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진짜 가? 나를 버리고?"
독골댁이었다. 독골댁은 의자 밑에 말아놓았던 기저귀를 발로차며 불퉁거렸다. - P121

"같이 안 들어가고?"
"애 하나 주고 오는 게 뭐 어렵다구. 난 순경이라면 딱 질색이야. 발바닥 아파서 저기 가 앉아 있을라니까, 혼자 들어가서 저거하셔." - P123

순경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들썩여 보였다. 가방을 챙겨문을 나섰다. 문 옆에 걸린 해양경찰 팻말이 뒤늦게 눈에 들어왔다. 독골댁은 어디로 갔는지 뵈지 않았다. 우선 독골댁부터 찾아야 했다. - P125

‘당연히 사랑했지. 당연한건 뭐하러 물어?‘
‘그러게, 당연한걸 왜 물었을까?‘ - P134

우리는 왜 그렇게 행복하기만 했던 걸까요.
우리는 왜 그렇게 서로에게 사랑스럽기만 했던 걸까요. -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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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에 무덤덤해질 때 - P61

지금은 자기 자신에 대해 많이 아는 것 같고, 많이 간추려져서 나다움을유지하기 위해 따로 의식적으로 해야 하는 일은 없다. 하지만 혼자 달리기를 할 때, 내가 나를 온전히 감당하고 있다는 감각을 가장 강하게 느낀다. - P61

K출판사의 제안은 내가 가지고 있는 기존의 이미지를 강점으로 생각해 그것을 활용하자는, 어찌 보면 안전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마음산책 출판사에서제안한 방향은 내가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새로운‘ 모습이었다.

저술업 초기에는 불안하기 때문에 같은 일을 하는사람들과 이야기나 고민을 나누고 싶고, 정보도 교환하고 싶고, 혼자인 것이 적적해 얼마간 사교 활동에 혹하게된다. 하지만 작가업을 오래하면 할수록 이 특수한 업종은 어디까지나 혼자 헤쳐나가야 하는 직업임을 알게 된다. 독자도 좋고, 동료 작가도 좋지만 근본적으로는………… - P119

그러니까 내 마음이 약간 애매하다 싶을 때는 지금이라도 당장 도망치는 것이 좋겠다. 책 같은 것은 쓰지 않고도 이 세상과 나 자신한테 이로울 수 있는 방법은 부지기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죽어도 글을 쓰고 싶다, 쓰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다, 이런 절실한 마음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은 나로서도 말릴 수가 없다. 그렇다면 나와 함께 가늘고 길게 망해보기로 한다. - P121

글을 쓰려면 내 안에 무언가가 많아야 한다고 했는데,
내 안을 채우는 방법은 무엇이고, 또 그것을 길어 올리는 방법은 무엇일까.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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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에 지어진 집,
그 집과 동갑내기인 라일락나무 - P33

이렇게 서재를 짓기로 하고 이름까지 정하는 사이 계절이 훅 바뀌었다. 어느새 봄이었다. 이듬해 봄이 열리기까지 일 년여. 그사이 해야 할 것들의 순서를 차근차근 정하기로 했다. 먼저 서울을 벗어나어느 도시, 어느 동네에 정착할지부터 알아봐야 했다. - P27

소망은 결심이 되었다. - P21

지금은 문화가 꽤 바뀌었다지만 당시만 해도 잘나가는 기자가 되는 암묵적인 공식이 있었다. 사회부 경찰기자가 특종을 많이 터뜨리거나 임무를 잘 완수해내면 주로 법조팀이나 정치부로 부서를 옮겼다. - P15

독서의 계절이라는 가을이 다가왔다. 가을이 되면 왜 책을 곁에 두고 싶은 사람이 많아져 보이는 걸까? 나도 그랬는지 짧지도 길지도않은 생을 되짚어봤지만 딱히 계절과 독서의 명료한 상관관계를 찾아내지는 못했다 - P39

햇볕과 색깔과 이야기를 모으기 위해 - P5

남춘천역에 내려서 의암호로 흐르는 공지천을 따라 서쪽으로 이십여 분 그리고 이어지는 약사천으로 물길을 거슬러 십여분 걷다보면, 삼십 년 전 그려둔 그림처럼 낡고 더딘 동네가 나타난다. - P5

이 이야기는 육림고개에 다다르기 전, 그러니까 한줌의번잡한 세계라도 이르기 직전 나오는 언덕 끄트머리 샛길의 어느게에 관한 스무 달의 기록이다. - P6

목가적인 마을의 깊어가는 밤 풍경이 수채화처럼 걸린 창가를 바라보며 흔들의자에 앉아 밤새 책을 읽다 잠들 수도 있다. 북스테이‘인 셈인데 여느 곳과는 숙박 기준이 다르다. 며칠을 머물든숙박비를 당장 받지 않기 때문이다. 머물에 대한 대가는 오년 뒤에돈이 아닌 것들로 내면 된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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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에 좋은 음악이 들려온다) - P96

쩍 하고 얼음이 깨지는 소리 - P81

"저기요. 죽지 마세요‘ - P77

그리하여 사람의 마음이 깊어가는 가을 - P67

깨어도 꿈결 속아도 꿈결꿈이 아니라는 것이 정말 큰 문제입니다 - P67

돌들이 구르는 정원에서 - P128

그걸 사랑이라 칠 수는 없겠지요하지만 그러지 못할 것도 없겠습니다 - P109

눈이 아주 푹신해서 그릇이 깨지지 않았다 - P105

(음악소리가 점점 커진다 음악은 교실에 오기 전부터 들려오고 있었다) - P97

겨울의 빛은 손대면 깨질 것만 같다.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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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보다는 표정이나 분위기, 실루엣이 더 오래 기억에남는 사람이 있습니다. 기하 형이 제겐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 P53

형 쓸데없이 귀찮게 하지마라. 거기까지 따라가주는것도 감사한 기라. - P56

비정에는 금세 익숙해졌지만, 다정에는 좀체 그럴 수없었습니다. 홀연히 나타났다가 손을 대면 스러지는 신기루처럼 한순간에 증발해버릴까, 멀어져버릴까 언제나 주춤. 가까이 다가설 수 없었습니다. - P58

촌시럽게 이러면 안 되는데 대학 구경 가는 게 처음이라………… 기하 아버지 내 안 이상하지요? - P65

그게 불편해요. 가족도 아닌데 가족인 척하며 사는 게.
딱 딱. 아슬아슬하게 이어지던 대화가 끊겼습니다. 어머니가 형의 손을 슬며시 잡았습니다. - P73

어떤 울음은 그저희석일 뿐이라는 것을 저는 그때처음 알았습니다. 비워내는 것이 아니라 슬픔의 농도를묽게 만들 뿐이라는 것을요. - P74

돌아가고 싶은 순간. 그 물음에 왜 중국냉면이 생각났던 것일까요. 입안에 감돌던 독특하지만 시원한 식감, 땅콩 소스의 묵직하고도 복잡다단한 맛. 새아버지와 처음만난 중식당의 생경하면서도 포근한 공기. 자기 몫의 땅콩 소스를 덜어 나의 그릇에 듬뿍 얹어주던 기하 형. - P87

재하반점. 식당의 간판에는 그렇게 적혀 있었다. 손가락으로 화면을 확대하다 나는 그곳의 주소를 메모지에 옮겨 적었다. - P98

이거 보고 일부러 찾아오신 거예요?
재하가 물었다. 서둘러 말을 지어냈다.
아니, 이 근처에 외근이 있어서 겸사겸사. - P101

한참 만에 재하가 오목한 면기 하나를 들고 주방에서나왔다. 갖가지 고명을 올린 중국 냉면이 한그릇 가득 담겨 있었다. 그애는 나무젓가락 한쌍을 가지런하게 쪼개내밀었다.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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