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방송국인데요, ○월 ○일자에 쓴 기사의 A씨휴대폰 번호 좀 알려주세요." - P322
책을 보면 알게 되겠지만, 내가 책을 구매하는 데 저자약력이 영향을 준 적은 별로 없었다. 따라서 왜 이곳에저자 약력을 적는지 잘 모르겠다. 아마 스마트폰으로저자가 어떤 인간인지 검색할 수 없었던 과거의 유산일수도 있겠다. - P326
작가에게 가장 바람직한 상황은 아마 작품이 곧 자기소개가 되는 경우이리라. 무슨무슨 소설을 쓴 사람으로 소개되는 것. 소설가에게 그보다 더한 성공이 있을까. 거기서 더 나아가면 작가와 작품이 동의어가 되기도 한다. "난 요즘 하루키를 읽고 있어"라는 말은어색하지 않다. 나도 내 소개가 될 수 있는 소설, 피와살이 있는 인간 장강명과 동의어가 될 수 있는 책을쓰고 싶다. - P330
그렇게 포즈를 잡다가 셔터를 누르는 사진기자에게 물었다. 사진기자들은 소설가가 오른쪽 위 어딘가를 바라보는 모습을 왜 그렇게 좋아하느냐고. "글쎄요. 찍히는 분의 직업이랑 상관이 있긴 해요. 특히 소설가들을 이렇게 찍는 거 같네요. 기업 CEO한테 취하라는 자세는 아니거든요." - P334
가끔 출판인 가운데 인세 정산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이 있다. 종수가 많고 판매처에서 보고하는 시기와 양식이 제각각이고 어쩌고. 작가들은 앞에서는 "그렇군요"하고 이해해주는 척하지만 속으로는 그사람 얼굴에 X 자를 그린다. 단골로 다니는 식당 주인이 주방 위생 관리가 참 어렵다, 바퀴벌레는 원래박멸하기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치자. 그 식당에 다시가고 싶겠는가? - P360
셋째, 출판사와 서점은 그동안 정책 지원을 요구할때마다 자신들의 공공성을 강조해왔다. 책에는 부가가치세가 붙지 않는다. 책은 다른 상품과 달리 유통업체가 마음대로 가격을 할인해서 팔 수 없다. 대기업은함부로 서점을 내거나 인수할 수 없다. 관련 법률들을개정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면 출판사와 서점은 자기들이 그냥 사기업이 아니라고 맞선다. 그런데 공익을 위해 유통 정보를 취합하자고 할 때는 왜 말이 다른가. - P366
하지만 그것은 문화 운동이기 이전에 엄연히 비즈니스다. 나는 출판 기획자들에게 먼저 프로페셔널이되고 나서 문화 운동가가 되라고 말하고 싶다. 거대한걸 요구하는 게 아니다. 기본을 제대로 지켜달라는 거다. 입금, 교정, 예의 같은 것을. - P370
그런데 이제 와서 ⓐ 신경숙 작가의 표절 여부는객관적으로 입증되지 않았고 장강명의 주관적인주장일 뿐이며 ⓑ창비는 신경숙 작가가 표절을 저질렀다고 보지 않으며 ⓒ 그러한 창비의 관점에도일리가 있다는 소리를 내 책에, 내가 하는 말인 것처럼 써 달라고? - P374
나는 신 작가의 표절 논란이 일었던 2015년에도같은 의견이었다. 페이스북에 "이게 표절이 아니라면 한국 소설은 앞으로 짜깁기로 말라죽게 될 것입니다. 젊은 소설가들이 창비에 항의해야 합니다"라고 썼다. 계간 「문학동네』좌담회에 가서도 똑같이말했다. 당시 한국 소설가들 중에 창비를 비판하는사람은 거의 없었고, 그 광경은 씁쓸했다. - P378
밤에 혼자 글을 쓰며 데뷔를 꿈꿀 때, 소설가가 된다면 이런 일들을 하거나 겪고 싶다고 바랐다. 독자와의 만남, 문예창작학과에서 강의, 문학상 응모작 심사, 영화 판권 팔기………. 개중에는 좀 이상한 로망도있었다. ‘창작의 고통으로 정신 피폐해지기‘라든가 ‘정부의 탄압받기‘ 등이다. - P380
이 성명서가 나온 배경을 이해한다. 한국문학의 한구성원으로서, 한국 정부가 많은 문인들을 도와주면좋겠다고 이기적으로 바란다. 하지만 시 쓰고 소설 짓는 자들에게 설사 벌금을 매기더라도 한국문학이 궤멸하지는 않는다. 그게 문학의 힘에 대한 나의 믿음이다. - P384
10년쯤 전에 사람들은 왜 한국 소설에는 시간강사나 백수, 출판사 직원밖에 안 나오냐고 툴툴거렸다. 지금은 왜 죄다 젠더, 퀴어 얘기냐고 따진다. 이런 항의는 일리가 있지만 거칠고 공격적이어서 대화를 이어가기 어렵다. 문단은 이런 투박한 불만을 대체로 무시한다. 문단과 일반 독자는 이제 거의 소통하지 않는듯하고, 이 대목이 한국 독서 생태계의 부서진 고려중 하나다. - P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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