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계절이라는 가을이 다가왔다. 가을이 되면 왜 책을 곁에 두고 싶은 사람이 많아져 보이는 걸까? 나도 그랬는지 짧지도 길지도않은 생을 되짚어봤지만 딱히 계절과 독서의 명료한 상관관계를 찾아내지는 못했다. - P39

그렇지만 역설적으로 서재 짓기와 함께한 두어 달은 생애 가장 바쁘면서도 가슴 뛰는 나날들이었다. 살다가 또 언제 오로지 나만의 자유의지로 모든 걸 선택하고 결정할 기회가 올까? 온전히 내 상상과무지와 예술적 감각과 서툰 판단력으로 한 점씩 조립되는 세상이 눈앞에서 펼쳐진다는 건 그 어떤 경험과도 바꿀 수 없는 완벽한 자유로움이었다. - P47

좀처럼 꾸미는 법이 없고 삶에 덕지덕지 형용을 붙이지 않는,
엄마를 닮은 이름 같았다.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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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서 손으로열리는 것을 봅니다.
2023년 2월안미옥 - P5

빛은 찌르는 손을 가졌는데참 따듯하다 - P11

일상이 뒤죽박죽이라면조금 더 헤쳐놓아도 될까 - P14

잘못 사온 빵을먹는 시간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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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을 배웅하며 왠지 허은의 일기가 생각났다.
거기에 그런 말이 있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과학자 같은 말이었는데, 나는 새롭게 시작하는 것들에 늘 관심이 있고 그것을 정확하게 받아들이고 싶다. 동면을 해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같은 말이었다. - P96

"뭐 하고 있었어?"
차미의 대답은 없었고 있어도 알 수 없을 테지만 나는 늘 그것이 궁금했다. - P97

그리고 나는 바닷소리가 들리는 침대에서 눈을 뜨고 습기를 머금은 기온이 느껴지고 때로는 비바람이 잠을 깨울 것이다. 당신이 만난 것을 말해. 그때의 나는 사라지는 것이 두렵지 않게 되었다고생각할 것이고 나는 그것을 말한다 여름으로 향하며잠결에 -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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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내가 걔 아픈 건 하나도 몰랐다이것이 엄마가 소리처럼 흩어진 이유 - P45

뚱뚱한 엄마가 너를 끌어안는다그때 너는 이야기며 진실이다 - P47

곤죽이 된 살 위에 겨울 햇빛이 닿을 때허겁지겁 선지를 퍼먹던 청년은 - P77

벼가 탄다 경전이, 사랑이 분다고삐를 당겨 조금 더 우리 밝은 쪽으로어린이보호구역처럼 아름다운 곳으로9 - P61

그렇게 나는 망고 향기를 깨닫게 된다.
인공관절을 굽히는 느린 속도로 - P61

너희 집 앞에 치솟는 복숭아나무가 되리 - P29

반투명하게 읽고 반쯤 사랑해버리고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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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까운 도시를 운명처럼 만났다. ‘봄‘을 이름에 품은 유일한도시, 춘천이었다. - P31

그렇게 춘천에서 나는 잠시 삶의 속도와 방향을 조절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이듬해 봄이 되면, 봄을 이름에 품은 단 하나뿐인 도시에안겨 봄방학처럼 살기로, 그사이 올해 봄은 훌쩍 지나가고 여름이 찾아왔다. - P32

약사리로 불리던 봉긋한 언덕 마을, 약사동이었다. - P34

춘천의 원도심에 속하는 약사동은 한때 시내의 중심이었다가 주변 뉴타운들이 발달하며 쇠락한 동네였다. - P34

이제는 내가 바통을 이어받아 날숨을 내쉴 차례였다. 오래 버려졌기에 성한 구석을 찾아보기 힘든 집을 되살리는 일이 새 가족이 된나의 몫으로 남게 되었다.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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