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가, 천천히 가불러봐도 모국어가 아니라 알아듣지 못하는 건지 이누는 저 홀로 선착장을 향해 달려가곤 합니다. - P138

곰곰이 고민하다 저는 봉투의 공란에 오래전 우리가 함께 살던 집의 주소를 적었습니다. 사진관에 딸린 그 작은집의 주소를요. 한데 모여 밥을 먹고, 골목에 나가 자전거도 타고, 간간이 웃음을 터트리던 한때를 반추하면서요. - P143

그건 두 사람의 내면이 어두워서가 아니라 그들 모두 지나간 것을, 쓸모를 다해버린 것을 마음에 품고사는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 P152

성해나는 기하와 재하가 ‘두고 온 여름‘의 시절을 어둡게 되짚거나 무턱대고 낙관적이길 바라지 않는다. 사는게 다 그렇듯 힘든 순간도 있겠지만 계속 슬프진 말기를,
서로 다시는 만나지 못할지언정 각자 건강히 살아갔으면좋겠다는 마음을 품는 사람이다. - P165

우리가 맞을 무수한 여름이 보다 눈부시기를 해서어딘가 두고 온 불완전한 마음들도 모쪼록 무사하기를.
바란다. - P17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누군가 무언가를 사랑하는 모습을 보는 건 행복하다. 사랑의 형태는 제각각이지만 모두 다르고 또 모두 닮았다. - P154

임시보호자들은 사랑받으며 행복하게 살고 있는 강아지들을 만나고 돌아오면서 말한다. - P155

존재는 취향이나 호오의 범주가 될 수 없다.
개를 좋아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혹은 아이를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이미 존재하는 대상에 대한 나의 기분 같은건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 P156

정답은 ‘치사랑 나는 그 단어를 몰랐다는 것보다 그 단어가 그토록 생경하다는 게 더 신기했다. 내리사랑이라는 단어는 그토록 흔하고 자주 쓰는데, 치사랑이라는 말은 이렇게낯설다니. - P161

밖은 여전히 어둡고 비가 왔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오늘이 걱정되지 않았다. - P16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너는 사람들이 잠들면아주 큰 책이 나타나 모든 것을 덮기 시작한다고 썼다 - P106

‘해가 길어진 여름 저녁 거실 벽에 생긴 그림자를 보고도이제는 놀라지 않습니다 - P108

그걸 사랑이라 칠 수는 없겠지요 가셨습니다!
하지만 그러지 못할 것도 없겠습니다 - P109

그날 밤 꿈에는 폭설의 대법관이 나타나 영원히 그치지 않는 눈보라 형을 선고했어요 식은땀을 흘리며 깨어나니 다시어두운 실내였고 개는 품속에서 숨이 꺼져가고 있었습니다저는 무엇을 죽여야만 하는지 깨달았어요 - P111

그런 날은 내게 없지만분명하게 떠오르는 그의 체온과 무게가 있었네 - P114

불만은 없음사랑도 없음 - P115

누가 내게 첫사랑에대해물으면나는 이 이야기를 들려준다 - P11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십년넘게 직장생활하며 번 돈을 스무 달 동안 다 쓰기로 작정하고 육십 년 묵은 폐가를 고쳐 세상 무엇과도 닮지 않은 가게를꾸렸다. 그리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사람들을 초대하기 시작했다. 십년 넘게 반복되던 업무의 틀 바깥에 잠시 누워 그림책 속 생쥐 ‘프레드릭‘처럼 햇볕과 색깔과 이야기를 모으기 위해.* - P9

삶은 느슨한 바람이 불어오는 시기마저도예기한 대로 흐르지만은 않았다. - P9

게다가 국회 정문 바깥은 엄밀히말하면 국회 출입 기자의 영역도 아니었다. ‘내 소관이 아니야‘라고자위하며 국회에서 불과 몇 미터 남짓 떨어진 곳에서 밤새 오들오들떨며 이야기 들어줄 사람을 찾고 있던 그들을 외면했다. - P17

정 이입되지 않겠다고 얼마나 다짐을 하고 갔던지 그 다짐을 어느 정도 이뤄내는 내 모습을 보면서 기겁했던 기억이 난다. - P17

모든 게 불분명하기에 불현듯 불안감이 덮쳐오는 나날이 반복됐다. 하지만 일단 마음을 따라 흘러보기로 했다. 흐르다보면 뜻밖의 강물을 만나거나 먼바다가 열릴 수도 있으니까. 그물살에 몸을 싣고 느긋한 마음으로 유영하다보면 어느새 성공이나인정욕구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는 단단한 내가 되어 있을 수도 있으니까. - P21

그러다 번뜩 떠올랐다. ‘이야기를 찾아 항해하듯살 수는 없겠지만 나만의 방을 차려놓고 떠도는 이야기를 초대하며살 수는 있지 않을까?‘ - P24

우리는 대부분 안 해서 단념하지, 못해서 단념하지 않으니까. - P26

사는 동네를 옮기려면 하나의 세계를 통째로 옮겨야 한다. 머무는곳이 달라지면 사람의 생애도 뒤흔들리기 마련이니까. 나는 이제껏그런 변화를 거의 실감하지 못하며 살아왔다. - P2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땅 위로 나와서는 겨우 한달 남짓 산대요. 가끔은 궁금해요. 한달간의 생이 존재한다면, 나는 누구를 가장 먼저기억하고, 누구를 가장 마지막으로 떠올릴지. - P125

요즘은 사람을 만나면 자꾸 안 좋은 생각만 들어요. 나한테 뭐 원하는 게 있어서 접근하는 건가 깔보는 건가 싶고, 별거 아닌 말에도 화가 나고. - P125

재하의 말에 나는 손을 내저었다.
됐어.
그러지 말고 저기 서보세요. - P127

역광이 심해 누가 그애고, 누가 나인지 구분조차 어려웠다. 잘못 찍은 사진이었지만 누구도 다시 찍자고는 하지 않았다.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재하는 한참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빛 아래 우리는 두점 그림자 같았다. - P129

창밖을 보았다. 버스는 탄천교로 들어서고 있었다. 아무것도 두고 온 게 없는데 무언가 잃어버린 듯한 기분이들었다. - P132

온전히 혼자 누리는 것만 같은 기이한 충만함에 잠기곤합니다. 특히 스트리트뷰 속에 정물처럼 멈추어버린 사람들의 표정과 마음을 더듬을 때면 잠잠히 흐르던 시간이그대로 고여버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 속에서나 혼자천천히 누군가의 기억을 걷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 P136

이 사람은……… 제형이에요.
오호, 재하 상과 닮았어요.
그런가요? - P13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