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내 작은 실천이 ‘아픈 건 아픈 사람 잘못이 아니다‘라는 딸의 생각이 틀리지 않다는 걸 증명하고 질병과 장애로움츠러들었던 사람들이 밖으로 나올 수 있는 통로를 조금이나마 넓힐 수 있는 디딤돌이 되기를 희망한다. 급성중이염으로 청력은 약해졌을지 몰라도 차별을 내포한 제도를 인식하는 인권 감수성은 더욱 기민해졌다. 고통과 불편을 겪고 더커진 마음의 공감 능력으로 질병과 장애에 위축되지 않고 세상과 용감하게 부딪쳐 보겠다고 나에게 다짐한다. 아픈 건 내잘못이 아니니까. - P231
슬퍼질 땐 눈물을 흘리고 두려울 땐 그 공포가 옅어질 때까지 차분히 기다려야겠다. - P220
얼마 전 마음에 드는 영어 단어 하나를 추천받았다. 어감도 좋고 단어가 발화되면 화자도 그 단어가 주는 유무형의아우라에 감싸이며 한껏 고양된 느낌을 느끼게 된다. 그 단어는 바로 fortitude, 불굴의 용기 정도로 해석하면 될 듯하다. 이단어가 나에게 특별하게 다가온 건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덕목이기 때문이다. 혹시 약해질지 모르는 나를 이 단어가 지켜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솔직한 심정일 것 같다. - P209
내 인생은 궤도에서 크게 두 번이나 이탈했다. 1차로 ㅅ1 발병한 혈액암과 이후의 급성중이염으로 청력과 평형감각손상이라는 2차 사고가 생겼다. 자칫하면 원 궤도에 다시 돌아오지 못할 위기의 순간이었다. 그래도 ‘꾸역꾸역‘ 나는 넘어졌다 일어서기를 반복하고 이탈한 궤도를 수정하며 원래궤도를 향해 삶의 페달을 돌리고 있다. - P204
인공와우 수술을 하면서 기왕 몸에 기계장치를 삽입하니이 수술 이후에 내 신체능력이 평소보다 조금이라도 배가되기를 소박하게 기대했다. 영화 속 아이언맨처럼 가슴에 원자로를 달고 날아다니지는 못하더라도 1980년대 외화 주인공소머즈처럼 수술 전보다 멀리 떨어진 곳의 소리를 더욱 또렷하게 듣게 되는 진전이 생겨야 전신마취 수술을 하는 대가로공평하다는 내 마음속 셈법이었다. - P1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