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틀어박혀 읽은 많은 자료 속에서 가장 빈번히 발견한단어는 아마도 오래전 ‘윤리‘가 강조했던 것처럼 ‘가난‘이나 ‘희색‘ ‘애국‘ 같은 말일 것이다. - P73

‘정말 어찌할 바를 모르겠을 정도의 아름다움이지?" - P74

1. 선자 이모를 잘 아는 주변 사람들을 탐문하는 한편 내가 선자 이모의 일기를 읽으며 첫사랑을 찾는 데 필요한 단서를 찾아내기2. 누가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해 물으면 모든 것은 내가 소설을 쓰는 데 필요한1 일이라고 말하기3. 매주 금요일 방과후에 만나서 알게 된 정보들을 공유하기 - P79

"엄마, 만약에 사람들이 꼭 한번 다시 만나고픈 사람을 누구든딱 한 명만 만날 수 있게 된다면 보통은 첫사랑을 가장 보고 싶어할까?" - P81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유를 찾기 위해 독일행을 결심했던 마리아이모는 모은 월급으로 자동차를 사서 휴가 때마다 미니스커트를입고 유럽 전역을 누볐다. 이모가 산 첫 자동차는 빨간색 중고 폭스바겐 비틀이었다. - P91

‘게다가 엄마는 나한테 관심이 없거든. 엄마가 관심 있는 건 엄마 자신뿐이야."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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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경험이라는 자양분 - P127

좋아하면 닮느냐고? 많이 읽으면 아무래도 문체에영향받는 부분이 있다. 애초에 삶의 가치관 부분에서 비슷한 점이 많아서 좋아하게 된 것도 있으니. 그래서 따라한다는 소리를 들어도 전혀 기분 나쁘지 않다. - P126

근본적으로는 모두가 저마다 하나의엄연한 직업이자 프로페셔널의 세계인 것이다. 특정 글의 장르나 방식이 비하받을 이유는 없다. 타인의 평가나기대에 부합하기 위해 그 일을 할 필요는 없다. - P139

나이와 감정.
나이가 들면 마음이 흔들리거나 설레거나 떨리거나감동할 일이 점점 없어질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혹자는 체력이 받쳐주지 않아서 감정적으로 휘둘리지 않도록 스스로를 자제하려고 한다. - P39

나는 기본적으로 좋아하는 것들은 사는 내내 계속좋아했던 것 같다. 어떤 특정 감정들, 어떤 삶의 방식, 어떤 결과 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자극을 받을 때가 있기는 하지만 그로 인해 크게 영향받지는 않았다. - P41

‘개인이 가장 중요한지‘라는 질문은 항간에 많이 나오는 ‘내가 가장 중요하다‘, ‘나를 사랑하자‘라는 자존감을 위한 논리와 맞닿아 있는 것 같다. 그것은 많은 부분타당한 지점들이 있으나 ‘타인의 입장이 되어보는 일‘은내가 손해 보는 일이 아니라 내가 조금 더 나은 인간이 되려고 애쓰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상대의 마음을 상상해보는 일이 결과적으로 갈등을 풀어주는 계기가 되기도한다. - P57

고정 연재물로 글을 쓰면 하나의 주제 아래 꾸준히연속적으로 글을 써나갈 수 있는 실력을 보여줄 수 있다. - P97

한 문학평론가는 나를 두고 ‘한국에서 정사장면을 가장 잘 쓰는 작가‘라고 평가해준 적이 있는데 이것은 차별적 우위라고 할 수 있을까.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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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어떻게 다루시는지 궁금하다. 가령 청중 앞에서기 전 긴장감 같은 것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불안이라는 것은 내가 그것을 잘해낼 수 있을까에대한 자기 의심인데, 그 의심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 - P66

. 불안의 궁극적인 치료는 그냥 직면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 P67

다른 직업에 위엄을 실어주는 훈장이나 명성에 필요한 굿즈처럼 간주되는 풍경은 다소 외면하고 싶다. 나무라는 조물주의 작품을 몹시 사랑하는 나로서는 나무에게 미안하고 싶지 않다. - P73

에세이와 소설을 쓸 때 내가좋아하는 글의 톤은 ‘건조함’인데 그것은 격한 감정을 속으로 절제한다는 것을 뜻한다. 폭발적인 감정을 느끼면서도 상대를 위해 그것을 가슴 한편에 억누르는 먹먹한마음을 귀하게 생각한다. - P92

새로운 일에 도전하다 보면 시간은 참 잘 흐른다. - P91

. ‘결혼’이라는 주제가 그런 것 아니겠는가. 무거우면서도 가볍고, 출구 없는 터널 같아 좌절하다가도 저만치서 한줄기 빛이 쏟아지는. - P87

참, 이 시기에 나는 처음으로 ‘작가‘라는 호칭으로불리게 되었다. 책을 열 권 정도 쓴 다음에야. - P85

. 뭐든지 열심히 해두면 나쁘지는 않구나, 라는 생각을한참 후에 하게 되었다. - P78

‘가까스로’라고 쓴 이유는 문예지나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하지 않고는 (등단을 해도 어려운 측면은 있지만) 이름이 알려진 연예인 정도나 가능할까, 소설을 내주는 출판사를 찾는 일은 당시 무척 어려웠기 때문이다. - P79

들어오는 일은 가급적 해보려고 하지만 가장 본질적인 부분에서 나와 맞지 않으면 단호하게 하지 않고, 조금더디더라도 내가 보여지고 싶은 방식으로 보여질 수 있고, 내가 이해받고 싶은 방식으로 이해해줄 수 있는 독자를 조금씩 늘려가는 방향. 현재로서는 나를 그렇게 운영해나가려고 한다. - P96

지속적으로 글과 책을 쓸 기회가 있었던 것은 같은 이야기를 해도 조금 다른 관점을 피력하거나 남들은 꺼려할 만한 솔직한 이야기를 서슴없이했기 때문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해본다. - P99

작가업은 정직하고 야멸차다. 편법과 샛길이 불가능한업종이다. 좀 더 나은 글을 쓰려고 애쓰고, 딱 그만큼의고통을 담보로 한다. - P119

그러니까 내 마음이 약간 애매하다 싶을 때는 지금이라도 당장 도망치는 것이 좋겠다. 책 같은 것은 쓰지 않고도 이 세상과 나 자신한테 이로울 수 있는 방법은 부지기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죽어도 글을 쓰고 싶다, 쓰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다, 이런 절실한 마음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은 나로서도 말릴 수가 없다. 그렇다면 나와 함께 가늘고 길게 망해보기로 한다. - P121

옆에서 지켜봐주고 참견해주는 사람이 필요한 시점이다. 더 나은 글을 쓸 수 있도록, ‘아마추어‘로 안주하지않도록 자극을 줄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난 직장인이니까 이 정도면 훌륭하지‘라며 여지를 주지 않고 ‘저자‘로서 가혹함의 시험대에 서는 것. 그러면 누가 옆에서말리지 않더라도 스스로 깨닫게 될 것이다. 나는 글을 통해 무엇을 진정으로 구하고 있었는지를. - P132

• 검토하는 데 시간은 얼마나 걸리나? (당신은 우선순.
위가 아니다.)• 내가 전화로 내용을 간단히 설명해주겠다. (원고를보면 다 안다.)나는 아는 사람도 많고 SNS 팔로워 수도 많다.(그래서 뭐? 그들이 책을 다 사줄 거라고 정말 생각하는가?)내 주변 사람들이 책 몇 부를 사줄 것이다. (불필요한장담이나 자랑은 미끼 같아 기분이 나쁘다.)다른 출판사와 비교하는 말. (예: 마케팅은 어떻게 진행하실 예정인가요.) - P135

일을 적지 않게 하기도 했고, 재밌어한 부분도 있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쓰는 일 위주로 하고 싶어진다. 차분하고 세심하게, 공을 들여 쓰고 싶다. 비록 쓰는 일이 세상 최고로 효율이 나쁜 일이라고 해도. -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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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생리에 대해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들었던 것 같은데, 오늘 강연에서 공개적으로 말한 이유는? - P53

그 밑에는 어마어마한 노력이 있는 것이다. 조직에 속한 직장인보다 오히려 더 짧은 시간 안에, 보다 젊은 나이에 팽 당하기 훨씬 쉽다. - P33

두 번째로 좋았던 나이대는 사십대였다. 서른아홉 살의 마지막 밤에 느꼈던 암담함을 떠올려보면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그리고 지금도 썩 괜찮다. - P42

‘개인이 가장 중요한지‘라는 질문은 항간에 많이 나오는 ‘내가 가장 중요하다‘, ‘나를 사랑하자‘라는 자존감을 위한 논리와 맞닿아 있는 것 같다. - P57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사람들에게 복잡한 감정을느끼게 만들고 싶어서이다. - P40

나는.……… 타인이 나한테 뭘 해주길 바라지 않는다. - P63

일상에서는 굉장히 급하고 안달복달하는 성격이다.
그러나 글을 쓸 때는 몇 번을 더 차분하게 수정하다 보니여유로워 보이는 것 같다.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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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자수, 나는 야자수를 떠올리고 있다.
물론 내가 떠올리고 있는 것은 하와이나 발리에 놀러가면 볼 수있는 야자수가 아니다. - P7

"야, 나 다음달 초에 제주로 내려가서 거기서 약국 한다."
"너 정말 돌아가는구나." - P15

눈을 감자 그 사진이 보일 것만 같았다. 오렌지색 스웨터를 입고 소파 등받이에 오른팔을 걸치고 앉은 채 왼편을 바라보며웃고 있는 한 여인의 사진 그녀는 앞머리가 가지런한 단발머리에금테 안경을 낀, 수줍어 보이지만 작은 눈만은 장난꾸러기처럼 반짝이는 동아시아계 여인이다. 사십대 중반의 나의 이모. - P18

낯가림이 심한 편이었던 나는 이모와 같이 밥을 먹기로 했다는 사실에 너무 긴장해배가 사르르 아파왔다. - P21

"하지만 기억하렴. 그러다 힘들면 꼭 이모한테 말해야 한다. 혼자 짊어지려고 하면 안 돼. 아무리 네가 의젓하고 씩씩한 아이라도 세상에 혼자 감당해야 하는 슬픔 같은 건 없으니까. 알았지?" - P25

한 달 조금 넘게 지속된내거짓말을 알아챈 사람은 이모였다. - P35

G시엔 한국 식품점이 따로 없었기 때문에 한국인들은 한 달에 한 번씩 프랑크푸르트에서 오는 트럭을 애타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배추며 장, 젓갈 같은 것을 파는 그 트럭이 오는 날이면 엄마와 이모는 잊지 않고 나가 식재료를 샀다. - P39

그곳에서 나는 그저 온전한 나였고,
레나는 온전한 레나였으며, 우리는 온전한 우리였다. 그런 시간은이모가 시장에서 떨이로 사온 무른 산딸기나 살구로 만들어주던잼처럼 은은하고 달콤해서, 나는 너무 큰 행복은 옅은 슬픔과 닮았다는 걸 배웠다. - P40

"엄마, 엄마! 이모가 오리 똥구멍에 사과를 쑤셔넣어!" - P47

Gehirntumor (남성형 명사]1. 뇌종양 - P57

어쩔 수 없이 한수에게 조금 질투가 났다. 사랑하는 사람이 곧 세상에서 없어져버린다는 걸 미리 알고 그 사람을 위해 무언가를 해줄 수 있다는 건 얼마나 좋은 일일까. - P65

"잘 생각했어."
연못을 등진 채 웃으며 말하는 레나의 금빛 머리카락이 햇살에반짝였다. 무언가를 찾는지 물속에 머리를 처박고 있던 오리 세마리가 날아오를 듯 날갯짓을 했고, 과묵하기만 하던 한수의 얼굴이 누군가 불을 붙인 초처럼 일순 밝아졌다. -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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