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여름, 『채널예스』 창간 4주년 특집 대담에참여했다. 망원역 근처에 있는 공유 사무실 겸 공유거주 공간에서 프랑소와 엄 편집장, 나, 그리고 내가좋아하는 편집자 두 분과 만났다. 기사를 보며 그때의대화 내용을 2년여 만에 복기해보니 기분이 새롭다. - P4

왜 새삼 소설가가 직업임을 강조하고 싶었나? 문학과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문학 창작자를 보는 시선에 환상이 많이 끼어 있다고 느껴서다. 남다른 계시를받는 사람이라고, 속세의 돈벌이에서 몇 걸음 물러난종자라고 여기는 듯하다. 그런 낭만적인 포장에 가장휘둘리고 그래서 피해도 가장 크게 입는 사람이 예비작가와 신인이다. - P6

연재 기간 내내 다음 원고는 무슨 소재로 쓸지 궁리하는 게 즐거운 놀이였다. 미처 담지 못한 내용은마감 관리, 작가 후기 쓰기, 낭독하기와 오디오북, 교정 교열, 언론 인터뷰 요령, 방송 출연, 동년배 소설가의 작품을 읽는 일, 문단 중심부를 향한 승인 욕망과인정 투쟁, 웹소설과 종이책 기반 문학이 어떤 식으로든 합쳐질지 아니면 투 트랙으로 갈지 등등. 다른 지면을 통해 언젠가 쓸 수 있기를 바란다. - P8

노력이 아깝지 않은 일이 몇 가지나 있을까. 그래서 나는 책을 쓰는 직업에 대해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이건 헌신할 수 있는 직업 정도가 아니잖아. 헌신할수록 더 좋아지는 직업이잖아. - P16

독자: 저, 혹시 장강명 작가님 아니세요?
나: 예, 맞는데요.
독자: 작가님! 저 작가님 팬이에요! 우와, 이런 데서 만나다니!
나: 와, 고맙습니다.
독자: 작가님 TV에 나온 것도 봤어요!
나: 오, 고맙습니다!
독자: ……나:독자: 그러면 안녕히 가세요.
나: 네, 안녕히 가세요.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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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이 9월에 발표한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는 이런문장이 적혀 있다. "다만 저소득 가구의 부담은 상대적으로 클 것이다." - P152

"저는 절박한 처지에 놓여 있는 사람들이 더 많아진다는 의미라고 생각을 합니다. 이런 종류의 자료는 한국은행에도 금감원에도 없어요." - P152

차별금지법과 무관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누구나 삶의 어떤 순간에는 반드시 소수자가 된다. 생의숙명이 그렇다. 우리는 모두 젊거나 늙거나 어리다. - P158

이 국가가 과거에 잃은 소중한 사람들과 앞으로 올 사람들을 대신해 싸워주고 있음을. 우리가 서로 긴밀히연결되어 있다는 걸 믿지 않고는 그렇게 싸울 수 없을것이다. - P166

한편 2022년 여름에도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
물난리로 인해 신림동 반지하에 살던 발달장애인과그의 가족, 세 명이 사망했다. 기후재난은 모두의 삶에 드리워질 테지만 누군가는 특히 더 취약하게 겪는다. 불평등한 사회 지형은 급변하는 날씨 아래에서 더욱 여실히 드러난다. 이에 국가의 책임이 있는가? 물론이다. 침수위험 가구를 관리했어야 할 행정안전부와 지자체는 그러나 책임을 회피했다. - P172

대담에 참석한 정치인은 한 명뿐이었다. 그래도이 대담이 열린 장소가 국회라는 점에서 나는 희망을느낀다. 그것은 입법기관 중 한 사람이 진정으로 듣기시작했다는 의미이며 비거니즘과 기후 운동의 첫 만남이 국회의 역사에 남았다는 의미다. - P174

그가 ‘싸울 투(鬪)‘ 대신 ‘다스릴 치(治)’를 써서보여주었을 때 나는 부끄러웠다. 병을 대하는 방식을함부로 단정했다는 것, 병에 관한 나의 이해와 어휘가빈약했다는 것이 실감 나서 미안했다. 동시에 ‘치병’이라는 단어가 새롭게 다가왔다. 병과 함께 살아가는이들의 여러 면모를 포함할 수 있는 말이었다. 그날이후로 ‘치병‘이라는 말을 소중히 아끼게 된다. 누군가가 고통과 맺고 있는 관계를 더 신중히 말하게 된다 - P184

가녀장의 시대는 가족 서사일 뿐 아니라 언어투쟁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 P194

2021년 여름 기이할 정도로 오래 지속되었던 폭우에 관해 ‘이 장마의 이름은 기후위기’라는 문장이 붙여졌던 것처럼, 이 산불의 이름 역시 기후위기다. - P212

실패의 장소에서도 꿈꾸는 것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생명다양성재단의 최재천 교수는 "수령이오래된 나무가 많은 성숙한 숲은 불이 나도 잘 타지않는다"고 말했다. 숲이 성숙해질 시간과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이 시대 지구별 동지들의 과제다. 발화제공자만의 책임일 수는 없다.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산불에 접근하는 정치인과 실무자와 시민들이 늘어나야 할 것이다. 숲과 좋은 관계를 맺을수록악몽의 반복도 줄어든다. 같은 악몽을 꾸었어도 같은꿈을 버리지는 않는 서로를 찾을 때이다. - P214

철새들이 제 계절에 하늘을 무사히 가로지르든말든 무슨 상관이냐고 누군가는 무심히 말할 테다. - P222

그래도 가끔은 욕조에 물을 받는다. 삶이 수월했던 날 말고 어려웠던 날에 그렇게 한다. - P226

이와 비슷한 브랜드들이 더 많아지고 더 저렴해지기를 소망한다. 바쁘거나 가난하거나 무심한 소비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을 만큼 흔해지기를 바란다.
그러면 생활 속 비거니즘의 문턱이 점점 낮아질 것이다. - P230

안담의 표현대로 나 역시 친구의 표정이 마음에걸려서 비건이 되었다. 우정의 범위를 넓히다가 벌어진 일이다. 안담은 같은 글에서 온갖 종류의 비건을헤아리며 이렇게도 쓴다. - P254

아이들은 내가 쓴 문장을 받아 적었다. 나는 말했다. 더 많이 보는 사람의 황홀과 고통에 대해. 그리고 비밀을 가진 사람의 불안과 아름다움에 대해. 우리를 괴롭히는 동시에 구원하기도 할 다양한 비밀들에대해, - P260

내 글이 충분히 정치적이지 않다는 것더욱 정치적이기 위해 더욱 구체적으로 첨예해지려 한다. 생을 더 자세히 사랑하겠다는 다짐이다. - P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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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늘 꾸는 꿈이 있다. - P9

대부분 꿈꾸는 동안에는 꿈이라는 사실을 모른다. - P9

문득, 조금 떨어진 곳에서 자기를 관찰하는 듯한 감각으로생각한다. - P11

"엄마."
중얼거린 순간, 이미 잠을 깨고 말았다. - P12

"이 근처에 폐허 없니?"
"폐허요?" - P17

이유는 모르겠으나 눈을 뗄 수 없었다. 바로 눈앞에 하얀 문이 서 있었다. 낡은 나무문이었다. 담쟁이덩굴이 덮여 있고 곳곳에 페인트칠이 벗겨져 갈색 나뭇결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그 문이 아주 살짝 열려 있는 게 보였다.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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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아름다움을 알려준최승자 시인에게

글이 쓴 사람을 거울처럼 투명하게 반영하는 것을 보아왔다. - P13

내 인생에 만만찮게 멋진 언니들도 생겼다. 버지니아 울프와 리베카 솔닛과 오드리 로드와 박완서와 젊은 여성 작가들의 저작이 책꽂이의 명당을 차지하고 있다. 장애학과 동물권과 이주민에 관한 책을 꾸준히 들인다. - P14

혹자의 지적대로 다른 삶의 방식을 이해할 능력은 없지만 비난할 능력은 있는 사람만을 양산하는 척박한 현실에서, 책과글쓰기가 아니라면 우리는 무엇으로 인간이해의 심층에 도달할 수 있을까.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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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최전선》은 《수학의 정석》같이 기본 원리를 일러주는 책이고, 《쓰기의 말들》은 사전처럼 옆에 두고 필요할때마다 찾아보는 책이고,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는 자습서같은 책이에요. 그사이 은유도 달라졌죠. 다른 은유가 쓴 다른책이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 P11

퇴로없는 삶에 복종해온 탓이다. 인생에 쓸모없는 것은 없다고, 엄마로 살면서 길러진 낙타의 근면함과 수동성이 나를 쓰는 자리에 데려다놓았고 나는 ‘그래도 계속 쓰는 사람‘으로 살게 되었다. - P13

그로부터 10년도 더 지난 지금은 다른 측면이 보인다. 낙타같은 모성이 저도 모르게 해낸 것들이 있었다. 엄마로 사는 일은 나의 욕구를 접고 타인의 욕구를 우선에 두는 일이다. 아침에 눈뜨기 싫어도 아이를 밥 먹여서 등교시키려면 일어나야하는 식이다. 그건 나보다 남을 위하는 차원이라기보다 나와남이 분리되지 않는 기이한 상태에 가까웠다. - P12

그래서 이번 책을 쓰면서는 혐오나 차별적 표현이 있지않은지, 인용구 원작자의 나이나 성별 등 균형을 고려했는지,
성급하고 편협하게 판단하지는 않았는지 등 세심히 주의를 기울였다. 그래도 놓친 것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편견은 깨지기전까지 그것이 편견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 P14

안 보이던 사람이 보이는 일은 일상의 작은 혁명이다.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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