타인을 모르는 거야. 안다고 착각할 뿐. 내가 어머니를 아무리 사랑해도 어머니와 나 사이에는 엷은 막이 있어. 절대로 어머니는 내가 될 수 없고 나는 어머니가 될 수 없어. - P120
"바다에 일어나는 파도를 보게. 파도는 아무리 높게 일어나도 항상 수평으로 돌아가지. 아무리 거세도 바다에는 수평이라는 게 있어. 항상 움직이기에 바다는 한 번도 그 수평이라는 걸 가져본 적이 없다네. - P2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