훗날, 대극장을 설계한 건축가에 의해 처음 그 존재가 알려져세상에 흔히 ‘붉은 벽돌의 여왕‘으로 소개된 그 여자 벽돌의 이름은 춘희姬이다. - P9

마당으로 통하는 부엌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을 때마침 멀리 기차가 경적을 울리며 지나가고 있었다.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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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색연필 코너에 서 있다. 색연필 코너는 연필 코너의바로 다음 블록이다. 복돼지 문구점의 블록은 골목만큼 길고 뱀처럼 가는 모양으로, 매우 좁지만 탄성이 있어 아무리 커다란 사라시라도 원하는 쪽으로 움직이며 문구를 제대로 고를 수 있다. - P298

그러니까 내가 음식을 먹고서 하루를 더 살아가는 게 이 세계와주변에 누가 되는 게 거의 확실해졌을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주할 수 있는 밥상, 가장 낮은 밥상의 맛이라는 것이었다. 어쩌면 구수한 맛이란 먹는 사람을 죄인으로 만들지 않는 유일한 맛. - P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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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물의 생육에 필요한 열량을 나타내기 위한 것으로서 생육 일수의 일평균기온을 적산한 것‘ 사전이 설명하는 적산온도는 실용적인 의미가 강하다.
반면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한 적산온도는 경직된 의미에 갇히지 않고 여러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 P27

이제 나는 다시 출발선에 선 기분으로 나의 주악을 찾고자 한다. ‘간단하면서도 짜임새가 있다‘는 뜻의 간결. 당분간 내 삶의 모토는 그것이다. 분별과 선택, 집중의 시간이 성큼 다가와 있다. - P34

신의 눈으로 보면 인간은 지구라는 화단에 심긴삽수들일 것이다. 심는 마음이야 똑같았겠지. 결말은예측 못 해도 누구에게나 시작은 공평한 손길, 다정한 눈길이었을 것이다. - P39

튤립을 보면서 혼자 오래 감상에 젖었더랬지. 그래. 너는 그렇게 살고, 그렇게 꽃피우고, 그렇게 시들거라 응원하게 되더라. 같은 마음으로네게도 또 한번 응원을 보낼게.
- 〈월간 여름〉 2021년 3월 호에서 - P52

그의 수상 소감에는 놀라운 지점이 있었다. 그는
"상을 받게 되어 영광입니다"라고 말하지 않고 "비올라에 있어 위대한 날이에요"라고 말했는데 두 표현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영광스러움과 위대함이라는 단어의 어감이나 의미 자체도 다르지만 그보다는 그러한 영예를 누구의 몫으로 돌리느냐에 있어 확연한 차이가 감지되기 때문이다. 그는 영광의 주체를 자기 자신이 아닌 비올라에게로 돌렸다. 위대하다면 그건 내가 아니라, 나의 연주가 아니라, 이 모든 것에 앞서 존재하는 비올라의위대함이라는 듯이.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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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해 줄래요? - 청각을 잃자 비로소 들리기 시작한 차별의 소리들
황승택 지음 / 민음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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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닥치는 커다란 파도를 온 몸으로 겪은 이가 갖는 감각과 감정 내 삶의 하루와 내 몸의 일부를 긍정하고 믿어 가는 일 그렇게 더 넓은 생의 표면들과 마찰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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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이렇게 됐을까?
우리는 어떻게든 이렇게 됐어.
우리는 언제부터 이렇게 됐을까? - P28

소주 한 병을 새로 시키면서 혹시라도 술에 취해 부영에게 전화를 걸거나 이상한 메시지를 보내게 될까봐 휴대전화를 종료해 가방 깊숙이 넣었다. 이 년 전까지만 해도, 그러니까 두진씨가 풀려나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부영과 두어 달에 한 번씩은 통화를 하고 지내는 사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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