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 문화적 간격을 잇는 이른바 가교역할을 한다지만, 출판업계에 존재하는 불평등을 이해하고나자 그 공리가 거짓으로 들렸다. 출판업자들은 소수민족의이야기를 "단일한 이야기" (single story)로 취급했다. 치마만다응고지 아디치에는 그것을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 P74

시인 프라기타 샤마가 말한 대로, 미국인은 죽음을 애도하는일도 기한을 정해놓고 하듯 인종에 관해서도 유효기간을설정한다. 미국인들은 일정 기한이 지나면 우리가 인종 문제를극복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비록 나는 회의적이지만,
이 기회에 우리가 미국 문학계를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기를바라는 마음도 있다. - P75

소수 민족에 속한 작가들의 문학 활동은예나 지금이나 본인들도 고통을 느끼는 인간임을 백인 세계에증명해야만 하는 일종의 인본주의 프로젝트다.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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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양을 위한 노래였지.

노랫말이 모두매애 매애매애라 되어 있어서

작은 양은 노래를 아주 잘 불렀어.

작은 양의 귀 뒤를 살며시 긁어 주었지.

그리고 브루키의 품에 꼭 안겼지.

옮긴이의 말처음 M. B. 고프스타인의 그림책을 만났을 때, 그 자리에서 얼른 읽고 가슴에 꼭 안으며 "그래, 이게 그림책이지." 했습니다. 이보다 더 간결할 수 없는 글과 이보다 더 단순할수 없는 그림이 만나 이토록 풍부한 울림을 전하다니요. 브루키와 작은 양이 서로를 아끼는 마음에 제 마음도 환해집니다.
2021년 겨울이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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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쏙 빠지게 혼이 났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어떤 죽음은 물음표로 남겨둬야 한다고, 여전히믿는다. - P7

출판계의 ‘빛과 소금‘이 되는 것은 나의 영원한장래희망이다. 책 팔아서 버는 돈이 생긴다면책 사는데 쓸 것이다. - P11

어떤 아이에게는 ‘두명의 엄마‘가 필요한 법이다. - P21

내게 어미가 아픈 것은 그 때문이다.
기관들이 다 아는 것이다. 나는 ‘가슴이 아프다’라는 말을 물리적으로 이해한다. - P29

"충분하다니? 알코올의존증환자에게 그것은 생경한 미지의 언어다. 충분히 마시는 일이란 없다."… - P41

계단을 딛고 오르면 공기가 달랐다. 햇볕의 틈을 찾아젖은 책을 널어놓으며 신에게 빌었다. ‘2층으로 이사가게 해 주세요.‘ - P48

우리에게는 특별히 운이 좋은(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곤 ‘에어백‘이 없었다. - P52

"자신이 죽을 수밖에 없다는 걸받아들이고, 의학으로 가능한 일과 불가능한 일을 분명히 이해하는 과정은 서서히 진행된다." 그리고 환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병원은 연명 치료에 관해서라면언제나, 무엇이든 할 일이 있다. 소변 줄부터 링거 줄까지 전신에 온갖 줄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 P59

나는 때때로 오늘을 잘 살기 위해서 죽음을 생각한다.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좋은 죽음‘이 아니라 마지막 순간까지 ‘좋은 삶‘을 사는 것"이라는 말에 깊이동의한다. 죽음은 공평하다. 나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필연인 죽음은 늙은 결과가 아니라 살아온 것의 결과로 평가받아야 한다. - P62

멀미 나는 격차들이 어디서 오는지 궁금했다. 기자라는 직업은 그 숙제를 얼마간 해결해 주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이 ‘지식인‘ 세계에 진입했을 때 나는 그들과 되도록 최대한 비슷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내가 원하는게 가난을 이해하고 싶은 게 아니라 벗어나고 싶은 것이었음을 그제야 알았다. 새로운 세계에서 좌불안석하면서도 나는 안도했다. 물론 나는 지금도 가난으로 인해 어딘가 부서지고 망가진 내면이 언젠가는 사고를치고 말 것이라고 긍긍한다.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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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티코가 멀어졌다. 휘청이며 빠르게 나아갔다. 두 남자는 멀어지는 차를 보았다. 희한하게도 여성분의 머리가 보이지 않았다.
몸을 옆으로 완전히 꺾은 채 차를 모는 듯했다. 아주 멀어졌을 때,
일개 엽사가 아니라 사격 선수만이 실력 발휘를 할 수 있을 만큼멀어졌을 때에야 뒤통수가 가물가물 올라왔다. - P298

"그래서 주께서 당신을 주셨나봐." 빨간 남방이 수줍게 말했다.
"오늘 주께서 나한테 너무하셨잖아. 그래서 좋은 몫을 주신 거지 - P300

"기본으로 하렴."
장례에서 기본은 최저가를 의미했다. - P304

"왜 그랬니?"고모가 물었다.
"나도 해봤어요."
무경이 말했다. - P307

"할 순 있지만 정말 하기싫은일. 고모의 그 일을, 내가 했어요.‘ - P307

"실뜨기에서 실을 꼬집어 올리는 것처럼요, 이렇게." - P310

목경은 사람들이 모인 열탕을 지나 그대로 샤워부스로 갔다.
워기 옆 거울에 기증 단체명이 적혀 있었다. (중)둥지협동조합. 기울이 수증기에 젖어 흐렸다. 목경이 팔로 거울을 문질렀다. 짧은순간, 뒤가 비쳤다. 고모와 언니가 보였다. 아이와 아이 엄마도 그들은 그대로 탕 안에 있었다. 수증기가 밀려왔다. 고모와 언니는(증)둥지협동조합과 함께 다시 흐려졌다. - P312

그의 소설은 서사의 복잡계 complex systems다. 진실한 인물들은핵심을 곧장 말하지 않고, 여러 부가 텍스트paratext를 껴안은 서사는 거듭 반전되는 이중 삼중의 중층구조로 겹쳐져 있으며 서로 다른 작품 속 동명의 인물들과 상호 텍스트성을 발생시킴으로써 복수plural의 가능세계를 연결한다. - P317

여성이 샷건을 들고 산을 누비고, 소설을 쓰고, 지하철에서 화장을하거나 자리를 옮길 그 모든 권리를 제약하고 막아서려는 억압의심리가 각종 언어적·물리적 여성 혐오와 범죄로 발현된다. 소설이 이를 두고 평등의 ‘대가‘라고 한 것은 의도된 아이러니다. - P337

표제작 이중 작가 초롱은 이미상 특유의 언어 비틀기와 서사의 중층구조, 상호 텍스트성이 한꺼번에 폭발하며 빚어낸 빛나는수작이다. 평소에 문학을 사랑해온 독자라면 흥미진진하게 페이지를 넘기겠지만 동시에 꼭 그만큼 속도가 느려지는 모순에도 처할 텐데, 그 이유는 독자가 소설이 제기하는 크고 작은 문제들에대하여 나름의 해석을 내리는 순간 정치적·윤리적 견지가 명료해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독자는 이 작품을 읽기 위해 자신의 정치적·윤리적 입장을 일시적일지라도) 천명해야만 한다. 이 소설을끝내 제대로 완독하고자 한다면 작품이 담고 있는 도발적인 물음표들을 피할 길은 그 어디에도 없다. 그러니 나는 독자들에게 요청한다. 적어도 이 작품만큼은 자신의 목소리를 회피하지 말고 읽어나가기를 - P339

그에 반발하고, 저항하고, 입을 열어 이질적인 목소리들이터져나올 수 있게 해야 한다. 문학은 현실을 뒤따라가며 올바르게‘ 반영하고 재현하는 기록물이 아니다. 과거와 현재를 재맥락화하고 지나간 시간 속에서 보지 못했던 빛과 어둠을 찾아내며, 다가올 미래의 가능태를 그려낸다. 이미 합의된 가치관을 지지하는
‘안전‘한 재현만이 문학일 수는 없다. 시대를 이끌어온 모든 예술은 당대에 이미 불온했다. 소설이 지닌 힘이란 바로 이런 문학적상상력, 발칙하고 도발적이며 독자들을 불편하고 난처한 처지로몰아넣음으로써 그 누구보다 동시대 속에서 살아내게끔 추동하는힘이다. 혁명하는 힘이다. 소설집을 덮고 깨닫는다. 이미상의 소설이야말로 그간 내가 기다려온 소설이다. 나는 이런 소설을 정말로 기다려왔다. "문학은 자유다.‘ - P348

12) "문학의 임무 가운데 하나는 사람들을 지배하는 경건함에 질문을 던지고 반대진술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예술은 무언가에 반대하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대립적인 것으로 쏠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문학은 대화이고 반응입니다. 문학은 문화가 진화하고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무엇이 살아 있고 무엇이 죽어가는가에 대한인간의 반응의 역사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수전 손택, 『문학은 자유다. 홍한별 옮김, 이후, 2007,269쪽. - P348

나는 나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글이, 소설이 이렇게 만만해지면 어떨까 상상한다. 우리가 공유하는 문자라는 툴tool을 이용해 오늘 떠오른 생각을 사실적으로 기록하고, 상상을 덧붙여 비약하고, 무의식적으로 거짓말하고, 심심한 문장을 화려하게 살리고, - P350

한껏 꾸민 문장을 싱겁게 씻어내며 생각이 글을 짓고 글이 생각을바꾸는 무한 루프 안에서 골똘해지는 경험, 뺨을 달아오르게 하는기쁨이 이 책에 담겨 전달되면 좋겠다. - P351

예전부터 내 소설을 시간 내어 읽어준 독자분들께 전하고 싶어아껴둔 말이 있다. 단편소설의 핵심을 설명하는 조지 손더스의 ‘압축은 예의이자 친밀감의 한 형태이다"라는 말이다. 이 책에 담긴여덟 편의 소설을 쓰며 단편소설이란 미술시간의 접이식 물통 같다고 생각했다. 쓰는 사람은 마음에 품은 긴 이야기를 짜부라뜨려압축한 소설로 건네고, 읽는 사람은 그 소설을 펼쳐 가려져 있던주름의 이야기를 읽는다. 아니, 주름에 자신의 이야기를 써넣는다.
함께 아코디언을 접고 펼치며 노래하는 친근한 공간을 상상해주신 독자분들께 감사하다.
2022년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이미상 - P352

수진은 안다. 여자가 어떻게 지하철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막상 지하철만 타면 딴전만 부리다 결국 후회하고 만다. 무엇이 수진을 아는 대로 행하지 못하게 막는가. 인식과 실천을 잇는 다리는 대체 어디에서 끊겼는가. 싹싹 비는 수진을 보며,
얼굴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 P123

안파 쪽 사람이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더니 말했다.
"좋아! 내가 정확한 정의를 내려주지. 위험한 사람이란!"
안파 쪽 사람이 평파 쪽 사람에게 얼굴을 바짝 갖다댔다.
"네가 옆에 안 앉으려고 하는 사람. 어때, 심플하지?"
"심플? 대단히 복잡한데?" - P130

"나는 테러 다음날 공원에 나온 사람들을 생각해. 그들의 저항을 생각해. 그들이 한 건 그저 몸을 펴는 것이었어. 테러는 우리를콩벌레로 만들어 몸을 똘똘 말고 웅크리게 해. 살던 대로 못 살고작게 살게 해. 둘 중 하나 고르라며 종주먹을 들이대 열린 세상에서 닫혀 살거나, 닫힌 세상에서 열려 살거나. 나는 감히 말해보는거야. 열린 세상에서 열려 살자고 아무리 무서워도 용감하게 용감한 수진처럼" -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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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목경이 카페에서 남의 이야기를 엿듣는 부류는 아니었다.
그러나 누구나 만나곤 한다. 누가 듣거나 말거나 목청껏 말하는 무신경한 사람이 아니라 카페의 모든 사람이 자기 말을 들어야 한다는 듯 심하게 거들먹대는 사람을 - P275

"물론......‘
물론 ‘물론‘이겠지, 목경은 생각했다. - P276

"저는 ‘한 방‘을 못 치기도 하지만 안 치고 싶기도 해요." - P277

"못해서 못하니까 좋은 거예요. 무능해서 귀한 거예요. 잘하는데억지로 안 하는 사람은 반드시 흔적을 남겨요. 자기 절제라는 고귀한 희생에는 어쩔 수 없는 인위가 묻어난달까요? 하하하. 세상이그렇게 공평하답니다!" - P278

"돌겠네."
동생의 머리가 뚝 떨어졌다. - P279

틈 없는 정신과 틈뿐인 몸의 간극을 메운 것은 무수한 규칙이었다. 천 가방을 챙기지 않았다면 맨손으로 모든 물건을 옮겨야 한다. 유리 용기가 없다면 생고기든굴이든 가지고 있는 것으로 싸야한다-올드 셀린, 언니가 갈색 핏물이 밴 스카프를 펼치며 말했다. 그래야 버릇을 고칠 수 있다. - P279

"도와주세요. 물건을 저에게 올려주세요."
사람들은 골칫덩이를 치우기 위해 그녀의 팔에 물건을 쌓기 시작했다. 그러다 그만 재미를 느끼기도 했다. 애들의 생떼에서 시작해 어른들의 쾌락으로 끝나는 젠가놀이처럼. - P280

목경이 상중이라고 해서 대단한 상을 당한 것은 아니었다. 고모가 죽었고 그마저 모르고 넘어갈 수도 있었다. - P281

어릴 적 목경은 고모를 ‘결혼 안 한 고모‘라고 불렀다. 다른 별명으로는 ‘모래 고모‘가 있었다. 그것은 고모 자신의 농담에서 유래한 것으로, 고모는 자기 형제의 출생순서와 가치를 이렇게 설명하곤 했다. "목경아, 쌀보리 놀이 알지? 쌀에 손을 닫고 보리에 가만있는 놀이. 쌀만 환영하는 놀이. 그걸 우리 형제에 대보면 이리된다. 큰오빠 쌀 큰언니 보리. 작은오빠 쌀. 아들 둘에 딸 하나. 딱 좋았는데, 내가 기어이 나오고 말았어. 그러니 나는 보리에도 못 미치는 모래 아니겠니?" - P282

한번은 거실에서 아이 목소리를 흉내내는 오싹한 소리가 들려 나가보니 엄마가 어둑한 식탁에 앉아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속 꼬마의 대사를 외고 있었다. "택시 기사가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을 가리키며 꼬마 조나에게 물었습니다. ‘올라가서 뭘 할 거니? 꼭대기에서침을 뱉을 거니?" 조나가 말했습니다. ‘No, I‘m gonna meet mynew mother." - P284

면서 언니는 점점 현실에서 멀어져 어딘가로 흘러간 게 아닐까. 수십년 뒤 햄스터를 두 마리에서 백 마리로 늘리는 사람으로, 밥솥에 밥을 짓고 일 년 후에 열어보는 사람으로, 고모에 이은 집안의두번째 사고뭉치로. - P287

"고모가 꿩 잡아올 테니 여기서 기다려." - P289

어쨌든 고모는 사냥하러 가고 언니는 책만 봤다. 목경은 심심했고 세 명의 사람을 만났다. 무덤에서 만난 세 사람은 다음과 같았다. 첫번째 사람은 앞뒤로 박수 치며 뒤로 걷는 사람이었다. 앞뒤로 박수 치며 뒤로 걷는 사람답게 그는 곁눈으로 자매를 끝까지보면서도 둘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 P290

"난 여기 있을래요."
무경이 말했다.
"안 돼. 위험해. 같이 있어야 해."
고모가 말했다. - P293

"안녕, 삼촌 해봐, 삼촌." - P295

"예쁘긴 예쁜데 또 개년은 개념인지라."
끄덕끄덕. - P297

고모가 그 여성분이기라도 한 듯 빨간 남방이 고모에게 입을 삐주대며 말했다. - P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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