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 말이 좋았다. 하긴 하는 남자는 당위를 내세우는 남자와 무책임한 남자 사이에 있는 남자다. 하기로 했으면 해야만 하는 고지식한 남자도 아니고, 한다고 해놓고선 안 하는 불성실한 남자도 아닌, 약간 힘을 뺀 채 나른하게 완수하는 하긴 하는 남자 - P18

규의 상상은 거기서 멈춘다. 와이프일 리 없지. 남편이라면 자신을 결코 와이프라고 부르지 않을 것이다. 운동권 남자들은 아내를 ‘그친구’라고 부르니까. 아내를 그친구라고 부르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니까. 동지의 대체어로서의 그친구. 그렇게 부르는 한 자신은 아직 젊고, 아직 투사니까.

그녀는 자신의 소설을 종이 뭉치라 불렀고, 예술을 일상으로 끌어내리려 했고, 종국에는 ‘내리다’라는 표현도 지우려 했지만, 그 안에 어떤 자격지심 같은 게 있다는 걸 모르지 못했고 그럼에도 그것이 자신의 투쟁임을, 비밀스러운 투쟁임을 알았다. - P170

할 순 있지만 정말 하기 싫은 일. 때려죽여도 하기 싫은 일. 실은 너무 두려운 일. 왜 할 수 없는 일보다 할 수 있다고 믿는 일이 사람에게 더욱 수치심을 안겨주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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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나여, 그 시간에 뭐든 그냥 했으면 좋았을 것을. - P139

그렇게 중요했을까 싶다. 설령 재능이 없다는 얘기를 들어도 그냥 했을 거면서. -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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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은 청자(靑瓷)연적이다. 수필은 난(蘭)이요, 학(鶴)이요, 청초하고 몸맵시 날렵한 여인이다. 수필은그 여인이 걸어가는 숲속으로 난 평탄하고 고요한 길이다. 수필은 가로수 늘어진 페이브먼트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길은 깨끗하고 사람이 적게 다니는 주택가에 있다. - P51

아무려나 50년 나와 함께 하여, 헐어진 책등같이 된이름, 금박(金箔)으로 빛낸 적도 없었다. 그런대로 아껴 과히 더럽히지나 않았으면 한다.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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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를 멎게 하는자장가가 되고 싶다.
2013년 11월김소연

벚나무는 곧 버찌를 떨어뜨리겠지벌써 나는 침이 고이네 - P9

모두가 천만다행으로 불행해질 때까지 잘 살아보자던 맹세가 흙마당에서 만개해요,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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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는 말을
나 혼자 듣고 지냅니다
아 좋다, 같은 말을 내가 하고
나 혼자 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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