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 없는 여자와 도시 비비언 고닉 선집 2
비비언 고닉 지음, 박경선 옮김 / 글항아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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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운애착 을 통해 활주하는 글을 읽는 낯선 매력을 알려준 #비비언고닉 의 책 #짝없는여자와도시 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매끄럽게 신랄하고 섬짓하게 솔직하다.

소제목 없이 뻗어 나가는 그의 에세이를 따라가는 건 마치 가이드 없는 탐험을 떠나는 일이기도 한데 이게 자주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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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날, 내가 보이지 않는 막이라는 표현을 쓰면 그런경험에 대한 분석은 저마다 제각각일지언정 무슨얘긴지 단박에 알아듣는 여자들을 알게 됐다. 늘 그런식이죠, 그들은 대부분 그렇게 말하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 여자들은 전부터 쭉 그래왔던 그 방식과 이미 화해를한 상태였다. 나는 그럴 수 없는 사람이었다. 내게는 그일이 매트리스 스무 장 아래 깔린 완두콩이 되어 있었다.
그렇게 내 영혼을 쑤셔대는 통에 도저히 배겨낼 수가 없었다 - P39

뉴욕의 우정은 울적한 이들에게 마음을 내주었다가자기표현이 풍부한 이들에게 마음을 빼앗기기도 하는분투 속에서 배워나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거리는누군가의 징역에서 벗어나 또 다른 누군가의 약속으로탈주하려는 사람으로 가득하다. 이 도시가 그 여파로어지럽게 동요하는 듯이 보이는 순간들이 있다.
* - P44

그러더니 성냥을 그어 담배에 불을 붙인다.
"나는 사는 게 적성에 안 맞아" 내가 말한다.
"누군들 맞겠어?" 그는 내 쪽으로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대꾸한다.
* - P48

랠프 월도 에머슨이 말했다. "혼자인 사람은 누구나진실하다. 타인이 들어서는 순간 위선도 시작된다. (・・・)그러니 친구란, 본질적으로 일종의 역설일 수밖에 없다" - P54

그가 방금 한 그 말 때문에 우리는 더 이상 거리를좁히지 못한다-벌써 몇 시간째 그와 함께 있으면서도나는 내내 혼자였다. 하지만 그저 무의미하게 지나갔을저녁에 그의 말이 부여한 명징함 덕분에, 삶이 조금은 더견딜 만하게 느껴진다 - P58

늘었다. 영 괴로웠다. 투표를 할 수 있는 나이가 되기한참 전부터 나는 부르짖고 다녔다. "어떻게 그런 말을 할수가 있어!" 엄마가 느끼던 종류의 그 결핍감에 나 역시어찌할 바를 몰랐다. 마치 태어나자마자 ‘이상적인 친구‘를빼앗기는 바람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 결핍을 겉으로드러내는 것만 남은 사람처럼. - P65

저 남자는 누구지? 나는 생각했다.
저이는 내 짝이 아니야,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 사람만 있다면, 또 생각했다.
1년 뒤 우린 이혼했다. - P70

나는 여전히 엄마의 딸이었다. 엄마가 원판이면 나는현상이었지만, 어쨌든 우린 둘 다 거기에 있었다. 결국엔혼자였다. 제 짝이 아닌 사람과 함께. -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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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진이라는 아이가 있었어. - P18

소녀 신발에 앉은 먼지는 파로 털잖아. - P22

소녀 밤은 꿈을 보호해. - P25

우리는 동시에 외쳤어.
꿈!
그리고 나는 잠이 깼어. - P34

진짜가 죽으면 가짜라도 짚어야 살아. - P42

귀신 이야기 하나 해줄까?
귀신이 해주는 귀신 이야기. - P56

소년 조심해.
울다가 웃으면 어른이 된다. - P76

괘종시계가 울면 세어보게 된다.
몇 번 울어야 밤이 멈추나. - P98

가장 아름다운 꿈은,
그 애와 함께 있는 꿈이에요. - P103

예쁘게도 얼었다내 발은 닿자마자 얼음 위에 붙어버려얼음 밑에 사랑하는 소년이 살아서 그런 거지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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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쪼록 이 한 편의 긴 노래가당신에게 온전히 가닿길바라며.

갑자기 찾아온 이 행운이 또 불쑥 어딘가로 사라져버릴까 봐. - P7

세상에는 오직 본인만이답을 정하고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긴 기다림 끝에 내가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해깨달은 것이 있다면 그것 하나다.

작게 얘기하면 괜찮은 것 아닌가 하실 수도 있겠죠. 하지만 우리가 극장에 가면 영화가 시작되기 전에 안내 영상이 나오죠. 불이 나면 어디로 대피해라.
너희들이 지금 있는 곳은 8관이다. 이러면서 마지막에 뭐가 나오죠? 대화 금지. 말하면서 영화를 보지 말라는 것이죠.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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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일호 작가는 ‘누군가에게 빚지지 않고 쓸 수 있는 기사는 없다’고 책 속에 썼다. 그의 책 #슬픔의방문 은 ‘누군가에게 빚지고 빛을 보고 빗장을 풀어서 쓴 역사’로 읽힌다. 주눅드는 시간들 앞에서, 주저하는 마음들 뒤에서 찾아온 무수한 슬픔들에게 자신의 방문을 기꺼이 열어준 이는 오로지 자신만의 슬픔으로는 노여워하지 않는 법. 노련한 인생이란 없으며 서러운 연민 또한 귀하다고 믿는 이가 펴고 엮은 글들 위에 한 사람의 통째의 삶이 누름돌처럼 얹힌다. 자기 삶의 무게를 글 위에 싣는 일은 더없는 육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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