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밥은 편하게 먹자는 주의여서요.
아……… 그래.
나는 그 순간에는 조금 멋쩍었으나 금세 한갓진 기분이 되어서는 따라 웃었다. 얘는 열여섯인데 이게 되는구나 싶어서, 중심도 기준도 모두 자기한테 둘 수있구나 싶어서 좀 신기하면서도 기꺼운 질투심 같은게 일었다. 그건 신경말단이 툭툭 살아나는 느낌이기도 했고, 그제야 내가 서 있는 곳이 물속이 아니라땅 위라는 걸 자각한 것처럼 숨이 확 트이는 느낌이기도 했다. - P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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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님은 신용카드 한도의 90퍼센트 이상을 사용하였습니다. 고객님의 상향 가능 한도 및 신청 방법…."
문자가 왔다. 방금 6개월 할부로 그릇 세트를 샀는데, 아니 그게 얼마나 한다고 벌써 한도의 90퍼센트를 초과해? 한도는 500만 원.
90퍼센트라 함은, 내가 450만 원을 긁었다는 뜻이다.
"미쳤어."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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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봐야 부질없는 짓이다.
그래서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잃어버린 소중한 존재를 - P14

"그럼 이걸 가져가세요."
여자가 손바닥 안에 쏙 들어올 만한 크기의 종이봉투를 내밀었다.
"포인트 금액만큼의 경품이에요."
"뭔데요?"
"열어보는 재미가 있죠."
여자가 천연스레 말한다. - P20

대화라고 해봐야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정도. 이토 씨와 다나카 씨는 즐거워하는 눈치지만 나로서는 딱히 흥미롭지 않다. 도시락 가게가생기기 전에 일어난 엽기적인 사건인지 뭔지도 여전히 모른다.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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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작은 연애소설이면 좋겠는데요."
담당자가 말했을 때 아라는 웃어 보였지만 난처했다.
"요즘 연애소설이 잘 안 써져서요."
"에이, 대표작들만큼 진하고 좋은 거, 저도 읽고 싶고 독자들도 기다려요." - P36

이것이 타협인 줄은 알고 있다. 그러나 계속 가다 보면 타협 다음의 답이 보일지도 모른다. 어떤모퉁이를 돌지 않으면 영원히 보이지 않는 풍경이 있으니까, 가볼 수밖에. 아라의 손가락이 미끄러졌다. - P40

술에 취한 영환이, 아라에게 빈정거리며 말했다.
"너는 말야, 계속 그런 거나 써. - P44

용기 내 앞에서 인사라도 드릴걸, 뒤늦은후회를 하다가 따라 걷는 자에겐 뒷모습이 상징적일 수도 있겠다고 여기게 된 건 요즘의 일이었다.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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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날에 대해 쓸 때마다 나는 어김없이 내한계를 확인하고는 지운다. -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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