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엄청나게 재미있고 훌륭한 소설만 그렇게 읽는거 아닌가요. 나한테는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까지는 아니더라도 그해 가장 행복했던 순간 10위 안에 충분히 들어갈 장면이었다. 고맙습니다, 이름 모를독자님. - P28
마르셀 프루스트처럼 카페라테(나는 유당불내증이 있으니까 소이라테)로 끼니를 대신해보려 했는데 프루스트나 할 수 있는 일이었다. - P38
그래서 나는 ‘글쟁이‘라는 말을 별로 안 좋아한다. 아무 글이나 쓰는 건 내 일이 아닌 것 같아서다. 책이될 글을 써야 한다. 나는 ‘단행본 저술업자‘라는 표현을 선호한다. - P38
적어도 내게 알코올은 위안을 준다. - P48
『토지』를 읽지 못해 죄송스럽기는 하다. 그래도『김약국의 딸들』은 감명 깊게 읽었다. 이 책을 안 읽으신 분들은 앞부분 김약국의 어머니 사연만이라도한번 살펴보시기 바란다. 내게는 한국문학 속 여러 슬픈 사랑 이야기 중에서도 가장 기막히고 인상적인 일화로 남아 있다. - P62
심지어 방에 에어컨이 없다는 사실도 장점으로 드러났다. 방이 달아오르기 전에 옷을 차려입고 걸어서2분 정도 걸리는 도서관으로 ‘출근‘ 해야 한다. 그 거리가 절묘하다. 오가는 길이 피곤하지는 않지만, 심리적 장벽은 되어준다. 이래서 작업실을 마련하는구나. 집필실을 구하는 작가들을 한때나마 우습게 여겼던자신을 반성한다. - P66
학술대회와 달리 문학포럼에서는 그런 연극도 중요하다. 그 지루한 주제 발표를 끝까지 참고 견디며진지하게 포럼에 참여하는 많은 독자들을 보고서야깨달았다. 그곳이 독자를 응원하기 위한 자리이기도하다는 사실을. 2단계 통역을 거치는 소설가와 시인의 대화는, 기묘한 치어리딩 행위이기도 하다는 것을. - P76
김영하 작가는 『살인자의 기억법』후기에 이렇게썼다. "소설가라는 존재는 의외로 자율성이 적다. 첫문장을 쓰면 그 문장에 지배되고, 한 인물이 등장하면그 인물을 따라야 한다. 소설의 끝에 도달하면 작가의자율성은 0에 수렴한다." - P82
하지만 나도, 주인공들도, 어디로 가야 하는지는모른다. 그저 떠나야 한다는 사실을 알 뿐이다. 그걸도망이라 부르려니 조금 억울하고 구도(求道)라 표현하려니 너무 쑥스러운데, 하여튼 우리는 길을 찾는다. - P86
한데 어떻든 간에, 한국 독자가 한국 소설을 읽다가 ‘최고대학’이라든가, ‘삼송전자‘라든가, ‘장미은행‘ 같은 고유명사를 접하면 아무리 진지한 대목이라도헛웃음이 나기 마련이다. 소설은 있을 법한 거짓말이라는데, 그런 이름들을 듣는 순간 정신이 확 든다. ‘대한민국 굴지의 대기업 삼송전자 대표가 장남을 장미은행 행장의 딸과 결혼시키려는데 정작 그 아들은 최고대학 재학 시절 교제했던 동기를 잊지 못해…………. 어우 야, 도무지 몰입할 수가 없다. - P92
『로미오와 줄리엣』은 그리스신화 ‘피라모스와 티스베‘와 구조가 거의 같지만 표현이 다르므로 표절이 아니다. 반면 이야기는 판이하더라도 개성적인 문장을두어 줄 베꼈다면 표절이다. 깔끔한 주장이다.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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