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맹렬히 사랑스럽게 여전히. 어쩌면 이 글은 너와네 엄마에 관한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엄마가 되지 못한 나에 관한 이야기, 결코 되어보지 못한 꿈에 대한 이야기일지도. - P33

저한테는 너무 당연한 거고 자연스러운 건데, 그냥 생활인 건데, 엄마한테는 안 되는 거구나. 예상은 했는데 그렇게까지 나올줄은 몰랐죠. 세대 차이가 날 수도 있는 거고, 엄마 입장도 이해가되긴 하지만, 이게 막으려고 해도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요? - P29

여자친구랑 처음엔 정말 많이 싸웠는데. 사소한 말다툼에서 시작해 길거리 주먹다짐까지 장난 아니었어요. 레즈비언 사이에서질투와 구속? 부끄럽지만 그런 경향이 있긴 하죠. 왜 그런지는 몰라요. 사람마다 다르겠죠. - P27

엄마가 되는 대신 개를 한 마리 키웠다. 그 개에게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 의사와는 상관없이 교배를 시켜 새끼를 낳게 했다. 네마리 중 둘이 살아남았고, 그중 가장 건강한 아이를 네 집에 입양보냈다. - P25

또다른 단편은 편집증을 가진 여자가 주인공인데, 누가 집에 침입해서 자기를 죽이려 한다고 생각해요. 의심을 하기 시작하면 현실을 왜곡하잖아요. 그런 감정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어요. 자메이카 영화 중에 <어려우면 어려울수록>이라는 영화가 있거든요. - P23

약속을 잡았다. 너에게는 알리지 않았다.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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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미 두 장 반짜리 방 구석구석 아슴푸레한 새벽빛이 스민다.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것은 진이 선물해준 달력. 한 장 한 장 뜯어쓰는 일력이다. 한 면을 가득 채운 ‘8‘이라는 숫자와 ‘숲‘이라는 한자 아래 ‘라디오 생방송 전화 인터뷰, 오후 5시 35분‘이라고 적혀있다. 실제로 읽을 수 있는 글자는 ‘라디오‘와 숫자뿐이지만, - P201

"잊으시면 안 돼요."
진은 버릇처럼 오른손 검지로 자신의 이마를 가볍게 톡톡 두드렸다. 일력을 뜯어내는 일을 잊지 말라는 건지, 인터뷰를 잊지 말라는 건지 헷갈렸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 P202

이제 일곱시쯤 되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 무렵 라디오에서 시보를 전한다. 다시 눈을 감는다. 졸려서가 아니다. 그러니까 눈을감는다는 것은 눈꺼풀 안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검붉은 배경 위로 흑점이 떠다닌다. 눈을 뜨고 있을 때도 날파리처럼 아른거리던 흑점들은 눈을 감으니 더 선명해진다. 나이가 들면서 흑점의개수도 늘고 있다. 눈을 감고 있어도 주위가 차츰 훤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흑점의 배경이 검붉은 빛에서 노을빛으로, 그리고복숭앗빛으로 점차 옅어진다. - P205

그전에 글자를 모를 때도 가게 이름은 알았고, 그리 불편하지 않았으니 세상이 달라질 정도의 큰 변화는 아니다. 그래도 진이 찾아오면서 달라진 것이 있긴 했다. 낱말 카드 대신 진의 곱게 묶어넘긴 머리카락을 보며 내 나이에서 진의 나이를 빼보기도 하고,
진의 나이 때 내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헤아려보는 일이 잦아진 것이다. - P207

이삼 분 정도 지나면 라면이 알맞게 익을 것이다. 라디오 전화인터뷰 시간은 약 칠 분이라고 했으니 이 기다림의 두 배 정도 되는 시간이다. 질문이 다섯 개니 일 분정도씩 대답을 준비하면 된다고 했다. - P209

본래는 별 관심 없이 흘려듣지만 인천과 여성이라는 말에 귀를기울인다. 정답은 1번 수원이었다. 진행자는 답에 대한 설명과 함께 나혜석의 생애를 들려준다. 나보다 먼저 태어난 나혜석은 행려병자로 죽었지만 파리며 독일이며 세계 곳곳을 자유롭게 다녔다. - P213

미역을 다듬듯, 내 삶에서 불편한 부분을 걷어내고 보기 좋은부분만 남도록 다듬어 들려주었다. 진은 내 얘기를 듣다 가끔 눈물을 흘렸다. 때때로 진의 눈물이 당황스러웠다. 대체 어디쯤에서, 무엇 때문에 운 건지 내가 했던 이야기를 되짚어볼 때도 있었다. 내 진짜 삶을 들으면 진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 P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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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수업을 다시 듣게 되었지만 사실 누구도 집중하지못했습니다. 이상하리만치 잠을 자는 친구가 있는 반면,
어떻게든 공부를 해보려고 지나치게 애쓰는 친구도있었습니다. 저는 평소와 같이 행동하는 듯했지만 사실은어디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했습니다. - P54

◆ 세월호에 탑승한 단원고등학교 선생님은 14명으로참사로 12명이 희생되셨다.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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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오는 길에는하얀 조약돌을 쥐고 숲으로 들어갔다 - P48

나는 백시() 속에서 그 모든 것을 볼 수 있었다 - P49

저수지에는 깊이가 없고 내면이 없고저수지에 비치는 것은 저수지 앞에 서 있는 것들 - P50

저수지 내부의 무엇인가가 그 안으로부터 튀어 오르리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 P51

모르겠어 일단 마셔 - P53

나는 그 말을 듣지 못한 채 떠났다1 실망한 나머지진짜 꽃나무에 목매달았다 - P54

간혹 죽은 내가 잠든 나를 깨우기도 했다소용돌이가 소용돌이치는그 애매하고도 분명한 곳에서 - P55

나는 극소량의 공포를 느꼈다 - P57

나는 한국말 잘 모릅니다 나는 쉬운 말 필요합니다 길을걷고 있는데 왜 이 인분의 어둠이 따라붙습니까 -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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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쿠 저기 저 아줌마들. 우리 버스 같이 탔던 사람들이지. 맞지? 시간 다 된 거 아냐? 우리도 이제 갑시다. 뭐 해요, 서두르지않구서는!" - P111

"고추다, 고추야!"
어깨춤이라도 출 태세였다. - P114

"애 하나 주고 오는 게 뭐 어렵다구. 난 순경이라면 딱 질색이야. 발바닥 아파서 저기 가 앉아 있을라니까, 혼자 들어가서 저거하셔." - P123

"헝게. 내가 평생, 애한테 젖 한번 못 물려봤네."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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