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한테는 인간 중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몇 배나 더 난해했습니다. - P33

이미 제겐 그 ‘여자 달인‘이라는 냄새가 스민 탓에, 여성은(매춘부에 한정되지 않고) 본능적으로 그 냄새를 맡고 바싹달라붙는, 그런 외설스럽고 명예롭지 못한 분위기를 ‘부록’으로 받아, 그것이 제 휴양 따위보다도 지독히 눈에 띄게 되어버린 모양입니다. - P49

인간을 대하며 늘 공포로 부들부들 떨고 또한 인간으로서자신의 언동에 티끌만큼도 자신감을 갖지 못한 채, 저 한 사람의 번민은 가슴속 작은 상자에 감추고, 그 우울과 긴장감을 끝까지 숨기고 숨겨, 오로지 천진난만한 낙천성을 가장하면서 저는 익살맞은 괴짜로 차츰 완성되어갔습니다. - P17

저는 세상을 대하는 데, 점차 조심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 P105

편지지에 이렇게 연필로 큼지막하니 쓴 다음, 아사쿠사의호리키 마사오 주소와 이름을 적고, 살그머니 넙치네 집을나왔습니다. - P85

"역시, 죽은 여자가 그리울 테지?"
"네."
새삼스레, 잦아드는 가냘픈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그게 바로 인정이라는 거야."
그는 점점 거만스레 굴었습니다. - P7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 사람이 그럴 만한‘가치’가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리고 지금은 그 모든 일들이 다른 여자가 겪은 일인 것처럼 생소하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 사람 덕분에 나는 남들과 나를 구분시켜주는 어떤 한계 가까이에, 어쩌면 그 한계를 뛰어넘는 곳까지 접근할 수 있었다. - P65

. 예전 같으면 관심도 갖지 않았을 감상적인 곡조와 가사가 내 마음을 뒤흔들었다. 그런 노래들은 솔직하고 거리감 없이 열정의 절대성과 보편성을 말해주었다

그 사람은 "당신, 나에 대해 책을 쓰진 않겠지" 하고 말했었다. 나는 그 사람에 대한 책도, 나에 대한 책도 쓰지 않았다. 단지 그 사람의 존재 그 자체로 인해 내게로 온 단어들을 글로 표현했을 뿐이다. - P6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익숙하게 싫어하던 대상에 낯설게싫어하는 마음이 슬그머니 묘연해질임해보면때가 있다.

정해진 길이에 맞춰 써야 한다는 생각으로 글을 쓸 때는 느껴보지 못했던 음악적 감각이 이번 책에 동원되었다는 것은 음악가이기도 한 나에게무척 편안하고, 또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 P8

놀이터 벤치에 앉아 있는데 한 손에 깁스를 한 할머니가다가와 정중하게 자신의 손톱을 깎아줄 수 있는지 부탁해왔다는 글을 SNS에서 읽었다. 글쓴이는 흔쾌히 손톱을 깎아드렸고 답례로 행주와 율무차를 받았다고 했다. 요즘 이런 글에 유난히 울컥한다. - P21

‘반드시 내가 해야만 해‘라는 말은 주인공의 말이라고생각한다. 그래서 사랑을 할 때 우리는 ‘당신이 아니면 안된다‘라는 말을 한다. 사랑을 할 때 세계의 주인공은 ‘나‘와내가 택한 ‘당신‘이므로, - P33

나는 침대에 누운 채로 그의 목소리를 들으며 어쩌면
‘~인 것 같다‘는 말도 정직함과 정확함이라는 미덕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태도 속에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들었다. - P47

이런 애매모호함의 영역을 맡고 있는 모든 표현이 새삼소중하게 여겨진다. 뭔가 왠지 좀 막 그냥・・・・・・.
그것은 인간 소통의 연골 같은 역할을 해주는 것만 같다. 뼈처럼 확실하고 분명한 말들이 중요한 세상이지만 그런 말들은 연골과 함께 비로소 굴곡하며 다른 뼈들과 같이움직이는 일이 가능해진다. 멀리까지 달려나갈 수도 있고말이다. - P4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번역에 살고 죽고 - 치열하고도 즐거운 번역 라이프, 개정판
권남희 지음 / 마음산책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진짜 맛있는 귤처럼 술술 먹게 되는 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령의 마음으로
임선우 지음 / 민음사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꺼지지 않는 난로처럼, 녹지 않는 얼음처럼 따듯하고 아름답고 단단한 환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