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빌어먹을 나의 무의식. - P252

아니야, 오늘 엄마 안 만났어.
안 만났다고? 왜?
몰라 얘기하자면 길어.
그는 내가 뭔가를 궁금해할 때마다 입버릇처럼기하자면 길다고 대답하곤 했는데, 막상 사정을 들어보면 그 얘기라는 게 길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있었나? 아니, 없었다. - P242

나는 어째서 우리는이런 식으로밖에 만날 수 없는 건지, 어째서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에게 사랑받으려면 정육점 쇼케이스 안의 벌거벗은 고깃덩어리처럼 나를 노골적으로 전시해야만 하는 건지 억울해졌고, 나를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함부로 안겨 주는 모멸감과 수치심으로부터 나를 분리하고 싶다는 생각에 이어폰으로귀를 틀어막았다. 그리고 저들의 세계는 나와는 별상관이 없는 것처럼 다시 핸드폰으로 눈을 돌렸다. - P227

참, 그러고 보니 우리 하루 치 일기가 남았는데 그건 못 보겠네요. 9월은 내일까지니까. - P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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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생각할 때, 나와 생각 사이에 또 행복 같은것이 있었다. - P33

내 손을 오래 바라본다. 나는 언제 행복했던가. 불안도 외로움도 없이, 성취도 자부심도 없이, 기쁨으로만 기뻤던 때가 있었던가. - P30

이제 내 마음이 말을 그친다파도도 그치고독수리들이 다시 날아간다발톱이 피로 물든 채 ‘ - P95

순간 깨달았다. 내가 국경에 거의 다다랐다는 것을.
하나의 모험이 끝나가고 있어서, 나는 선 채로 아이처럼 울먹거렸다.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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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과 만나기 시작했을 때 우리는 종종 다 같이 어울렸다. 흙과 물은 서로를 궁금해했고, 특히나 흙은물을 재밌어하는 눈치였다. 물은 처음에는 흙이 별로인지 데면데면하게 굴면서 낯을 가렸지만, 몇 번 식사를 하고 술을 마신 다음부터는 곧잘 웃고 떠들었다. - P189

그때 물이 전화를 걸어온 이유가 곤란을 호소하게나 도움을 청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내 안부를묻고 싶었던 거라고 생각하면 나는 울고 싶어진다. - P192

물은 문란해서죽은 게 아니다.
물은 불안해서죽은 게 아니다.
물은 무력해서 죽은 게 아니다. 내물은 슬퍼서 죽은 게 아니다.
물은 화가 나서 죽은 게 아니다.
물은 외로워서 죽은 게 아니다.
물은 게이여서 죽은 게 아니다. - P205

[살리고 있는 중. 가져가지 마세요.) - 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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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물건은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일까? - P76

지금 당장 필요한 것 같아도 사지 않고 그냥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다. 하룻밤을 참으면 일주일도참을 수 있다. 일주일을 참으면 한 달을 참을 수있고, 한 달을 참으면 장바구니에서 삭제할 수 있다. ‘어차피 살 거 빨리 사자‘가 내 쇼핑 모토였는데, 이제 ‘소비는 미룰수록 좋다‘라니. 엄청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 P75

"내일 당장 없다고 죽는 건 없다."

# 반소비주의반소비주의는 소비를 줄이려는움직임이다. 여러 갈래가 있지만, 현재 우리 사회의 소비 형태에 대한 의문을 공통적으로제기한다.

"자신에게 투자하세요." 이삼십 대를 범람하는 자기계발 책들과 함께 열정적으로 보냈다. 소파에앉아 멍 때리는 한 사람에 불과하면서도, 어째서인지 나는 오늘도 다양한 자기계발 상품들의 유혹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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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들
김병운 지음 / 민음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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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운을 기다리게 하는 소설들, 솔직하고 진지하며 따뜻하게 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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