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라야가 슬픈 미소를 띠고 내 머리카락을 만졌던 순간을 떠올리며 그때 내가 본 건 어떤 품위였다고 믿었다. 자신을 벼랑 끝까지 밀어붙이며 어둠 혹은 두려움과 맞붙어 이긴 사람의 품위. - P29

긍지는 약함을 강함으로 위장하다보니 결국 정말로 강함이 된 것을 말하는 게 아닐까? 하지만 필요 때문에 생긴 모든 강함이 그렇듯이 그 기반은 단단하지 않았다. 구덩이 위에 세워진 것이었다. - P102

우린 얼마나 많은 시간을 허비했는지, 그녀는 썼다. 모든 것이 경이로운 경로를 통해 우리에게 어떤 징후의 형태로, 남자들의 사랑으로, 신의 이름으로 주어진 선물이라 믿으며 그 실체를 제대로 보지 못했으니까 -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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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은 누구를 사랑했는가? 누구에게 사랑받았는가? 누군가가 어떤 일로 그에게 감사를 표한 적이 있는가?"

준코는 죽음을 앞둔 엄마와 새 생명을 낳으려는 딸이 먹는 것은 물론 배설 문제에서도 똑같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 P76

애도하는 사람‘이여, 너는 백골로 발견된 내 소식을 들으면 언젠가는 이곳으로 와주겠지? 그리고 이 사람도 분명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 무슨 일로 이 사람에게 감사를 표한 적이 있었다고 애도해주겠지? 무릎을 꿇고, 내가 아직은 희미하게 느낄 수 있는 바람을 오른손에, 내가 묻힌 이 땅 냄새를 왼손으로 받아 가슴 앞에 모으고 나를 기억하려 해주겠지? - P431

준코는 중얼거리며 그림을 품에 안았다. 이것을 영정으로 써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 P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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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었든 가졌든, 슬픈 건 똑같다. 언제부턴가 꿈은 그숲을 보여주기 시작했고 그곳엔 자주 비가 내린다. - P98

코듀로이 corduroy: 골이 지게 짠 피륙. 어원은 프랑스어의 코르드 뒤 루아corde du roi로 ‘임금의 밭이랑‘이란 뜻. - P97

얼굴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주로는 얼굴을 벗고 싶다는 생각. 얼굴은 목이라는 벼랑 끝에 위태롭게 놓여 있는 어항같다는 생각. - P99

헬렌, 강둑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책장을 넘겼을 뿐인데 내 손에 물감이 묻어 있는 이유를설명해주십시오. - P103

빨고 널고 마르고 개키는 일련의 과정 중에서도 나는 빨랫감이 마르는 시간을 가장 좋아하고 아낀다. 다른 과정이야 얼마든 조율할 수 있지만 옷이 마르는 건 내 소관 밖의 일이라 반드시 자연의 섭리를 따라야 한다. - P107

나중에, 두 사람 모두 그가 얼마나 오랫동안 하모니카를불었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밤이 추워졌다. 그의 발이 산허리를 구르며 박자를 맞추는 동안, 달빛을 받은 손은 노랫가락이 마치 악기 위에 기적같이 내려앉은 새라도 되는 것처럼부드럽게 출렁였다. 모든 음악은 살아남는 일에 관한 것이고, 살아남은 자들에게 바치는 것이다. 루시는 한 번 몸을 부르르 떨었지만, 마비가 된 엉덩이 쪽은 움직일 수가 없었다. - P115

그럼에도 어떤 연주자는 방사능 피폭 지역에 일부러 찾아가 피아노 연주를 한다. 침몰하는 배 위에서 파도에 휩쓸리기 직전까지 악기를 포기하지 않는 연주자들도 있다. 우리의 소설 속 하모니카 연주자 역시 언덕에서 굴러떨어진 소곁에서 밤새도록 하모니카를 분다. 이 사실은 무엇을 보여주는가.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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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줄 알았다니. 진화는 물론 기진이 지금 일을 쉬고 있는 것을 뻔히 알고 있었다. 기진이 밖에 잘 나가지 않는다는 것과 병균,
연쇄 살인마, 교통사고를 무서워한다는 것도 알았다. 하지만 진짜 뻔한 사람은 진화였다. - P118

흰 민소매원피스를 입은 진화가 차에 올라탔다. - P119

툭툭 내뱉는 진화의 말투와 직선적 행동이 남자와 기진에게 섬뜩하게 다가오는 건, 침엽수처럼 날카롭고 푸르게 뻗은 진화의속이 그들의 부끄러움을 찌르기 때문이다. - P145

언니에게w
언니, 지금쯤 나를 찾아 난리가 났을 우리 언니. - P182

"딸아이가 이제 열여섯이야."
"후지타는 스무 살로 알던데?"
"그거는 죽은 애 나이고, 호적이지 언니 거야."
"왜 안 바꿨는데?"
"귀찮아서 그랬지. 사는 게 바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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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자꾸만 다가가게 되는 고통을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구름의 빛깔을고요의 욕망을.*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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