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가 먼저 말을 꺼냈다.
"갑자기 찾아와서 놀라셨죠.‘
래 "이 나이쯤 되면 별로 놀랄 일이 없어." - P127

할머니는 돌아가시기 전 몇 달간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했다. 캔에 든 유동식을 마시는 게 전부였고 유동식에는 ‘구수한 맛‘
이라고 적혀 있었다. ‘구수한 맛‘이라고 적힌 유동식에서는 누룽지 냄새가 났다. 꿈속 나는 다시 연필 코너로 걸음을 옮겼다." - P301

부모에게 권태기가 오면 목경과 무경은 행복했다. 제한받던 과자와 금지당한 수사 프로그램. 자매는 빈집에서 혀가 얼얼하도록 과자를 먹으며 연쇄살인범의 ‘잔혹한 범행 수법을 시청했다. - P17

엄마, 내 눈 멀쩡하거든? - P179

"나 너무 속상했잖아.‘
고모가 그 여성분이기라도 한 듯 빨간 남방이 고모에게 입을삐죽대며 말했다. - P31

목경은 나중에야 이해했는데 그건 천장의 리스트가 무한한 가능성을 지녔기 때문이었다. 읽을 수 있는 책이 상대적으로 단단한 현실이라면 읽을 수 없는 책, 읽을 수 없어 상상만 할 수 있는책은 너무 많은 여지를 제공했다. - P19

왜 메기일까. 넓적한 입에 수염이 난 물고기 메기는 아닐 텐데.
볕이 들지 않는 음악실, 수명을 다해가는 형광등 아래 앉아 나는입을 벌려 노래 불렀다. 물레방아 소리 그쳤다 - P63

왜 그랬어 왜 그랬어 왜 그랬어왜 그랬어 (69쪽) -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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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 나가자 그렇게 말한 건 헤어진 사람밖으로 나가니 끝이 보이지 않는 얼음 평원이 있었다 - P41

개는 귀신을 본다고 하는데보고 있다지금은 나를 - P43

나는 너에게 전화를 걸어야겠다는 생각을 지나친다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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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을 저에게 올려주세요. 사람들은 골칫덩이를 치우기 위해 그녀의 팔에 물건을 쌓기 시작했다.
그러다 그만 재미를 느끼기도 했다. 애들의 생떼에서 시작해 어른들의 쾌락으로 끝나는 젠가 놀이처럼 - P13

"얘들아."
세번째 여자가 두 사람을 불렀다.
"또?"
언니가 말했다.
"진짜 싫어."
동생이 말했다.
"얘들아, 미안한데 나한테 얘네를 올려줘. - P12

세번째 여자에게 정신의 문제는 없었다. 정신과 몸 사이 교신의 문제라면 모를까. 어느 날 세번째 여자는 선언했다. 영원히 일회용 비닐봉지와 용기를 쓰지 않겠다고. ‘되도록‘은 안 된다. 그러기에는 너무 늦었다. 일절 쓰지 말아야 한다.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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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오고 있다. - P181

어쩌다 내 안에 시의 인자가 날아들어 거북목의 위협을 무릅쓴 책상 붙박이로 살게 된 건지,
몸 쓰는 재능은 처음부터 없었던 건지 (신에게 따져 묻고 싶기도하고. - P183

"응. 동전 몇 푼 받고 동네 애들 태워주는거. 그 목마를 어찌나 정성들여 먼지 한 톨 없이, 광나게 닦고 계시던지." - P191

아, 거기가 내 시의 기원이구나.
나의 작은 목마. - P191

그간 세상 곳곳을 다니며 아름다운 광경을 많이 보아왔기에 이제는 어떤 장면을 마주해도 방탄조끼를 입은 듯 무감했었다. 아름다운 것을 너무 많이 본 자는 불행한 사람이라고까지 생각했다. 그런데 아직 내게 느낄 수 있는 영혼이 남아있다는 것이 나를 기쁘고도 두렵게 했다. 그 마음에 대한 보답이라는 듯 저 멀리 사슴 한 마리가 보였다.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 같은 가는 다리로 성큼성큼 밭을 가로질러 숲으로뛰어가는 사슴을 보면서, 작은 것에도 쉽게 옹졸해지고 미움으로 출렁이던 나 자신을 멀리멀리 떠나보낼 수 있었다. 인간의 의지로 이룰 수 없는 몫이 있음을 인정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 P195

지금 제 앞에는 두 개의 공이 놓여 있습니다. 당신 그리고밤이라는 공. - P199

저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입니다.
그러니 이제 가세요, 당신의 기억으로그곳에서 슬픔을 탕진할 때까지 머무세요. - P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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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냥이 맘. 네……"
"쫑끼는 얼마 전에 중성화수술을 하면서 광견병 예방주사도 맞았으니까 광견병에 대해서는 걱정 안 하셔도 될 거예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밤에 몸이 붓거나 하면 연락주세요. 제가 잘 아는 병원이 있어요."
"네." - P153

"직업이 영화감독입니까?"
"네."
"무슨 영화를 만들었는데요?"
"아직까지 만든 건 없습니다. 지금 연출 준비 중입니다." - P167

"그것도 고전이야?"
"고전이라기보다는, 궁금해서. 여자의 태도가 애매모호하거든. 너한테는 보일 것 같아서. 3분이면 파악 가능하다며." - P191

퇴직을 하던 날, 나는 이름을 바꾸기로 결심을 했다. 이병자. 그게내 본명이었다. 마지막 근무를 마치고 남은 명함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도장을 버리려다 따로 챙겨두었다. 한자로 새긴 도장도 하나 있었던 것 같았는데 책상 서랍을 뒤져도 나오지 않았다. - P203

나는 허리를 구부정하게 숙인 채 가만히 그 문구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다시 스크롤을 올려 내 책의 보관 상태를 찍은 사진을 살펴보았다. 책은 마치 한 번도 펼쳐 보지 않은 것처럼, 이제 막 서점에서 새로 구입한 것처럼, 겉표지가 깨끗했다. 나는 다시 화면을 내려 내 책다음에 적힌 목록도 마저 읽어보았다. - P226

잠은 좀처럼 오지 않았다. - P230

"소설책 많이 읽으시나 봐요?" - P235

그가 나를 알아본 것이었다. - P236

때때로 나는 생각한다.
모욕을 당할까봐 모욕을 먼저 느끼며 모욕을 되돌려주는 삶에 대해서.
나는 그게 좀 서글프고, 부끄럽다. ■ - P245

개들이 너무 짖지 않는다. 김은 잠든 아내를 깨우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한 번 그 생각에 사로잡히자 잠이 오지않았다. 깊은 밤이라고는 하지만 지나치게 조용했다. -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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