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자라고 여행을 거듭하는 동안 얼이는 계속 사랑에 빠졌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담벼락에 붙어 있는 도마뱀도, 줄을 지어가는 개미도, 동네를 산책하거나 잠이 든 강아지나 고양이도. 나중에 얼이 카메라를열어보면 우리가 걸어온 길에 있던 모든 숨탄것이 거기 있었다. - P121
끝이 없는 것은 여행이라 부르지 않는다. 돌아올 것을 알면서도 끝내 떠나는 우리처럼. 언젠가는 헤어질 것을 알면서도 다시 사랑한다. 기어이 그러고야 만다. - P124
기차 여행을 앞두고 작은 백팩을 하나 샀다. 얼이 가방이었다. 흙바닥에서 굴러도 크게 표가 나지 않을 베이지 색상에 얼이 등에 잘 맞게 크지 않고 가벼웠다. 집에 와서 얼이에게 가방을 선물하며 며칠 후에 떠날 기차 여행에서 필요한짐을 담으라고 했다. 이번 여행에서는 각자 가방 하나씩만메고 떠날 거라고. - P137
평소와 다른 도전을 시도하기에 여행만 한 기회가 없다. 무엇을 넣고 무엇을 빼야 하는지 연습해볼 수 있다. - P141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얼이가 찍은 사진을 함께 보았다. 거기에는 얼이 눈높이에서 바라본 풍경과 그 안에서 숨쉬는 것들, 그리고 우리가 있었다. 덕분에 나는 내 배 언저리가 찍힌 사진을 잔뜩 갖게 되었다. - P144
셔터가 열렸다 닫히는 순간을 견디지 못하고 흔들린사진도 많지만 얼이의 시선을 보는 일은 때로 경이롭고 종종재미있고 대개 아름답다. -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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