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공용으로 쓰는 휴게실은 문 없이 마당과곧장 연결되어 있었다. 포스트잇이 잔뜩 붙은 휴게실벽을 따라 싸구려 향 냄새가 밴 앉은뱅이 소파들이늘어서 있었다. - P9

우붓에 애나 패서디나가 온대. - P14

전에는 이렇지 않았다. 쉽게 어울리고 쉽게 헤어졌다. 지금처럼 남을 의식할 필요도, 의식하지 않기 위해 애쓸 필요도 없었다. - P10

밤이 되면 플라스틱의자를 끌고 내 곁으로 모여드는 사람들. 기억 속에선명한 파티 같은 밤들. 나는 그게 그리웠다. - P13

저희 생각은 그래요. 현오가 말했다.
고급문화와 대중문화를 뒤섞는 건 자기애로 똘똘 뭉친 작가가 자신감이 없을 때 쓰는 마지막 카드라고요. - P19

"우리 기호랑 잘 맞겠네. 나이도 얼추 비슷하고.
"기호요? 그게 누군데요?"
"기집애처럼 생겨갖고 카메라 들고 다니는 놈 못봤어요?" - P23

현오의 깍듯한 태도는예의나 존중의 표현이라기보다 마음에 들지 않는 타인을 슬며시 밀어내는 기교에 더 가까웠다. - P29

"반장 형 말이 맞구나."
"뭐가요?"
"김재아 보통 사람 아니라고." - P40

우리는 각자의 영역에서 작은실패를 맛보고 작은 성공으로 그것을 갈음하길 거듭하며 나이에 어울리는 포기와 체념을 얼굴에 새겼다.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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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대상으로 어떻게 전달할까, 이게 김보통의 고민이었다. 이를테면 웹툰 <아만자>는 암 환자도, 환자가 아닌 사람도 암 환자를 다룬만화를 보고 싶어 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선택한 건 어두운 이야기가 아닌 것처럼 포장하는 것이었다. 파스텔 톤으로 그림을 그렸다. 대사는 짧고 여운이 남게 썼다.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좋은 최적의 형태가 뭘지 나름 판단했던 것 같아요." - P11

‘좀더 다녀볼까‘라는 생각을 한 건 대리로 진급하고 바뀐 연봉을 봤을 때다. 대기업 영업직으로 입사해 점심 저녁으로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불렀다. 접대가 일상이었다. 몸도 마음도 이미 지쳤지만, 확뛰어오른 연봉에 잠시 다른 생각을 했다. 그때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쯤 하자.‘ 그렇게 2013년 회사를 박차고 나왔다. - P9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입산금지래. 백록담 못 가. 백록담은 저기 저기가면 사슴도 오고 노루도 와서 거기서 물 먹고 그래. 보이나? 나중에눈 말고 꽃 피면 오자, 엄마랑 나랑 둘이. 내가 데리고 올게. 꼭."(〈우리들의 블루스) - P23

노희경 작가의 팬인 후배 기자도 인터뷰에 동석했다.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후배를 본 그는 "이쪽에 와서 들어요. 거기선 잘 들리지도 않을 텐데. 지금 기운 없어서 목소리도 작은데"라며 먼저 사람을 챙겼다. 요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얘기를 들은 터라 내심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나간 인터뷰 자리였지만 ‘스타 작가‘가 건넨 배려에 걱정도 긴장도 녹아내렸다. - P27

그는 요새도 드라마 소재를 찾으러 대중교통이나 찜질방 등을 자주찾는다. "전철을 타서 칸을 옮겨다니며 사람들을 관찰하기도 하고요. 찜질방 가서 삼삼오오 음료수 마시는 사람들을 구경하기도 해요.
<슈룹>의 태소용(김가은)처럼 귀엽고 통통 튀는 인물을 만들 때는 카페에 가서 사람들 화법을 듣기도 합니다. 제 지인과 상상력은 한정돼있으니까요." - P31

박연선 작가는 ‘팬덤‘으로 불리는 작가다. 17년 전 손예진, 감우성 주.
연의 드라마 <연애시대> 명대사는 아직도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회자된다. 폭설로 고립된 명문고 학생들이 의문의
‘자살 예고 편지‘를 받으면서 시작하는 드라마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휴스턴국제영화제 TV시리즈 가족 · 청소년 부문 대상을 받았다.
요즘도 대본집과 DVD가 중고시장에서 거래된다. <청춘시대>는 시청률이 높지 않았는데도 <청춘시대2>까지 제작됐다. 마니아층이 없는작가라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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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헌 마음으로 글을 쓰는 나를 떠올렸다. 이런 사람들을 만나고 나면 글쓰기라는 게 혼자 하는 일- 이 아닌 것 같다. 내 질문에 대답해준 사람들의 도움으로 완성하는 게 글쓰기 같다. 그러므로 생소한 얼굴들에 대한 궁금함을 죽을 때까지 간직하고 싶다. 당신은 어떻게 해서 이런 당신이 되었냐는 질문을 멈추지않고 싶다. - P138

방송을 하다가 너무 좋은 말이 나오면 후배를 바라봐. 그리고 이렇게 물어봐. "너도 들었어?" 그럼 후배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 그때는 정말그것으로 족해. 그럴 수 있기를 바라. 아주 깊게대화를 나눌 수만 있다면, 아주 깊게 들을 수만있다면, 아주 깊게 말할 수만 있다면….1414. 정혜윤, ‘마술 라디오』, 한겨레출판, 2014, 56 면 - P142

그 일을 같이 겪지 않았지만 인숙 씨의 이웃처럼그 얘기를 전한다. 이때의 나는 아무도 아닌 동시에여러 명이다. 인터뷰를 하면 할수록 다른 이의 이야기가 내 얘기처럼 외워진다. 남의 이야기들로 내가 가득찬다. 나는 스스로를 이런 식으로 채우고 싶다. 나 아닌 얼굴들을 독자의 마음속에 그리고 싶다. 그건 계속해서 깊게 듣고 싶다는 의미다. - 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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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소 퍼즐을 생각해보자. - P31

이 내면의 검열관은 나를 멈추게 하려고 한다. - P27

그 힘을 받아들이고, 심지어는 파도 타는 법을 배우고싶다. 우리는 거친 파도를 견디는 법을 배우고 싶다. 우리가 알아야 할 전부는 가치가 있는 전부는 그 안에 들어있으니까. - P25

사랑에 빠지는 순간처럼 어슴푸레한빛이 스스로 당신의 글감이라고 공표하는 일은 드물지만, 마법은 일어난다. 이순간을 무시하면 글을 쓰는 당신은 위험해진다.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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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비가 오고 전화기가 잠잠해질 때 - P55

고삐를 당겨 조금 더 우리, 밝은 쪽으로어린이보호구역처럼 아름다운 곳으로 - P61

고 날아가는 기러기의 등을 보면서 실눈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너를 보면서 눈 밑에서 해가 타는 것을 느꼈다 벌어지는 입을 틀어막았다I - P63

빛나는 여자, 선 채로 눈감은 슬픈 저 여자대성은 지장보살을 가리키면서 이곳의 공기를 깊숙이 들이마셨다 - P67

눈앞이 선한 등으로 가득했다 - P71

한 점 힘에서 못자리와 유전은 열리고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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