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 앞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겪고 있는 감정과 타인의 감정이 끝내 포개지지 않는다는 사실에 더없이 예민해지고, 슬픔이 단 한 사람씩만 통과할 수 있는 좁고 긴 터넌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 P112
"그럼 내가 집에 가서 화환 보낼까? 두 개 보낼까?" - P119
나이 마흔둘에 내일모레 일흔인 엄마로부터 "쟤랑놀지 마라"라는 말을 들은 사람과 나이 마흔하나에 친구엄마에게 "쟤랑 놀지 마라"의 ‘재‘로 찍힌 사람, 둘 중 누가 더 우스운지 우열을 가릴 수 없는 두 사람이서 전화기를 붙잡고 특히 "포교 잘할 인상" 부분에서는 거의 흐느끼듯이 웃느라 말이 잠시 끊어지기도했어요. - P123
큰 점수 차로 게임을 지고 나서아마 제가 사과를 했던 것 같아요. 명백히 저 때문인 패배였으니까요. 제 파트너였던 선배님은 아주 심상하게 얘기했어요. "아유, 미안하긴 뭐가 미안해요? 이게 다 뭐라고." 내내 공을 쫓느라 시린 눈이 조금 촉촉해졌습니다.
며칠 전에는 ‘품다‘나 ‘위로하다‘라는 뜻을 가진 懷(회)자를 익혔는데, 옷에다 눈目을 올린 형상으로 ‘눈물을 가슴에 묻고 있다‘는 뜻을 표현했다고 해요. 네이버 한자사전에서는 해설에 눈물 흘리는옷 그림을 넣어두었더라구요. 자주 사용하는 ‘감회感懷가새롭다‘ 같은 말을 앞으로 듣게 되면 눈물 흘리는 옷 그림과 더불어『논어』공부를 한 이 시기가 떠오를 것 같아벌써 감회가 새롭네요. - P151
"군자 너무 별론데? 그거 하지 말자, 군자비추." - P152
"아유, 참, 나도 임산부였어요!" - P163
얼마 전엔 한 모임에서 이제 막 임산부가된 분께 다른 분들이 그나마 2호선은 자리 비켜줄 확률이높으니 조금 돌아가더라도 2호선을 이용하라는 정보 같은 걸 나누는 걸 보면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현실이 슬펐습니다. - P167
오늘의 편지를 마무리하며 소리 높여 외쳐봅니다. 우리에게는 군자비추, 공자에게는 임신강추. - P167
가끔씩 툭툭 던지는 유쾌한 농담들이 사람답게 살고싶다는, 이왕이면 선하고 어진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꿈을 계속 꾸게 만들어요. 그래서 누가 오해받기 쉬운 위험을 무릅쓰면서도 왜 술을 사랑하느냐고 묻는다면 이렇게답하고 싶습니다. 술은 언제나 저를 조금 허술하게 만드는데, 허술한 사람에게 세상이 좀더 농담을 잘 던져서 그렇다고요. - P187
한 시절 저의 든든한 절기가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P207
그런 내가 이렇게 열 통의 편지를 쓰다니 놀라운 일이다. (몇몇 친구들은 "이야, 너한테 편지를 받으려면 계약을 해야 하는 거구나?"라고 마구 놀렸는데 맙소사, 나는 정말 자본주의의 쓰레기다……) - P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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