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나는 기적 소리를 들었다 - P198

기차 바퀴 소리가 고막을 찢었다. - P198

나는 그녀와 헤어지기 전에 불분명하게 건넸던 말을 다시소리 내어 발음해보았다. 다시 만났다는 놀라움 때문에 나는 그녀의 결혼 상대라는 청년과 변변한 인사조차 나누지 못했다. - P185

"전화예요, 아까 전화 안 해주셨어요?"
나는 형수가 신경질적으로 내민 전화기를 받아 들었다.
"지금이 몇 신줄 아세요? 세 시도 넘었어요." -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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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개발서 같은 결론이지만) 예언은 그 자체로 예언을 이루어내는 힘이 있다. 그래서 현재를 사는 일은 종종오래된 미래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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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이제 생명에 관한 비유를 만들어 낼 능력이 없다. 내적 깨달음을 얻기는커녕, 더는 우리 주변이나 우리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해석할 능력이 없다. 이로써 우리는 하느님의 형상이기를 그만두었다.
우리는 그릇되게 살고 있다. 우리는 죽었다. 그저 오래전에 썩어버린 인식을 갉아먹고 있을 따름이다.* - P30

소설가가 된 이래 처음으로 소설 아닌 글을 책으로묶는다. 소설만 쓰던 사람이 소설 아닌 것을 세상에 내보이려니 걱정이 앞서는 건 어쩔 수 없다. 나를 드러내는 일은 언제나 두려우니까. 그렇지만 용기를 내어 또 이렇게책을 묶는 까닭은 손을 내밀면 맞잡아주는 다정한 마음들도 세상엔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 P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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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방 안에서 비로소 확실하게 깨달았다. 달리기, 내사랑은 내 음악과 글처럼 불확실의 영역으로 영영 가버렸다. 빗속을 잠깐 뛰면서 앞으로도 계속 달리려면 참 갈 길이 멀겠다고 생각하는데 웃음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분명히 절망적이었는데, 이상하게 신이 났다. - P85

병원에도 가보았지만 정밀 검사가 아닌 다음에야 통증주사나 소염진통제를 처방해줄 뿐이었다. 속 터지는 마음으로 먹으라는 약을 일단은 고분고분 삼켰다. - P81

바이러스와 사투하고 있던 이탈리아의 노신부가 자신의 산소호흡기를 젊은 환자에게 양보하고 숨졌다는 기사를 읽었을 때도 나는 그 신부님의 자는 얼굴을 떠올렸다. - P73

답답하면서도 어쩐지 천만다행이라는생각이 드는 나의 굴레 - P63

‘나‘는 아마도 내 질문에 이렇게 대답할 것만 같다. 이기고 지고의 문제가 아니야. 그저 막상막하로써 있을 뿐이야. - P62

마치 이 문제로 제가 괴로워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지원씨의 편지에 이런 문장들이 있었습니다.
제가 얼마나 놀랐고, 또 얼마나 감사했는지 지원씨는 아마짐작도 못 할 것입니다. 스스로 대답해놓고도 잊어버린 정답을 지원씨 덕분에 다시 알았습니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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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유, 너의 이름이 지유라고 들었어. - P90

그럴 때마다 나스차는 러시아 사람과 우크라이나 사람이자연스럽게 가족이나 친척이 되어 서로의 나라를 넘나들었던시절이, 전쟁 전까지 아주 흔했던 그런 일들이 아득하게 느껴졌다. - P93

"당신도 나한테 실망했잖아."
"무슨 실망?"
"인터뷰하는 거 반대했을 때 말이야." - P103

"디티나, 우크라이나 말로 아기는 디티나래. 이제 팔 주차." - P104

곧 긴 이야기가 시작될 터였다. - P105

그는 모르고 싶어서 몰랐을 거라고, 그때 그녀는 생각했다. - P109

"장이 작곡한 그 악보들은 지하 창고에서 날마다 죽음만을생각하던 내게 내일을 꿈꿀 수 있게 해준 빛이었어요. 그러니난 이렇게 말할 수 있어요. 그 악보들이 날 살렸다고 말이에요." - P127

"카메라는 나도 살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알려준 사물이었죠."
승준이 굳이 분쟁 지역의 사람들을 찍는 이유를 물었을 때는 이렇게 대답하기도 했다.
"사람을 살리는 사진을 찍고 싶으니까요. 죽음만을 생각하거나 죽어가는 사람들을 잊히지 않게 하는 사진을 찍는 거, 그게 내가 사는 이유예요." - P128

때로는 스스로가 강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받아들일 수 없는 고통에는 미련 없이 투항하기를, 덜 힘들고덜 아픈 길을 선택해나가기를.. - P132

아가, 나의 자두.
내 목소리가 정말 들리니? - P138

"돈 되는 사진 좀 찍어오겠다고 가지 말라는 나라 굳이아간 사람을 뭐하러 비행기로 모셔오는지 원. 저런 사람은 치료가 아니라 처벌을 받아야지. 안 그래요?" - P154

그들은 뭐랄까, 사랑을 생략한 채 이별을 겪은 연인 같았다. 민영이 아는 한, 그런 관계는 그들뿐이었다. - P155

속절없이 추락하는 별도 있었다. 인간의 셈법으로는추정이 무의미한 먼 과거를 떠도는 별들이었다. 시간을 초월하여 지구의 밤하늘에 도달한 저 별빛들이 꺼지지 않는 한, 세상의 모든 아픔은 결국 다 사라질 것만 같다는 낙관을 품지 않을 수 없었던 밤..... - P171

아랍어로 ‘봉기‘ ‘반란‘을 뜻하는 인티파다(intifada)는 이스라엘을 향한 팔레스타인의 저항운동을 통칭하는 단어이다. 1차 인티파다는 1987년 12월부터1993년 9월까지 이어졌으며 2차 인티파다는 2000년 9월에 발발해 2005년 2월에 봉합됐다. 두 차례의 인티파다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양쪽 모두에서 많은희생자가 발생했다. - P174

젊고 아름답구나.
그는 다시 여자 쪽을 보며 울먹이듯 중얼거렸다.
"나는, 나도......"
"사람을 죽이려고 태어나지 않았지." - P186

심리적으로 불안했던 오빠 대신 전장에 나갔다가 집에 돌아온 큰언니는 두 번 절망했다. 엄마와 여동생, 그리고 막냇동생이 굶주림으로 죽었다는 것에 한 번, 엄마와 막냇동생은 배급을 위해 시신이 부패할 때까지 옷장 안에 방치됐다는 것에 또한번. 절망한 언니는 유일하게 남은 동생인 그녀만 데리고 그집에서 나왔고, 그뒤로 아빠와 오빠와는 다시는 평생 동안,
연락하지 않았다. - P203

"나스차도 나았고 아기도 잘못된 게 아니었잖아. 왜 사람놀라게 해, 왜!" - P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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