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보다 : 봄 2023 소설 보다
강보라.김나현.예소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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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고 있는 최고의 가성비템. 새로운 한국 소설가를 만나는 기쁨. 소설에 이어지는 인터뷰가 있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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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거 때문에 보자고 한 거야." - P160

"이게 왜 너한테 있어?"
"받았으니까." - P161

술을 많이 마셨고 대다수 사람을 미워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적어도 나는, 그렇게 말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누구보다 순정의 사랑을 흠뻑 받고 자란아이였기 때문에. - P164

세례를 받지 못한 사람은 영성체를 받을 수 없어.
나는 순정의 단호한 목소리에 입도 벙긋하지 못했다. - P165

그러니까 드세고 제멋대로일 수도 있는여자. 그 당시 나는 순정과 흠뻑 사랑에 빠져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참을 수 없이 미워지기 시작했다. - P168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정말 수가 나서서 그 둘을 깨웠다면 나는 짜증을 부렸을 확률이 높다. - P171

뭘 이런 걸 다. 다 컸네, 우리 애기. 나는 얄미워 죽겠는 마음이 약간 누그러지는 걸 느꼈지만, 그럴라치면 늘 백화점에서 값비싼 압력 밥솥을 찾아 돌아다니는, 마르고 하얀 스물일곱 새댁이 떠오르고 말았다. - P173

"뭐하게?"
"재밌는 거."
"이상한 거 하지 마."
"이상한 게 뭔데."
"아무튼, 나 진짜 싫어." - P175

"걔는 지 엄마만 끔찍이 아껴." - P181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이후 나는 순정만큼은 아니지만, 소량의 항우울제를 처방받아 먹고 있다. 중소기업의 적은 월급에 비해 나가는 돈이 너무 많았고삶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내 집은 없는데남의 집이 너무 비싸서, 손 안 대고 돈 버는 사람들이있어서, 애인이 미워서. 다양한 방식으로 마음이 헐었다. - P185

"평생 외로움을 책임질 수 있는 사람만 그 사람을 보살필 수 있니?" - P187

"비가 너무 많이 와."수가 투정을 부리듯 말했다. 재워달라는 뜻이었다. 나는 고민을 좀 하다가, 모른 척했다. - P194

우리 중 아무도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다만 나는 그 순간 우리 가족이 가진 축축하고 퀴퀴한 기억들이 전부 엉켜버렸다고 생각했다. 엄마가이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저도요. - P196

최근 제가 스스로에 대해 한 치도 모른다는 것을 깨달아서, 요즘에는 제 마음을 되돌아보는 일에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불쑥 솟는 기억을 가만히 응시하면서 내가 이랬구나, 저랬구나, 그런 일에 천착하고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다시 나는 나를 한 치도 모르는구나, 하는 굴레에 빠집니다. 그래서 스스로 단정짓는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 P199

삶은 예측할 수 없는 경로로 마구잡이로 뻗어 가는데, 통상적인 세상의 인식은 그런 의외성을 외면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저조차 그런 데서 두려움을 많이 느끼고요. 사람들은 과연 언제나안전한 방식으로 관계를 꾸릴까요? 사실, 어떻게 보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안온한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절대로 소설이 ‘일상의 서사‘로 흘러가지않게 노력하는 편입니다. 제가 예측할 수 없는 삶을살아가듯이 제 소설의 인물들도 예측할 수 없는 국면을 맞이하기를 바랍니다. - P200

‘트라우마‘가 ‘그리움‘이 되는 방식은 그것이 ‘관계‘로 말미암아 생겨났기 때문이에요. - P205

저는 언제나 ‘사랑‘이라는 키워드에 대해 의문이 많았어요. 그렇게 몽글몽글한 것만은 아니지 않나, 그런 생각 때문에요. 물론 어떤 함의를 지니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에게 ‘사랑‘은 어찌 보면 가혹한 것과 같거든요. 마음을 주게 됨으로써 일어날 예기치못한 일들을 감수하게끔 하는 감정입니다. - P205

괴롭더라도 마주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와 타인의 "고통과 우울, 그리움"
을요. 저도 화자가 로봇 청소기를 끌어안았듯이, 얼른 달려가서 끌어안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를 쓰겠습니다. - P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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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단 후 나름대로 바쁘게 시간을 보냈어요.
작년에는 운이 좋게도 계절마다 단편을 발표하고 장편 출간도 했습니다. - P137

지워지지 못하고 다음 날로 이월되는 계획들이 이를 더 효과적으로 보여주지 않았나 싶어요. 어긋나는 삶의 방향과 ‘오늘 할 일‘을 연결시키고자 했던 특별한 계기랄지, 까닭이 있으실까요? - P138

동일 인물이 다른 두 소설에 등장한 것처럼 보이기를 바랐습니다. 이들은 애매하게 무례해요. - P141

보상받을 수 없는 보상에 대해 더 부연할 부분이 있으실까요? - P143

어쩌면 대부분의 보상이 ‘보상 같은 것‘ 수준에서 멈춰버리는 게 아닌가 싶고요. 아마도 그 조차도없는 상황이 더 많겠지요. - P144

최근에는 매일 90분을 쓰자고 마음먹고 스톱워치를 맞춰 쓰고 있습니다. 얼마 전 존 르 카레가 작가생활 초기에 90분씩 글을 써서 소설을 완성했다는이야기를 보고 힌트를 얻었거든요. 아마 그가 첩보요원으로 활동하던 시기에 그렇게 글을 쓰지 않았나 - P146

잠을 많이 자면 머리가 이상해진다. 그런데 나는7. 이상해지는 느낌이 좋다. - P151

그리고 육개장은 괜찮으니 떡과 귤만 좀 가져다 달라고 했다. 수는 소주를 마시며 말했다. 나는 네 고모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온 거야. - 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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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의응답 시간이 왔을 때 나는 서호경 작가에게물었다. - P57

탁자 위에 양배추 한 통이 놓여 있다. - P58

삶의 터전이 단단할수록 더 큰 리스크를 감수할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 그것이 모순으로 느껴졌고 일탈마저 특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새삼스러운 이야기를 새삼스럽지 않게풀어내는 것이 어쩌면 저의 이번 ‘과제‘였던 것 같기도 합니다. - P71

특별할 것은 없어 보였다. - P81

우리는 상대가 원하는 답을 하지 않으며 서로의말을 튕겨냈다. - P86

ㄴ- 제발 전화 좀 하지 마. 밥은 알아서 챙겨 먹고.
"이게 도대체 무슨 뜻이야? 전화는 하지 말고 밥은 먹으라니?" - P89

"어쩌겠어...
짧은 한숨이 흘렀다.
"이 대리는 요새 힘든 일 없어?"
"있죠." - P91

"취하기 전에 다이어리 쓰자.‘
"다이어리 쓸 분위기 아닌데." - P96

전쟁이었다. 하늘에서 시작되었다 - P100

"그렇게 오래 모텔에서 사는 거면 돈은 있는 거아니에요?"
"돈이 있으면 집을 구했겠지." - P105

"좀 메슥거려서요."
"혹시 임신한 거 아니야?" - P110

곧이어 선일은 구청장의 차에 숨어 들어간 일을말했다. - P121

"구청장님은 좋은 분 같습니다." - P124

어제와 비슷한 오늘도 괜찮은 것인지 아무에게나 묻고 싶었다. 봄이오고 있다는 걸 알았지만 눈앞에는 없었다. 정말로오긴 오는 것인가. 다가올 계절이 아직은 믿어지지않았다. -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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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밤을 새워도 피곤한 줄을 모르겠는 거예요. 야,
이런 거구나. 좋아서 내켜서 뭘 한다는 건 이렇게 좋은거구나. 그래서 저한테는 이 강연의 모든 과정들이 너무나도 행복한 순간이었습니다. - P123

삶 전체를 돌이켜보니 그런 아쉬움이 들더라고요. 어쩌면 세상에 나를 맞추는 일과 온전히 나 자신으로서살아가는 일 중에서 어느 쪽을 택해야 하는지를 여전히 고민하고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 P126

나는 왜 쓰고 만드는가 - P127

어떻게 보면 제 운명을 바꾼 그 잡음은 전혀 의도한것이 아니었기에, 그리고 그 잡음을 없앴지만 결국 곡의 매력을 잃어버리게 된 것 역시 예상치 못했던 일이었기에, 운이라는 건 그렇게 저를 음악을 하게 해주기도 하고 막상 하게 됐을 땐 또 저를 좌절케도 만드는얄궂은 존재였죠. - P133

당신이 평생 100장의 앨범을 들었으면 그 100장 안에서 당신의 음악이 나오고 천장의 앨범을 들었으면그 천장 안에서곡이 나온다. 이 얘기는 뭐냐면 입력을 많이 하면 할수록 확률적으로 더욱 풍부하고 윤택한 출력이 가능하다. 즉, 내가 살면서 쌓은 데이터가많으면 많을수록 그게 다 창작을 위한 재료이자 무기가 된다. 뭐 이런 얘기가 되겠는데요. - P135

그래서 저는 입력을 할 때 이 양이라는 함정에 빠지지 말 것을 항시 당부드리는데요. 양이라는 것은 질에 비해서 훨씬 덜추상적인 개념이죠. 그렇기 때문에 측정하기가 쉽습니다. 측정하기가 쉽다는 건 수월하게 수치화할 수 있다는 것이고, 이런 특성은 내가무언가를 했을 때 질보다 훨씬 명확하게 그리고 손쉽게 어떤 성취의 지표로 삼을 수가 있다는 거죠. - P136

어떤 분야가 됐든 창작자라면 수많은 선택지 중에어느 것이 최선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할 수밖엔 없고,
그 고민의 결과가 그 사람의 인생을 좌우하게 됩니다.
그 선택과 판단을 할 때 제일 중요하게 작용하는 안목과 판단력이 어떻게 중요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 P139

나는 그렇게 담백한 사람이 아닌데. 그 책을 그렇게썼을 뿐. - P145

누구든 수백, 수천 번 퇴고가 된 삶을 산다고 생각해보세요. 얼마나 실수를 덜 하겠으며 얼마나 바른 삶을 살겠는지. 하지만 삶은 글이 아니죠. 삶은 순간이고, 순간은 고치거나 다시 쓸 수 있는 게 아니니까. - P146

듣고 보니까 맞는 말 같은 거예요. 그래, 사랑을 하는 데에 방식이 한 가지만 있는 게 아닌데 나는 어째서 그렇게 오랫동안 자책을 했을까. 나는 내 식대로 내가 좋아하는 걸 대했을 뿐인데. - P156

자, 좀 더 들어가볼게요. 한 명의 창작자로서 저는꾸며내지 않은 솔직함이란 표현이 매번 이상하게 들리거든요. 꾸미지 않고 어떻게 솔직한 느낌을 주지? 이건거짓말을 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읽는 이로부터 솔직하다는 느낌을 이끌어내려면 많은 노력과 연출이 필요할 수밖엔 없거든요. -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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